[현장에서] '이재명 저격수'로 투입된 그 검사의 위험한 과거

2022년 09월 27일 13시 13분

법무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수사를 지휘하던 수원지검 2차장검사를 교체했습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는 이른바 ‘변호사비 대납의혹’을, 형사6부는 쌍방울 그룹의 횡령 배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데, 모두 수원지검 2차장 검사의 관할입니다. 한 마디로 ‘이재명 저격수’라고 할 수 있는 자리인데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어제 자로 원포인트 인사를 내서 수원지검 2차장 검사를 교체했습니다. 기존에 수원지검 2차장 검사였던 김형록 검사는 감사원 법률자문관으로 파견했고, 그 자리를 김영일 전 평택지검장이 채운 겁니다. 
언론들은 “수사책임자를 교체한 것은 ‘제대로 하라’는 경고성 시그널”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즉, 이재명 수사에 미온적이었던 수사 책임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할만한 인물로 바꿨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새롭게 ‘이재명 저격수’로 기용된 김영일 검사는 어떤 인물일까요? 

죄수에게 편의 제공… 뉴스타파가 물증 공개한 부분만 징계

뉴스타파가 연속 보도한 ‘죄수와 검사’ 시리즈를 눈여겨 보신 분들이라면 기억하시겠지만, 김영일 검사는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의 원톱 주인공이었습니다. 
김영일 검사는 서울 중앙지검 특수1부에 근무하던 2018년, 자신의 검사실로 브로커 죄수 이 모 씨를 출정시켜 검사실 전화기로 외부 전화를 하도록 편의를 제공했습니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통화 녹음 파일만 해도 4개, 즉 최소 4차례의 외부 통화가 있었습니다. 2018년 6월과 7월 사이의 일입니다. 브로커 죄수 이 씨는 수천만 원을 주고 다른 죄수로부터 사건을 사들여 김영일 검사에게 상납하기도 했습니다. 
뉴스타파는 브로커 죄수 이 모씨가 김영일 검사실에서 외부로 통화한 녹취 파일 4개를 입수했다. 화면에 표시된 날짜에 이 씨는 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
그런데 김영일 검사가 브로커 죄수 이 씨를 출정시킨 것은 4번 뿐이 아니었습니다. 김영일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에 근무하던 2016년, 자신의 검사실로 브로커 죄수 이 모 씨를 한해 동안 94회나 출정시켰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이 씨를 47회나 출정시켰죠. 2018년 상반기에도 23회나 출정을 시켰는데, 브로커 죄수 이 씨의 외부 통화가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시기입니다. 
김영일 검사가 브로커 죄수 이 씨를 출정시킨 게 2년 반 동안 무려 164회인데, 그 가운데 네 차례의 전화 통화가 ‘물증’으로 남았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는 전화 통화가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있었을 거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검찰은 뉴스타파가 물증을 보도한 딱 네 차례의 전화 통화에 두 차례만을 더 보태, 이것만을 징계 사유로 삼았습니다. 관보에 나온 징계 사유는 이렇습니다. 
2018.6.18경부터 2018.7.2경까지 검사실에서, 수용자가 외부인인 지인과 6회에 걸쳐 사적 전화 통화를 할 수 있도록 방치하여 직무를 게을리하고, 위와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도록 하여 품위 손상

법무부가 공고한 김영일 검사의 징계사유 중
징계 수위는 견책이었습니다. 견책은 ‘검사로 하여금 직무에 종사하면서 그가 저지른 잘못을 반성하게 하는 것’으로, 검사징계법상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입니다. ‘사건 상납’은 아예 징계 사유에 오르지도 못했습니다.

