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의 은행] ① 중미의 개발은행이 부패와 권위주의를 조장한 방법

2023년 11월 06일 18시 00분

중미경제통합은행(Central American Bank for Economic Integration·CABEI)은 중미 국가들의 경제 발전과 역내 균형 개발을 표방하며 1960년대에 설립됐습니다. 오늘날 이 은행은 중미 지역 개발 재원의 절반 가량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 2019년 국내 기업의 중미 진출을 지원할 목적으로 이 은행에 회원국으로 가입했습니다. 총 6억 3000만 달러를 출자해 영구이사국 지위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한국이 출자하고 경영에도 참여하는 이 국제 개발 은행의 실태는 심각했습니다. 취재 결과, 환경 파괴를 초래하는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부패한 관행에 자금을 전용하고, 중미 지역 권위주의 독재자들의 관심 사업에 돈을 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뉴스타파와 OCCRP, 중미 지역 매체들이 주축이 된 국제협업팀의 ‘독재자의 은행’ 프로젝트 취재 결과를 공개합니다. <편집자주>
[독재자의 은행]
① 중미의 개발은행이 부패와 권위주의를 조장한 방법 (영문기사)
② 수상한 계약자들: 중미경제통합은행과 한국, 그 틈새를 노리다 (영문기사)
오는 11월 중순, 중미 지역 개발은행인 중미경제통합은행은 향후 5년을 이끌 새 총재를 임명할 예정이다. 신임 수장은 누가 되든 이 은행의 역사상 가장 중요한 순간에 은행의 운명을 짊어지게 된다.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세계은행(World Bank)과 같은 전 세계적인 국제금융기구에 비하면 작은 규모에 불과하다. 그러나 창립국인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과테말라, 코스타리카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 은행은 서반구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중미 개발 금융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이들 국가의 국채가 모두 투자 부적격 등급으로 분류된 상황에서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중미 지역 금융 시장의 생명줄이자 권위주의 정권의 주요 자금원 역할을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이들 설립국에 10억 달러(1조 3500여 원)가 넘는 대출과 보조금을 지원했다.
퇴임을 앞둔 단테 모씨 중미경제통합은행 총재는 올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서 니카라과 독재자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에게 자금을 제공했다며 비판을 받았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다면 정치는 중요하지 않다”며 “은행은 정치적 모델이 아니"라고 토론회 청중에게 답했다.
그러나 이견도 존재한다.
중미경제통합은행은 모씨 총재 재임 중에 니카라과의 오르테가 대통령뿐만 아니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후안 올랜도 에르난데스 전 온두라스 대통령 등 중미 권위주의 정권에 수십억 달러를 지원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중미 지역의 지속가능·균형 개발을 약속해 왔다. 그러나 뉴스타파를 비롯한 OCCRP 국제협업팀 취재 결과, 이 은행이 지원한 자금은 환경 파괴, 권위주의 정권의 부패 스캔들과 독재자들의 자국민 탄압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국제협업팀은 지난 1년간 공공 데이터와 유출된 문서, 중미경제통합은행의 전현직 직원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중미경제통합은행을 조사했다. 또 이 은행의 실적을 보다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지난 25년 동안 은행이 승인한 500여 개의 사업 데이터베이스(DB)를 수집해 분석했다. 이 사업 DB를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불평등한 지역 가운데 한 곳에서 중미경제통합은행의 실패가 어떻게 부패를 조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OCCRP는 온두라스 <콘트라코리엔테>, 과테말라 <노픽씨옹>, 코스타리카 <라도 B>, 엘살바도르 <포코스>, 파나마 <라 프렌사 파나마>, 니카라과 <디베르젠테스>와 <콘피덴셜>(이상  중미 지역 공동 보도 프로젝트 <레다시옹 리저널>의 회원사), 미국 컬럼비아 저널리즘스쿨의 탐사보도 매체 <컬럼비아 저널리즘 인베스티게이션>(CJI), 한국의 <뉴스타파>, 대만의 <대만 반부패 및 내부고발자 보호협회>(TAWPA)와 공동 취재했다.
