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1억' 뒷받침 '척당불기' 동영상 발견
2017년 12월 25일 18시 42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한 여론조사 기관’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홍 대표는 21일, 22일 이틀에 걸쳐 4차례나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여론조사기관이 여론조사를 조작하고 있다”, “청와대의 국정여론 조사를 전담하고 관제여론 조사를 하고 있다” 는 식의 글을 실었다.
홍 대표가 말하는 여론조사기관은 ‘한국갤럽’이다. 과연 홍 대표의 주장이 사실일까?
홍 대표의 한국갤럽 마지막 여론조사 지지율은 16%였다. 그리고 갤럽이 대선 직전 5월7일과8일 조사해 대선 당일인 9일에 발표한 득표예상치는 22.3%로 실제 득표율 24.1%와 큰 차이가 없다.
당시 대선 투표일이 가까와질수록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홍 후보의 지지율은 막판에 상승곡선을 그렸다. 당연히 일주일 전 조사에서 나타난 홍 후보의 지지율은 실제득표율보다 낮을수 밖에 없다. 그런데 홍 대표는 대선 일주일 전에 조사한 마지막 여론조사와 9일의 실제 득표율을 비교하면서 마치 여론조사에 조작이 있었다는 식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갤럽의 여론조사가 조작됐다는 홍대표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은 다른 여론조사기관의 발표 내용을 비교해도 확인할 수 있다.
대선 일주일 전인 5월 2일 발표된 각 조사기관의 19대 대선 마지막 여론조사를 보면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 16%~21.2%로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자유한국당의 정책연구원인 여의도연구원 자체조사에서만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24.9%로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위의 각 여론조사기관의 지지율 조사를 보면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 전화면접으로 조사했을 때보다 ARS 방식으로 조사했을 때 높게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갤럽 기획조사실 장덕현 부장은 “응답률의 높고 낮음에 따라 발생하는 표본특성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사원이 전화로 물어보는 전화면접의 경우 응답률이 보통 10%가 넘고 ARS(자동응답방식) 조사의 경우 응답률이 5% 이내로 낮게 나타나는데 응답률이 낮을수록 적극적인 정치 관심층이 많이 포함되고 정치 관심이 적거나 중도적인 사람들이 적게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ARS 조사의 경우 적극적인 보수층이나 적극적인 진보층의 응답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조사된다는 것이 갤럽측의 설명이다. 19대 대선 마지막 여론조사의 응답률을 보면 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갤럽의 경우 28.3%로 가장 높았고 혼합방식을 사용한 리얼미터는 13.5.% ARS 조사방식을 사용한 조원씨앤아이는 5.8%, 알앤써치는 4.3%로 낮았다. 특히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온 여의도연구원의 경우 응답률이 2.2%로 가장 낮았다.
리얼미터의 권순정 조사분석실장은 갤럽측의 설명에 동의하면서 이를 ‘침묵의 나선효과’라고 부연설명했다. 예를 들어 당시 자유한국당 지지층 중 이른바 ‘샤이 보수’의 경우 조사원이 전화 통화로 물어볼 경우 ‘바른정당’을 지지한다는 식으로 실제와 다른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ARS로 여론조사가 진행될 경우 숫자단추를 눌러 항목을 고르기 때문에 비교적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게 된다는 것이 권 실장의 분석이다.
이런 경향은 현재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난다.
1월 3주차 정당지지도를 보면 자유한국당 지지도는 한국갤럽 조사에서 9%,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17.9%다.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것을 놓고 홍 대표는 갤럽의 조사가 조작됐다고 주장하지만 조사방식의 차이점과 ‘침묵의 나선효과’를 감안하면 충분히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문재인 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에 반대입장에 있는 유권자의 경우 전화면접에서 자신의 의사를 솔직히 드러내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의 지지도가 낮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준표 대표는 한국갤럽이 100억 원이 넘는 청와대의 국정여론조사를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정권의 입맛에 맞춰 자유한국당의 지지도가 낮게 나오도록 ‘관제여론조사’를 하고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확인해본 결과 홍 대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정부에서 하는 여론조사는 2가지가 있다. 각 정부부처에서 정책 입안을 위해 실시하는 각종 공공정책조사가 있고 청와대에서 하는 국정수행에 관한 여론조사가 있다.
정부부처에서 실시하는 공공정책조사는 정부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를 통해 발주하고 심사를 거쳐 조사대상 기관을 선정한다. 1년 규모는 전체 여론조사 시장의 20% 정도인 약 천억 원에 이른다. 규모가 큰 시장인만큼 공공정책조사에는 국내의 수많은 여론조사기관이 참여한다.
청와대에서 하는 여론조사는 정부마다 규모가 다르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우 1년 예산이 약 10억 안팎이다. 청와대의 정무수석실의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수시로 의뢰해 조사하는 것도 있고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하는 것도 있는데 전체예산은 1년에 십 수억 원 정도로 보면 될 것”이라면서 “업체는 여러 곳을 선정해 돌아가면서 하는데 대상 조사기관에 한국갤럽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갤럽측 관계자도 문재인 정부들어 청와대로부터 의뢰받은 여론조사는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즉, 홍준표 대표의 주장대로 청와대의 국정여론조사 비용이 100억 원을 넘는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고 한국갤럽이 문재인정부 청와대의 국정여론조사를 사실상 전담하고 있어 관제여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자유한국당의 지지도가 낮게 나오자 관제여론조사니 괴벨스정권이니 하면서 조사결과의 의미를 폄훼하고 있지만 그 주장의 근거를 살펴보면 사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취재: 최기훈
그래픽:하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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