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신고한 걸 알고 있다"성대 입시 비리 신고자의 비극

2020년 12월 24일 09시 00분

2019년 성균관대 미술학과 실기 시험 문제가 특정 학원에서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성대 측이 입시 비리 신고자의 신상을 문제의 학원 측에 알려준 정황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드러났다. 신고가 이뤄진 직후 문제 유출 당사자로 지목된 학원장과 강사는 “20대 중반의 남자가 학교에 찾아가 진술서를 썼다”는 구체적인 정보로 학원 내부의 신고자를 특정하고 회유하려 한 것이다. 신고자의 신상이나 직접 방문해 신고했다는 등의 정보는 성대 측 말고는 알기 어려운 것이다. 성대 측이 신변을 보호해야 할 입시 비리 신고자의 신상을 의혹 당사자들에게 유출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월 경기도 성남의 M미술학원의 강사 신 모 씨는 성균관대 미대 실기시험을 3일 앞두고 실제 시험에 출제된 상황을 정확하게 연출해 집중적으로 연습을 시키고, 시험 당일 아침에는 “수면바지 나오니 털 느낌 내줘라”는 메시지까지 수험생에게 전달했다. 뉴스타파는 이 사건의 실체가 담긴 녹음파일과 문자 메시지를 확인해 이같은 사실을 보도했다. 성균관대는 이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을 조사해 지난해 3월, M미술학원 강사 신 씨를 입시 업무 방해 혐의로 고발했고, 신 씨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2019년 성균관대 미대 입시를 사흘 앞두고 M학원에서는 시험에 출제될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사진은 학원 수업 장면.  

학원은 신고자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학교에서 신고자는 20대 중반의 남자였대"

M미술학원의 수강생이었던 A씨는 지난해 2월 성균관대 입학처를 찾아가 실기 시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고 신고했다. 동시에 국민권익위원회가 운영하는 국민신문고에도 이 사실을 고발했다. 실기 시험을 앞두고 나눈 학원장과의 대화, 학원 내 수업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 등도 제출했다.
그런데 신고 직후 A씨는 M미술학원 원장과 강사 신 씨로부터 전화와 여러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원장의 문자는 ‘네가 신고한 것을 알고 있다’며 해명을 요구하고, 답변이 없으면 집까지 찾아가겠다는 내용이었다. 문제 유출 당사자이자 성균관대 겸임 교수 신  씨는  A씨와 친한 다른 수강생 B씨에게 간접적으로 부탁을 했다. A씨를 신고자로 지목하며 신고를 무마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주말까지는 네가 도와줘야해. 이거 해결 안 되면 큰일나. 다 무너지는 거라서. 네가 내일쯤, OO(A씨)한테 (신고) 계속 진행 안 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한다고 카톡이라도 남겨줘. 근데 이게 왜 시간이 없냐면, 오늘 학교에서 얘기(신고)를 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얘를 불러서 얘기를 할 거란 말이야. 그게 언제쯤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 전에 해결이 돼야지.

M미술학원 강사 신 씨와 수강생 B씨 대화(2019. 2. 15)
학원 원장과 겸임교수 신 씨는 신고자가 A 씨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A씨의 신고 이후 M미술학원 원장은  수강생 B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시 대화 내용에 따르면 학원 원장은 신고자 A씨가 학교에 직접 찾아가 신고했다는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A씨의 방문해서 신고했다는 사실은 학교 외에는 알기 어려운 정보로, 학교 측이 신고자의 신상을 학원 측에 알려준 게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수강생 B씨: 근데 신고자가 OO(A씨)인 거 확실한 거에요?
M미술학원 원장 : 어. 지금 심증으로 넘겨 짚어서 누구를 얘기하기가 얼마나 조심스럽니. 그건 못할 짓이잖아. 세 가지가 있어. 20대 중반, 분당 ###(M미술학원)출신이고, △△샘(신 씨)에게 배웠다, 남자애다. △△샘이 알고 있었다니까. 왜냐하면 OO이가 찾아간거야, 성균관대로 진술서를 쓰러. 그쪽에서 말해준 거밖에 더 되겠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모른체 해. 성균관대를 걔가 직접 찾아갔기 때문에 거기서 알았던 거야. 무슨 얘기인지 알겠지? 