이번 국제협업 취재를 통해 1992년 이후 중미경제통합은행이 중미 지역에서 사회적 논란이 컸던 온두라스의 아과사르카댐 등 최소 25건의 수력 발전소 건설 사업에 금융 지원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댐의 건설에 반대하는 이들 중 최소 9명이 사망했고, 이보다 많은 이들이 댐 건설 반대 시위를 벌였다는 이유로 위협과 유혈 단속에 직면했다. 아과사르카댐을 둘러싼 살해, 폭력 등의 사건이 언론 보도를 통해 공론화한 이후에도 중미경제통합은행은 댐 건설에 계속 금융 지원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온두라스 원주민 환경운동가 중 한 명인 베르타 카세레스는 아과사르카댐 반대 운동을 벌이다 암살됐다.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카세레스가 살해된 뒤 댐 건설 공동 투자자가 철수하고, 원주민 사회로부터 수십 건의 민원을 받았다.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수많은 경고 신호를 무시한 채 허술하게 실사를 진행했으며, 2019년 댐 사업 채권을 매각하기 전까지 댐 건설 사업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된다.
협업취재팀은 라틴 아메리카 역사상 가장 큰 부패 사건 중 하나인 오데브레히트 스캔들과 관련된 사건에서 중미경제통합은행 대출금이 뇌물로 사용된 정황을 포착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부패 사건에 연루되어 기소된 사람들이 이 은행을 손쉬운 현금 조달처로 여겼다는 증거도 확보했다.
복수의 전직 직원과 이 은행과의 협업 경험자들은 중미경제통합은행이 다른 개발은행보다 투자·융자에 대한 통제가 약하다고 입을 모았다. 
개발은행 차입금을 엘살바도르에 공급하는 엘살바도르 중앙준비은행의 카를로스 아세베도 전 총재는 “세계은행과 같은 감사 절차가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아세베도 전 총재는 레다시옹 리저널과 포코스와의 인터뷰에서 중미경제통합은행은 건전한 투자보다 정치를 우선시한다며, 마치 ‘동아리’(club of friends)처럼 운영되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 은행에서는 ‘네가 나를 위해 대출 한 건을 승인해 주면, 나도 너를 위해 한 건 승인하겠다’는 식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곧 퇴임을 앞둔 단테 모씨 중미경제통합은행 총재가 지난해 엘살바도르에서 열린 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 로이터통신, 호세 카베자스) 
은행 내부 취재원과 자료에 따르면 중미경제통합은행의 느슨한 대출 방식은 2018년 12월 모씨 총재 취임 이후 더욱 악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모씨 총재의 지휘 아래, 은행은 ‘정책기반 대출’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정책기반 대출이 쉽게 오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엘살바도르 중소기업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할 수 있도록 6억 달러의 대출을 지원했다. 중미경제통합은행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공공부문 대출이었다. 그러나 취재 결과, 이 가운데 3분의 1 가량이 엘살바도르 정부가 추진한 비트코인 법정 통화 채택 사업에 전용됐다. 이 사업은 실패로 돌아갔다. 
중미경제통합은행 고위 관계자들은 은행 내부의 투명성 부족에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말, 각국을 대표하는 9명의 이사는 중미경제통합은행의 재무 실적 악화와 이에 대한 경영진의 정보 은폐를 비판하는 서한을 이사회에 보냈다. 이사들은 서한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지난 10년 동안 누려온 재정건전성이 결국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두아르도 트레호스 랄리 중미경제통합은행 전 코스타리카 이사는 최근 니카라과 매체 콘피덴셜에 실은 기고문에서 차기 총재 앞에 어려운 길이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랄리 전 이사는 기고문에서 “선거 결과와 관계없이 차기 총재가 될 인사는 중미경제통합은행의 취약한 재정 상황을 직면하게 될 것이며 지난 수년간의 모씨 총재의 활동을 철저히 평가해야 할 것”이라 적었다.
국제협업팀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수 차례 반론을 요청했으나 중미경제통합은행 측은 답하지 않았다. 보도 며칠 전, 은행은 취재팀의 질의서를 확인하지 못했다며 내부 정보공개 규정에 따르면 답변 제공에 최대 두 달이 걸릴 수 있다고 답했다.
퇴임을 앞둔 모씨 총재는 취재팀과 수차례 유선 및 서면 인터뷰를 갖고 질의에 답변했다. 그는 자신이 2018년 중미경제통합은행에 합류하기 전에 일부 사업이 형편없이 계획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은행의 실적을 옹호하며, 다른 기관들도 중미 지역에 돈을 빌려주는데 왜 역내 대표적인 개발은행인 중미경제통합은행만이 권위주의를 지지하는 기관으로 꼽혀 취재 대상이 됐는지 반문했다. 