김영일 검사실에 모인 브로커 죄수들… 사기 작전 모의

수사 협조를 받는 대신 그깟 전화 통화 좀 해주는 게 뭐가 그리 큰 문제냐,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김영일 검사가 검사실로 출정시킨 것은 브로커 죄수 이 모 씨 뿐이 아니었습니다. 2016년과 2017년 사이, 김영일 검사가 있던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에는 방위산업 비리와 아무 관계가 없는 다른 죄수들도 드나들었습니다. 
만 2천여 명에게 1조 천억 원의 피해를 입힌  IDS 홀딩스 사건의 주범 김성훈은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35번이나 김영일 검사실에 출정을 나갔고, 또다른 브로커 죄수 한 모 씨는 2016년 11월부터 2017년 3월 사이 50번이나 출정을 나갔습니다. 2017년 1월 12일부터 2017년 3월 초까지 40일의 기간 동안 두 사람이 함께 출정을 나간 것은 23번이나 됩니다. 
브로커 죄수 한 씨와 김성훈의 김영일 검사실 2017년 출정 기록. 처음에는 한 씨 혼자 출정을 다니다 1월 12일 이후 김성훈과 동반 출정을 23회 나갔다.
김성훈과 한 씨는 김영일 검사실에 함께 다니던 시기 IDS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 사기를 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훈은 한 씨가 출소할 수 있도록 합의금을 줬고, 그 뒤 홍콩에 숨겨두었던 범죄 은닉자금 27억 원을 한 씨에게 송금했습니다. 한 씨는 이 돈으로 거물 사업가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돈을 대신 갚아주겠다며 김성훈에 대한 처벌 불원서와 합의서를 받아냈습니다.피해자들로부터 14억 원을 추가로 뜯어내기까지 했습니다. 이른바 ‘2차 사기’가 발생한 것이죠. 
이런 일이 김영일 검사실을 배경으로 일어났습니다. 이들이 함께 검사실에 출정을 나가지 않았다면 2차 사기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런 범죄를 모의하려면 무엇보다 숨겨놓은 돈을 움직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외부와 자유롭게 소통을 해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죠. 뉴스타파 취재에 따르면 김영일 검사는 자신의 검사실에서 김성훈과 그의 ‘금고지기’를 만나게 해줬고, 출소한 브로커 죄수 한 씨와 사전협의를 통해 김성훈의 출정 날짜를 조율했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김영일 검사의 협조 아래 김성훈과 한 씨는 확실한 소통 채널을 가지고 범죄를 모의했다는 뜻이죠.
뉴스타파는 지난 2020년 9월 23일, 제주지검에 근무 중이던 김영일 검사를 찾아가 왜 브로커 죄수들을 불러 특혜를 주고 심지어 범죄를 모의할 수 있는 기회까지 줬는지 물어봤습니다. 김영일 검사는 “문제의 죄수들을 각각 다른 사건으로 불렀지만, 어떤 사건인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라고 답변했습니다. 기억을 해서 다시 답변을 달라고 했지만 끝내 추가적인 답변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보도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요.  
'죄수와 검사' 세 번째 시즌의 주인공 김영일 검사. 뉴스타파 질의에 응답하고 있다.

‘범죄수익은닉’은 기소됐는데 김영일 검사는 영전       

IDS 사건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기가 막힌 일입니다. 김성훈에게 뜯긴 자신들의 돈이 브로커 한 씨에게 넘어와 다시 자신들에게 2차 사기를 치는 데 쓰였으니까요. 무엇보다 이들 입장에서는 대부분의 피해금을 변제받지 못했기 때문에 김성훈이 숨겨놓은 범죄수익을 찾는 게 가장 절실합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IDS 피해자들은 김성훈을 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고발했고, 그 결과 김성훈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김성훈과 한 씨가 김영일 검사실에서 모의해 빼돌린 27억 원이 범죄수익이라는 게 확실해진 셈이죠. 
지난해 6월 16일, IDS 홀딩스 사건 피해자들이 김영일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한 뒤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렇다면 김영일 검사는 이에 대해 일말의 책임이라도 졌을까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 의해 제주지검으로 좌천됐고, 이후에도 대구지검의 한직에 머물던 김영일 검사는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지난 6월 인사에서 수원지검 평택지청장으로 영전하더니, 이번에는 결국 현재 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건을 수사하는 수원지검 2차장 검사 자리까지 올라온 겁니다. 