M미술학원 원장과 수강생 B씨 대화(2019. 2. 14)

문제 유출 당사자 "학교에서 진술서를 봤더니 신고자는 A였다"

문제유출 당사자이자 성균관대 겸임 교수였던 신 씨도 B씨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아침에 학교에서 전화가 오더라고, 입시 관련 민원이 들어왔다고. 갔더니 선생님한테 배운 학생인 것 같은데요, 그러더라고. 봤더니 우리 학원 애야, 써놓은 걸 보니까. 진술서 써놓은 것이 있거든 OOO(A씨)라고. (중략) (학교측이) 20대 초반은 아니고 20대 중반 이상은 돼 보인다 하더라고. 

M미술학원 강사 신 씨와 수강생 B씨 대화(2019. 2. 14)
신 씨의 말은 학교 측이 A씨가 쓴 진술서까지 보여줬다는 것이다. 학교 측이 신고자가 남자라는 정보도 알고 있었다. M미술학원에서 성균관대에 지원한 학생은 4명, 그 중 남자는 신고자인 A씨 하나뿐이었다. B씨에게 부탁을 하면서 신 씨는 실기 문제 유출 사실을 인정했다.
문제가 뭐냐하면 다른 거는 괜찮은데 그날 아침에 @@가 모델이었잖아. 시험 보기 직전에 걔가 ‘수면바지인 것 같아요. 선생님’, 수면 바지 나올테니까 신경써서 그려라라고 한 게 빼박이지. 유출했다고 걸면 걸리는 거지. 혹시 그 얘기까지 할 수 있을까봐. 그러면 내가 할말이 없으니까.

M미술학원 강사 신 씨와 수강생 B씨 대화(2019. 2. 14)
문제 유출 경로가 바로 신 씨의 보조강사이자 성균관대 미술학과 학생이던 강 모 씨였다는 사실을 실토한 셈이다. 신 씨는 또 성대 측이 '신고자를 타일러 보겠다', 즉 사건을 무마해보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B씨에게 털어놨다.  
오늘 내가 얘기해서 학교 측에서는 '저희끼리 회의를 할게요. 학생은 우선 잘 타일러보겠습니다.'고 하더라고. 학교에다가 학생(A씨)이 '오해했다'고 하면 문제는 없어. 그럼 학교에서 다 알아서 할 거야. 

M미술학원 강사 신 씨와 수강생 B씨 대화(2019. 2. 14)
공익신고자 보호법 12조는 '공익신고자의 비밀보장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공익신고자의 인적사항이나 신고자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공개해서는 안 된다. 뉴스타파는 성균관대에 신고자의 인적 사항을 유출했는지 질의했다. 성대 측은 “유출한 사실이 없다”는 짧은 입장을 전했다.
뉴스타파는 문제의 학원을 찾아가, 학원 측이 신고자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 물었다. M미술학원 원장은 “신 씨와 신고자 A씨가 사이가 안 좋아서 신고자가 누구인지 유추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제 유출 강사 신 씨는 뉴스타파와의 전화통화에서 “학교가 신고자를 알려줄 이유가 없다"며 "진술서를 봤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고자 A 씨 "공익 신고 때문에 미술가의 꿈이 허무하게 끝났다"

신고자 A씨는 공익신고한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신고 이후, A씨는 다른 미술학원도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술가가 되겠다는 A씨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미술학원이 되게 폭이 좁아요. 제가 신고를 했다는 게 알려져서 갈 수 있는 학원이 별로 없어요. 제가 다른 학원에 등록을 했다고 치면 그 학원에서 ‘쟤 전에 학원에서 문제 알려줬더니 신고한 애야' 하면 저를 그 학원에서 나가라고 하겠죠. 그럼 제가 어떻게 준비를 해요. 혼자서 어떻게 모델을 구하고, 어떻게 인물화를 연습해요. 중학교 때부터 그림을 좋아해서 계속 했었는데 이렇게까지 허무하게 끝날 꿈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그놈의 공익신고 하나를 잘못해서 이렇게 돼버렸어요.

A씨 / 성대 미대 문제 유출 신고자
제작진
촬영기자이상찬 김기철
편집기자정지성
CG정동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