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X참여연대,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 소송' 2심도 승소

2024년 10월 02일 15시 00분

뉴스타파와 참여연대가 대통령비서실(이하 대통령실)을 상대로 낸 '5급 이상 직원 명단 공개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소송을 시작한 지 23개월 만에 나온 2심 판결이다.
대통령실은 1심과 똑같이 '직원 명단이 공개되면 국가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 '청탁과 로비에 노출된다'고 주장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대로 판결이 확정될 경우 '대통령실 직원 명단도 공개 대상'이라는 첫 판례가 확립된다.

뉴스타파·참여연대,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 소송' 2심도 승소

서울고등법원 제9-2행정부(부장판사 김승주)는 지난 9월 26일, 뉴스타파·참여연대가 공동으로 낸 '대통령실 직원 명단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항소기각, 즉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서 져 항소한 대통령실이 2심에서도 패소했다.  
이번 소송은 대통령실이 뉴스타파의 정보공개청구에 비공개 결정을 내리며 시작됐다. 지난 2022년 8월, 뉴스타파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5급 이상 직원 288명의 이름·소속부서·직위·직급·소관 세부업무', '대통령실의 세부 조직도'의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비공개 통지했고, 같은 해 10월 뉴스타파는 참여연대와 함께 소송을 냈다. 당시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6촌 친인척을 행정관으로 뽑고, 대통령 지인의 아들과 김건희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의 직원들을 채용하는 등 대통령실 인사 논란이 제기됐다. 
현재 국민이 볼 수 있는 대통령실 직원 명단은 고위공직자에 해당하는 '비서관급 이상 직위자 명단'으로 49명(국가안보실 제외)에 불과하다. 그 아래 직급은 확인할 수 없다. 직제 규정에 따르면, 대통령실 전체 직원은 443명이다. 대통령실 직원의 90%가량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사각지대'다. 
뉴스타파와 참여연대는 지난 2022년 10월 대통령비서실을 상대로 '직원 명단 공개 행정소송'을 공동 제기했고, 지난 9월 26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분단 현실 고려', '다른 곳도 비공개한다'... 2심서도 공개 막으려 안간힘 

이번 2심에서 대통령실은 1심에서 이미 배척된 주장을 되풀이했다. '대통령실 직원 명단이 공개되면 국가 기밀 유출 가능성이 있다', '청탁과 로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관련 기사 : [변화] 뉴스타파 X 참여연대,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소송' 1심 승소)  
대통령실은 2심에서는 기존 주장을 보강하기 위해 여러 사례를 끌고 왔다. 그중 하나가 '대통령실 소속 행정관 이메일 해킹 사건'이었다. 아래는 지난 6월, 대통령실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의 일부 내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국 국빈 방문을 준비했던 대통령실 소속 행정관의 이메일이 북한으로 추정되는 외부 세력에 의해 해킹당한 사실이 있습니다. 물론 대통령실 보안 시스템이 해킹된 것이 아니라 업무적으로 사용한 대통령실 소속 행정관의 포털사이트 개인 이메일이 해킹된 것이었으나 이와 같은 사고로 인해 대통령의 영국 현지 일정과 행사 내용 등 국가 기밀이 유출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대통령비서실 직원들의 인적 사항 등이 공개된다며 북한이나 주변국들은 직원들의 이메일 등을 해킹할 것이 명백합니다.