모씨 총재는 중미경제통합은행의 느슨한 대출 관행 때문에 대출금이 부패에 취약하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은행은 정치 기관이 아니라 회원국과 함께 일하는 조직”이라며 “우리는 회원국의 정부 형태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모씨 총재는 OCCRP와의 인터뷰에서 “중미 지역은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합리적”이라며 “위험성에 대한 계산을 완전히 잘못했다고 본다. 이곳은 유럽도 아프리카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냉전 시대의 유산 

중미경제통합은행은 1960년에 설립됐다. 냉전이 라틴 아메리카의 운명을 결정하던 시기다. 미국의 지원을 받아 미주개발은행(IDB)이 설립된 직후, 중미 국가들은 지역 개발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중미경제통합은행를 설립했다. 
중미 지역이 1980년대 금융 위기로 격동의 시기를 보낸 후, 중미경제통합은행은 대만, 멕시코, 스페인 등 새로운 회원국을 영입하며 전 세계로 확장했다. 최근 한국이 새 회원으로 들어오며 은행은 현재 15개 회원국과 138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취재 결과,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지난 수년 동안 논란에 휘말린 개발 사업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차가 있는 별개의 사건들이 놀랍게도 유사한 문제를 나타냈다.
국제연합(유엔) 부패방지협약 조사보고서에 인용된 기록에 따르면 브라질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히트가 과테말라 정부 공무원들에게 빌린 돈을 상환하기 위해 중미경제통합은행에서 받은 대출금 수백만 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중미경제통합은행 돈으로 채권을 회수한 과테말라 공무원 중 한 명은 알레한드로 시니발디 전 사회기반시설부 장관이다. 그는 현재 여러 부패 사건에 연루돼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제협업팀에 참여한 과테말라 매체 노픽씨옹은 시니발디 전 장관이 과테말라 검찰에 제출한 진술서를 확보해 분석했다.
진술서에 따르면 시니발디 전 장관은 오데브레히트가 주요 고속도로 건설 사업 계약 가격을 부풀릴 수 있도록 한 계획의 "중추" 인물은 중미경제통합은행 전 과테말라 이사라고 주장한다. 또 진술서에는 이 과테말라 이사가 오데브레히트로부터 뇌물을 받았고, 중미경제통합은행으로부터 대출 계약 변경 승인을 받기 위해 다른 중미경제통합은행 이사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적혀있다. 
취재팀은 중미경제통합은행 전 관계자들의 뇌물수수 증거 등 시니발디 전 장관의 모든 주장을 입증하기 위한 독립적인 확인 작업은 하지 못했다. 시니발디 전 장관이 뇌물을 수수했다고 지목한 오스카 움베르토 피네다 로블레스 중미경제통합은행 전 과테말라 이사는 OCCRP에 자신은 뇌물을 수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으며, 오데브레히트에 대한 검찰 수사나 각 법원 소송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피네다 전 이사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그 비난받을 만한 악의적인 인물(시니발디 전 장관)이 저에 대해 악의적으로 언급한 모든 것은 예외 없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고 답했다.
취재팀은 진술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시니발디 전 장관 측을 접촉했다. 그는 피네다 전 국장을 만난 적도 없다며 오데브레히트의 뇌물수수 계획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또한 취재팀이  입수한 진술서는 자신의 신용을 떨어뜨리기 위해 만들어진 가짜라고 주장했다. 시니발디 전 장관은 자신의 진술서가 “과테말라 주요 정치인, 공무원, 국회의원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킬 목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며 "내가 해당 진술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절대 부인한다"고 답했다.
취재팀은 과테말라 검찰과 복수의 사건 관련자를 통해 이 진술서가 진본임을 확인했다. 취재팀은 또 중미경제통합은행의 승인을 받은 대출 계약서 수정본도 입수했다. 계약서에서 사업 비용을 수정함으로써 오데브레히트는 7300만 달러를 선불로 확보했다.
또 은행 내부 관계자는 당시 조직 내부에서 중미경제통합은행 임원들의 뇌물수수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취재팀에 말했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당시 이사가 대출 변경 성사를 위해 돈을 받았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다. 많은 (과테말라) 정치인들과  복수의 (중미경제통합)은행 직원들이 이 대출 건을 위해 뇌물을 수수했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내부에서는 알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오데브레히트는 사명을 노보노르로 변경했다. 노보노르는 자사 대표와 중미경제통합은행 관계자 간의 불법 거래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알려왔다.