윤석열이 칭찬한 ‘윤석열 사단’...  고발사주 사건에도 연루 의심

2020년 2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재직 때 일입니다. 서초동 고검청사에서 열린 의정관 개소식을 계기로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15분 가량 독대를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는 공교롭게도 김영일 검사실에서 벌어진 재소자 불법 출정과 2차 사기 의혹이 보도된 시기입니다. 그래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은 '검사에 대한 지휘 감독을 어떻게 할 것인지'라는 주제로 대화를 이어나가게 됩니다. 그런데 갑자기 윤 총장이 김영일 검사에 대해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의 뇌물 혐의를 인지하는 등 매우 유능한 특수부 검사”라며 칭찬을 자자하게 했다는 겁니다. 
뭔가 맥락이 이상하죠? 검사의 비위에 대한 보도가 나왔고 그래서 검사들을 어떻게 지휘 감독 할 건지 대화를 나누는 중에 갑자기 비위 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를 칭찬하다니 말이죠. 어찌보면 대담하게도 자신과 가까운 ‘특수부 라인’ 검사는 절대로 징계하거나 감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상급자인 장관 앞에서 대놓고 천명한 것처럼 보입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책 <죄수와 검사>를 읽고 작성한 페이스북 게시글
그런데 말이죠, 윤석열 총장이 칭찬한 바로 그 사건, 즉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의 뇌물 사건을 제보한 게 바로 IDS 홀딩스 사건의 주범 김성훈입니다. 1년에 수십 번씩 출정을 시켜주고, 외부 음식을 먹게 해주고 공범과 만나게 해주고, 다른 죄수들과 2차 범죄를 모의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대가로 말이죠. 검찰 특수부의 전형적 수사 방식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거래를 통해 만들어진 구은수 전 청장의 뇌물 혐의는 재판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특수부 사건의 무죄율이 일반 사건보다 훨씬 높다는 걸 감안하면 역시 전형적입니다. 
비록 가장 낮은 수위의 징계라고는 하지만, 김영일 검사에 대한 징계 건의가 이루어진 것도 윤석열 총장이 사임한 이후입니다. IDS 홀딩스 사건 피해자들이 민원을 제기한 지 1년 반 이나 지나서였습니다. 결국 김영일 검사는 부적절한 수사 방식으로 큰 문제를 일으켰음에도 윤석열 총장 시기에는 철저히 보호를 받다가 윤 총장이 사임한 뒤에야 최소한의 징계를 받은 것이죠. 이른바 ‘윤석열 사단’에 걸맞은 대우입니다. 
김영일 검사는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에도 개입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고발사주 사건의 주역은 대검 산하 수사정보담당관실이었는데, 사건 당시 김영일 검사는 수사정보 1담당관이었기 때문입니다. 수사정보 담당관은 잘 알려진 것처럼 윤석열 당시 총장에게 직보하는 주요 참모 중 하나입니다. 
공수처 수사 결과 기소된 것은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이었던 손준성 검사지만, 일부 야당의원들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고발장에 첨부된 판결문을 출력한 인물로 김영일 검사를 지목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김영일 검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지만요. 

이재명 사건도 특수부 방식으로 털어보겠다는 의지?

이렇게 보면 김영일 검사는 과거 잘못된 방식으로 수사를 하던 특수부 검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재소자들을 활용해 정보를 수집하고, 이들에게 특혜를 주는 대가로 범죄 진술을 받아내고, 때로는 죄와 벌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수사하는 방식입니다. 비록 기사화하지는 못했지만 뉴스타파는 김영일 검사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사건 거래’에 대한 추가적인 제보를 받은 바도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이런 과거를 가진 특수부 검사를 이재명 수사 책임자로 투입한 것은 과연 어떤 의도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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