대통령실이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 / 2024.6.14 
그러나 이메일 해킹 사건은 직원 명단의 공개 여부와는 무관하다. 해당 행정관이 업무용 이메일에 기록해야 할 내용을 개인 이메일에 쓰는 등 업무상 부주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해킹은 대통령실 직원의 부주의를 막으면 해결될 일이었다.
더욱이 뉴스타파가 공개를 청구한 정보 중에 대통령실 직원들의 이메일 주소는 없다. 뉴스타파는 이름·소속부서·직위·직급·소관 세부업무에 대한 정보의 공개를 청구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이번 소송과 직접 관련 없는 이메일 해킹 사건을 거론하며, "분단 현실과 국제 정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이번 소송과 무관한 사건이다'는 취지로 판시하며 대통령실의 변론을 기각했다.
또 대통령실은 여러 국가기관에 사실조회를 넣은 뒤 "직원 명단을 비공개하는 곳이 많다. 그러므로 대통령실의 비공개도 적법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대통령실이 사실조회를 넣어 회신을 받은 곳은 금융위원회,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5개 기관이었다. 사실조회에서 국방부와 공정위는 각각 '국가 안보를 위해' 또 '외부의 압력으로 공정한 사건 처리가 저해될 우려가 있어' 정보공개청구가 있어도 직원 명단을 비공개하겠다고 답했다. 외교부는 '정보공개청구 시 국가 이익의 저해 우려 등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통일부는 "최근 5년 사이 직원 명단에 대한 공개청구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런 사실조회 결과를 근거로 대통령실은 "이미 정보를 비공개하는 다른 기관들이 있으니, 대통령실의 비공개도 정당하다"며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국가정보원에서 대통령실로 파견 나온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안보상 정보가 알려지면 안 되는데, 대통령실 직원 명단이 공개되면 이런 사람들도 공개해야 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대통령실의 이 같은 변론이 합당하지 않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실이 사실조회를 통해 가져온 것은 '각 기관의 의견'일뿐이라고 했다. 실제 대통령실은 이번 재판 과정에서 '해당 5개 기관의 정보 비공개 의견이 적법한 것인지' 관련 판례도 제시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사실조회 회신들은 각 기관이 정보공개를 거부한다거나 거부할 것이라는 정도의 의견에 불과하다. 이에 관한 구체적인 규범적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이상, 이런 사정으로 대통령실 직원 명단이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볼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설령 국방부, 국정원 등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에 관한 정보가 비공개 대상 정보로 인정될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대통령실은 파견된 공무원들의 명단만 제외한 후 공개하면 충분함에도 이와 무관한 전체 명단마저 포괄적으로 비공개하고 있으므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대통령실은 '직원 명단이 공개되면 국가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 '로비와 청탁의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법원은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는 공익에 크게 이바지"한다고 판시했따. <br>

1심 이어 2심 재판부도 "대통령실 직원 명단 공개, 공익에 크게 이바지"

항소심 재판부는 특히 대통령실 직원 명단이 공개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통령실 소속 모든 공무원은 그 직무의 내용이나 영향력에 비추어 볼 때, 자질과 능력, 책임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따라서 대통령실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누구인지는 어느 공무원보다 더 국민의 감시와 통제가 필요한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한다. 담당 공무원의 성명·직위를 공개하는 것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업무 수행의 투명성을 확보하며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할 수 있고, 대통령실 인적 구성의 투명성 확보 등 공익에 크게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미 대통령실 비서관 이상 직원들에 대한 업무분장 내역과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직원 명단의 추가적인 공개로 인해 대통령실 인사의 공정성 및 독립성이 저해된다거나 업무 수행의 독립성 및 자율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수석실별 업무 분장을 보면, 정무수석실은 '국민 인식 및 정책 수용 파악', 시민사회수석실은 '시민사회 균형 발전과 시민참여 활성화', 경제수석실은 '자영업 분야 정책에 관한 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다. 이렇듯 대통령실 업무 중 상당 부분은 사회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국민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는 업무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 정보가 공개되는 경우 소속 공무원들이 대통령의 직무를 적절히 보좌하고 있는지에 관한 국민의 감시와 통제가 더욱 효율적으로 가능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2심 패소에도 '묵묵부답'... 사상 첫 확정 판례 생기나 

뉴스타파는 대통령실 대변인실에 연락해 이번 2심 판결에 대한 입장과 함께 법원 판결을 존중해 직원 명단을 공개할지, 아니면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지 물었다. 대변인실은 답하지 않았다. 
뉴스타파·참여연대를 대리하는 최용문 변호사는 "이번 정부에서는 승소 가능성이 별로 없는데도 상고한 사건이 더러 있다. 이번 소송도 (대통령실이) 상고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상고는 판결문이 송달된 날로부터 2주 이내에 해야 한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