오데브레히트 뇌물 스캔들로 20여 명이 체포되거나 수감됐다. 그리고 더 많은 인물들이 재판을 앞두고 있다. 지난 2019년 ‘중대 부패’ 혐의를 이유로 미국의 입국 금지 명단에 오른 시니발디 전 장관도 그 가운데 한 명이다. 현재 그는 오데브레히트 사건뿐 아니라 재임 당시의 다른 부패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시니발디 전 장관은 다른 사건에 대한 질의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알레한드로 시니발디 전 과테말라 사회기반시설부 장관이 지난 2020년 8월 부패 혐의를 자수한 후 호송되고 있다. (출처: 로이터통신, 루이스 에체베리아) 
중미경제통합은행은 또 과테말라 프랑하 횡단 델 노르떼 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부패 의혹이 불거진 이후에도 이 사업에 계속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미경제통합은행은 2008년 이스라엘 건설·부동산 회사 시쿤 비누이의 자회사 솔렐 보네 FTN사(社)가 참여하는 이 고속도로 사업에 최대 2억 3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했다. 그러나 OCCRP가 입수한 정부의 감사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은 이후 몇 년 동안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시공 문제와 감독 실패 때문에 여러 차례 공사가 중단되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솔렐 보네는 감사 자료 내용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지만 OCCRP의 반론 요청에는 응하지 않았다.
유엔 산하 ‘과테말라 반면책국제위원회’(CICIG)와 과테말라 공공부는 2017년 솔렐 보네와 그 지주회사가 시니발디 전 장관이 현직 국회의원으로 재직할 당시와 시설부 장관이었던 시기에 역외 회사를 통해 뇌물을 건넸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니발디 전 장관은 문제의 고속도로 사업에 대한 질문에는 기사 출판 시점까지 답변하지 않았다. 솔렐 보네도 답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솔렐 보네는 과테말라 정부 감사에서 자사 책임이 아니라고 부인한 바 있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이 부패 사건과 관련해 이미 최소 12명이 형을 선고받았다. 
이런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지난해 프랑하 횡단 도로 건설에 대한 대출을 2023년 4월까지 12개월 연장했다. 10월 말 현재, 은행 웹사이트에 따르면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이 사업에 지금까지 약 1억 8500만 달러(약 2500억원)를 대출했다. 
중미경제통합은행이 처음 이 사업 금융 지원에 동의하고 15년이 지났다. 그러나 이 고속도로는 아직 완공되지 못했다. 이 사업을 둘러싼 뇌물 스캔들이 불거지고 공사가 지연됐음에도 불구하고 중미경제통합은행은 대출기간을 연장해준 이후인 지난해 8월 기준, 과테말라 정부 문서에는 솔렐 보네가 여전히 고속도로 건설 계약업체로 기록돼 있다. 
모씨 총재는 OCCRP와의 인터뷰에서 프랑하 횡단 고속도로 사업이 “많은 문제”에 직면했다고 인정했지만, 대출을 연장한 이유는 은행이 부패 혐의로 기소된 솔렐 보네의 계약자였을 뿐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와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이 사건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고, 개인의 행동은 회사와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씨 중미경제통합은행 총재는 최근 OCCRP와의 인터뷰에서 2018년 말 취임 당시 실패한 사업을 물려받았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우리 은행에는 부실해진 민간 부문 대출이 많았다”며 “정말로 실패한 프로젝트가 적어도 스무 개 정도는 있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모씨의 전임이었던 닉 리쉬비쓰 전 중미경제통합은행 총재는 취재팀의 인터뷰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과테말라 시민들이 지난 2015년 8월 정부 부패에 항의하며 오토 페레스 몰리나 당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출처: ‘로카4모션’ 루시 브라운, 알라미 스톡 사진)
최근 코스타리카 검찰은 중미경제통합은행 대출금의 현지 집행을 담당했던 여러 정부 관리들을 또 다른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다.
국제협업팀의 코스타리아 매체 ‘라도 B’가 입수한 법원 기록에 따르면 코스타리카 도로관리청 임원 3명은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에 연루된 정부 사업 가운데 일부는 중미경제통합은행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았다.
코스타리카 건설 회사 H. 솔리스 컨소시엄이 건설한 수도 근교 우회도로 사업도 그 중 하나다. 중미경제통합은행이 최대 2억 23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약정한 사업이다.
이 사건 수사 기록에는 회사 소유주와 도로관리청 관계자들이 중미경제통합은행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논의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수사 자료 중에는 기소된 도로관리청 관계자 카를로스 솔리스 무리요가 멜리다 솔리스 H. 솔리스 대표의 대화를 감청한 파일도 있다. 이 대화에서 두 사람은 중미경제통합은행이 너무 느슨해서 “중미경제통합은행에 승인을 요청”하기만 하면 신용한도 상향도 “그 자리에서 바로 승인”해줄 것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 모두 2021년 영향력 거래 및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다. 코스타리카 검찰은 사건의 진행 상황이나 구속 유지 여부에 대한 취재팀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더 광범위한 뇌물 스캔들에 연루된 100여 명의 인사와 기업에 대한 수사는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미경제통합은행 웹사이트에 따르면 H. 솔리스 컨소시엄 대출금은 아직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취재팀은 중미경제통합은행의 계획이 무엇인지 질의했지만 은행은 답하지 않았다. 기소된 도로관리청 임원 솔리스 무리요, H. 솔리스 대표 멜리다 솔리스와 코스타리카 공공부도 답하지 않았다.
모씨 총재는 부패 스캔들이 “코스타리카 정부의 내부 승인”을 중심으로 일어난 것이라며 은행의 책임이 아니라고 말했다.

개발사업에서 정책까지 

중미경제통합은행의 의심스러운 대출 결정 방식은 해묵은 일이다. 그리고 국제협업팀은 모씨 총재가 2018년 말 취임 이후 이 은행이 대출 수혜국 정부가 자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감독하기 어렵게 만드는 새로운 관행을 도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모씨 총재 취임 이후 중미경제통합은행은 특정 사업이 아닌 빈곤 감소와 같은 큰 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이른바 '정책 기반 대출'이라는 금융지원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정책의 지지자들은 이러한 유연한 접근 방식을 통해 금융지원 수혜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지원금 사용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금융지원은 모니터링이 어렵고 쉽게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금이 각국 정부 국고로 바로 들어가기 때문에 자금이 어떻게 쓰였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 사업에 대한 자금이 아니기 때문에 자금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는지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알베르토 코르테스 중미경제통합은행 전 코스타리카 이사는 “과거에는 특정 사업에 자금을 조달했는데 이제는 정책에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그 정책들이 무엇을 달성할 수 있을지 점점 더 불분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협업팀은 중미경제통합은행 회원국 이사들 사이에 오간 서신을 입수했다. 이 서신에서 일부 이사들은 투명성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정책 기반 대출 도입에 반대했다. 또 회원국의 일상 경비를 지원하는 것은 은행 규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모씨 총재가 대출은 감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한 발언이 더욱 걱정스럽다고 적었다. 
CJI가 입수한 서신에는 “돈이란 한번 공공 계좌에 예치되고 나면 변용적(fungible)인 것이 되기 때문에 원래 주어진 목적이나 공공 정책이 아니라 어떤 다른 유형의 지출에 사용될 수도 있다”고 적혀 있다. 또 “수혜국의 예산 통제 시스템에 투명성, 책임성, 회계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모씨 총재는 중미경제통합은행의 정책 기반 대출은 코스타리카의 요청에 따라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시행된 것이라며 은행의 대출 방식을 옹호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 부족”으로 정책 기반 대출이 널리 알려진 후로 이 방식의 대출 승인을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이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해 정책 기반 대출을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은행 내부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모씨는 OCCRP와의 인터뷰에서 “(총재) 재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회원국의 필요에 따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회원국을 위해 봉사하는 나의 의무를 재선을 위한 세일즈 활동으로 여겼다. 그들에게 내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중미경제통합은행 웹사이트 공개 자료에 따르면 은행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 25억 달러 규모가 넘는 개발정책 기반 대출 13건을 승인했다. 일부는 코로나19 팬데믹 관련 지원이나 기후변화 대응 등의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거의 절반에 이르는 대출 승인 건에 대해서는 “공공정책 조치 및 개발사업 지원”과 같은 모호한 설명만 돼 있다.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온두라스 전력 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2억 5천만 달러의 정책기반 대출을 제공했다. (출처: 디자인픽스, 알라미 스톡 사진) 
이 같은 모호한 대출 중에는 악명 높은 온두라스 국영 전력회사(ENEE)를 지원하는 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정책 기반 대출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국제정책 연구 재단인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은 ENEE 내부의 부패를 “온두라스의 도둑질 네트워크”로 명명하는 연구 자료를 내기도 했다. 온두라스 정부조차도 이전 정권 하에서 ENEE가 수십 년 동안 온두라스에서 가장 부패한 조직 중 하나였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핀 타프 전 유엔대학 세계개발경제연구소 소장은 부패 전력이 있는 조직에 정책 기반 대출을 제공하는 것은 매우 문제적이라고 말한다. 
현재 코펜하겐대학교 개발경제학과에 재직 중인 타프 교수는 “그런 거대 기업들의 행태에 대한 독립적인 기록이 있는데도, 그들이 계속 막대한 자본을 받는다면 명백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NEE는 취재팀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모씨 총재는 해당 대출이 ENEE에 직접 제공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중미경제통합은행의 모든 정책 기반 대출 계약서에는 부패 방지 조항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협업팀은 정책 기반 대출뿐 아니라 다른 유형의 대출에서도 회원국들이 중미경제통합은행의 자금을 원래 약속과 달리 사용한 정황을 포착했다.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엘살바도르 중소기업계에 6억 달러를 지원했다. 이는 중미경제통합은행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였다. 이 대출금이 가장 요긴하게 쓰여야 할 시기에 자금의 3분의 1이 탕진됐다. 
2021년 초 중미경제통합은행이 이 대출을 발표했을 당시 엘살바도르의 경제는 어려웠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년도 엘살바도르의 국내총생산(GDP)이 8% 가까이 급락했고, 엄격한 봉쇄 조치 때문에 많은 이들의 생계가 어려워졌다. 2021년 4월 엘살바도르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모씨 총재는 사업주와 가족을 포함한 400만 명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중소기업 지원 대출금 6억 달러를 같은 해 7월 엘살바도르 정부에 직접 전달했다. 그리고 엘살바도르 정부는 이 돈을 현지 은행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출했다. 그러나 모씨 총재의 설명대로 사용된 대출금은 2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 대신 엘살바도르 예산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중미경제통합은행 대출금 6억 달러 가운데 4억 2500만 달러를 “일반 국가 의무” 계정으로 할당해 자체적으로 필요한 자금을 충당했다. 이 가운데 2억 달러 이상이 엘살바도르의 권위주의 지도자 부켈레 대통령의 관심 사업인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화하는 사업에 투입됐다. 
자칭 ‘세계에서 가장 멋진 독재자’인 부켈레 대통령은 중미경제통합은행의 중소기업 지원 자금을 받기 몇 주 전인 2021년 6월,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채택하는 첫 번째 국가가 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사용하면 해외에서 중요한 송금을 더 저렴하게 받을 수 있고 은행 시스템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도 돈 거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국제 사회에 확신을 주지 못했다. 국제 신용평가 기관 무디스는 그해 엘살바도르의 국채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 중 하나로 부켈레 대통령의 비트코인 계획을 꼽았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부켈레 대통령의 계획에 반대했고, 세계은행도 환경 및 투명성 문제로 이 사업에 대한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그러나 중미경제통합은행은 부켈레 대통령의 계획을 지지했다.
지난 2021년 7월 엘살바도르 의회에서 비트코인법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출처: 소파이미지스, 알라미 라이브 뉴스) 
모씨 총재는 2021년 6월 보도자료에서 중미경제통합은행이 부켈레 대통령의 비트코인 법정화페화 사업 추진에 기술적 지원을 할 것이라며 “중미 지역에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중미경제통합은행 용역 계약 명단을 보면 부켈레 대통령의 계획을 구현하는 연구에 IT 회사를 고용하고 8만 5000달러를 지불했다.
모씨 총재는 해당 연구를 수행한 이유에 대해 엘살바도르에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만드는 데 필요한 법률 및 규제 개혁이 “(엘살바도르) 정부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넘는다”고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OCCRP와의 인터뷰에서 중미경제통합은행은 6억 달러의 중소기업 코로나19 지원 대출금이 비트코인 사업에 활용되도록 의도한 바 없으며 계약서 문구에도 이를 명시적으로 금지했다고 말했다.
모씨 총재는 “엘살바도르와 어떤 비트코인 활동에도 중미경제통합은행의 자금을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한 규약이 있다. 우리는 (비트코인에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엘살바도르가 대출 규약을 어겼는지에 대한 질의에 그는 동의했다. 하지만 그는 "돈은 언제나 변용성이 있는 재화”라며 “우리는 각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취재팀의 해명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부켈레 대통령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실험은 큰 비용을 치른 ‘비싼 실패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국립경제연구국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엘살바도르 정부의 암호화폐 어플리케이션 가입자 가운데 10명 중 1명도 안 되는 사용자만이 아직 이 앱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엘살바도르 경제학자인 세자르 비야로나는 “비트코인법이 통과되었지만 현실에서 비트코인은 실체가 없고 법정화폐 역할을 하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비야로나는 “법은 있지만 현실도 존재한다”며 “현실은 엘살바도르는 여전히 달러 사용이 지배적인 국가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씨 중미경제통합은행 총재도 비야로나의 분석에 동의했다. 그는 “일련의 비트코인 법정화폐 사태가 지나간 뒤 엘살바도르 경제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1%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위주의 정권의 자금 창구 

지난 5월, 니카라과의 변호사이자 정치 활동가인 후안 디에고 바르베레나는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에 있는 중미경제통합은행 사무소 앞에서 모씨 총재의 재선에 반대하는 소규모 시위를 벌였다.
바르베레나 변호사는 모씨 총재 리더십 아래의 중미경제통합은행이 니카라과의 오르테가 독재 정권의 주요 자금줄이 되었다고 지적했다. 또 오르테가 대통령뿐만 아니라 다른 중미 지역 권위주의 지도자들에게도 호감을 얻기 위해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OCCRP와의 인터뷰에서 “모씨 총재의 전략은 무차별적이고 자의적인 대출을 제공하고 자신의 재선에 중미경제통합은행 창립국 대다수의 지지를 얻는 것이다”라며 “이는 투명성과 책임성의 문제”라고 비판했다.
중미경제통합은행이 중미 지역의 권위주의 지도자들, 특히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에게 자금을 지원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지역 밖에서도 커지고 있다.
올해 초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모씨 총재는 정치적 지지를 위해 대출로 니카라과의 잔혹한 정권을 떠받치고 있다는 거듭된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니카라과 인권 변호사 후안 디에고 바르베레나가 지난 5월 코스타리카 수도 산호세에 위치한 중미경제통합은행 사무실 앞에서 단테 모씨 총재 재선에 반대하는 소규모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출처: OCCRP) 
토론회 다음 날, 미의회 상,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니카라과를 제외한 중미경제통합은행 창립 4개국 대표들에게 각각 서한을 보내 중미경제통합은행의 니카라과 자금 지원에 대한 감시와 투명성 강화를 요청했다.
미 상하원 외교위원장들은 서한에서 “미국은 최근 몇 년 동안 (니카라과) 오르테가 정권에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다자 기관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자금 지원을 축소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우리는 귀국 정부가 중미경제통합은행 대출에 대해 유사한 정책을 추진하길 촉구한다”고 적었다.
또한 지난 6월 미 상원에 발의된 법안에서도 중미경제통합은행이 거론됐다. 이 법안은 미 국무부가 니카라과 정권에 이익을 주는 투·융자를 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OCCRP는 중미경제통합은행 웹사이트에 공개된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대출 기록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중미경제통합은행이 수십 년 동안 승인한 금융 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중미 지역에서 가장 민주적인 국가로 언급되는 코스타리카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은 2019년 이후 바뀌었다. 2019년 엘살바도르와 니카라과가 중미경제통합은행 역사상 가장 큰 대출금을 받아갔다. 2021년 기준, 중미경제통합은행이 각 국가에 제공한 대출 금액은 2018년 총액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엘살바도르와 니카라과가 중미경제통합은행 대출금을 가장 많이 받아간 시기는 2021년이다. 이 때는 니카라과 오르테가 대통령이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는 시민 사회와 언론인을 광범위하게 탄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시기다. 그리고 엘살바도르에서는 부켈레 대통령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영토 통제 계획을 강행했는데,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엘살바도르 경찰과 국방부에 대출을 승인하기도 했다.
한 시민단체는 2020년 엘살바도르 의회에 군대가 진입한 사건을 1980년부터 1992년까지 이어진 엘살바도르 내전 당시 가장 암울했던 나날과 비교했다. 내전 당시 전투에 지친 군인들이 의회를 점거했다. 대통령의 새로운 안보 계획을 지지하도록 국회의원들을 압박하기 위해서였다.
2020년 2월, 엘살바도르 야당 의원들이 1억 900만 달러 규모의 중미경제통합은행 자금 차입 계획안을 승인하는 표결을 거부하자 군대가 의회에 쳐들어왔다. 엘살바도르 군이 의회에 진입한 것은 1992년 내전 종식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문제의 차입 계획 승인은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이른바 ‘영토 통제 계획’(territorial control plan) 3단계 추진에 필요한 것이었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영토 통제 계획 3단계는 전국적으로 만연한 폭력 조직 소탕이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 계획을 추진한기 위한 차입 계획안은 이듬해 비준됐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던 이 차입금 가운데 수백만 달러가 엘살바도르 경찰과 국방부에 투입됐다. 그 돈은 감시 장비와 헬리콥터 구입 등에 쓰였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후안 파피에르 미주 부국장은 “개발은행이 엘살바도르 경찰처럼 폭력적인 집단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을 대규모 투옥시키는 것도 중미경제통합은행이 대출을 보류할 만한 충분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2022년 3월, 부켈레 대통령은 엘살바도르 전역에 걸쳐 시민의 자유를 제약하는 ‘예외 상태’(state of exception)를 선포했다. 
이후 엘살바도르 정부는 7만 2000명 이상을 구금했다. 인권단체들은 자의적인 구금부터 구금 중인 사람들에 대한 살해와 고문에 이르기까지 엘살바도르 경찰과 군대가 저지른 일련의 학대 실태를 문서로 기록했다.
중미경제통합은행은 부켈레 대통령의 영토 통제 계획 2단계와 3단계를 위한 2억 달러 규모의 대출금을 아직 지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은행은 여전히 부켈레 정권을 지원하고 있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예외 상태를 선포한 지 불과 몇 달 뒤인 2022년 중반, 은행은 영토 통제 계획을 위한 대출의 만기를 1년 연장하도록 결의했다.
모씨 총재는 엘살바도르의 대출금이 “다양한 활동으로 이뤄진 시민 안전 프로그램”에 투입될 것이었기 때문에 중미경제통합은행은 대출을 승인했으며 “면밀히 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미경제통합은행은 금융 지원 금지 사업 목록을 갖추고 있으며, 그 기준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또 “이 규제 목록이 잘 지켜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엘살바도르의 안보 계획도 주의 깊게 감독했다”고 말했다.
아세베도 엘살바도르 중앙준비은행 전 총재는 중미경제통합은행이 니카라과와 엘살바도르에 대한 대출을 늘린 것이 “충격적”이라며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아세베도 전 총재는 “결국 재정적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는 평판 위험을 낳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니카라과와 엘살바도르에 대한 대출금 증가와 관련해 질문하자, 모씨 총재는 각국의 자금 수요는 “각국의 지배구조와 선거 주기, 사업 실행 능력, 우리 은행 자금을 대출하고 싶어하는 의향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하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대출 수요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그는 중미경제통합은행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차기 총재가 누가 되든 재정적 압박과 정치적 역풍에 직면한 중미경제통합은행의 중요한 시기를 이끌어야 한다. 총재 지원자만 240명이 넘는다. 은행은 최종 후보를 3명으로 압축했으며 오는 17일에 차기 총재를 발표할 예정이다. 
총재 후보자 중에는 12월에 공식 퇴임하는 모씨 총재를 대리해 현재 많은 업무를 맡고 있는 과테말라 경제학자 하이메 로베르토 디아즈 팔라시오스 중미경제통합은행 수석 부총재도 있다.
10월 말, 모씨 총재는 중미경제통합은행 회원국 의장단에 서한을 보내 이미 총재 선거에 출마한 팔라시오스 부총재에게 은행 운영의 실권을 주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인선 과정의 공정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모씨 총재는 서한에서 “이사회가 불법적인 방식으로 총재 직무를 부총재에게 이양시켰는데 부총재가 차기 총재 후보자 명단에 올랐다는 것은 무언가 결함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적었다.
그는 또 코스타리카 출신의 또 다른 총재 후보가 과테말라에서 중미경제통합은행 이사회와 만난 것에 대해 “후보 선정 과정 전체의 중립성이 우려스럽다”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지적했다.
모씨 총재는 OCCRP와의 인터뷰에서 중미경제통합은행 재직 기간을 되돌아보며 자신이 이룬 업적에 만족스러워 했다. 그는 “나는 워싱턴DC에 살며 세계은행에서 고액 연봉을 받는 임원이었다”라며 “(중미경제통합은행 총재를 맡아) 고생을 감수했고,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작진
취재일라이 모스코위츠(OCCRP), 조니 레이트(OCCRP), 매들린 픽슬러(컬럼비아 저널리즘 인베스티게이션), 빌 바레토(노픽씨옹), 에르네스토 리베라(라도 B), 다니엘 발렌시아(레다씨옹 레저날), 앤드류 리틀(컬럼비아 저널리즘 인베스티게이션)
데이터로미나 콜먼(OCCRP)
리서치앵거스 피콕(OCCRP)
디자인제임스 오브라이언, OCCRP, 이도현
웹출판허현재
번역 감수김지윤 홍우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