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사원’ 해고하면서 김승연 일가에 천억대 일감

2014년 04월 15일 21시 15분

경영난에 처했다며 입사 1년차 고졸 직원까지 무더기 해고한 한화투자증권이 한화S&C 등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총수 일가 기업에 최근 3년 간 모두 1300여억 원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일감 몰아주기는 대부분 수의계약을 통해 이뤄졌고, 한화투자증권은 대규모 적자가 발생한 상태에서도 총수 일가 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

직원 600명 감축하면서 한화S&C 등 총수일가 기업에는 두배 이상 용역 늘려

뉴스타파가 한화투자증권과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인 한화S&C, 한컴, SNS에이스 등의 한화그룹계열사 3곳의 연결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한화투자증권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IT서비스 업체 ‘한화S&C’에 최근 3년 간 천 억원 넘는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전산 용역계약을 통해서다.

▲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아들 김동관(50%), 동원(25%), 동선(25%)씨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IT서비스 회사다.

 

▲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의 아들 김동관(50%), 동원(25%), 동선(25%)씨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IT서비스 회사다.

2010년 150억 원이던 전산용역비가 2011년에는 267억 원, 적자가 극심했던 2012년에는 오히려 411억으로 급증했다. 이어 지난해 382억 원을 포함해 한화투자증권이 적자를 기록한 최근 3년간 ‘한화S&C’에 몰아준 용역계약은 모두 1060억 원 규모다. 더구나 전산용역 계약 106건 가운데 60%는 공개 경쟁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 한화투자증권은 적자기간 기존보다 전산용역비 지출을 두 배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3년간 1000억 넘는 돈을 한화S&C에 몰아줬다.

 

▲ 한화투자증권은 적자기간 기존보다 전산용역비 지출을 두 배 이상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3년간 1000억 넘는 돈을 한화S&C에 몰아줬다.

한화투자증권은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김승연 회장의 부인(지분율 30.1%)과 한화S&C(69.9%)가 소유하고 있는 한화 계열 광고회사 ‘한컴’과의 내부 거래도 늘렸다. 거래액은 2011년 57억, 2012년 105억으로 증가했다가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시작된 2013년 31억으로 줄었다. 김승연 회장이 100%지분을 가진 SNS에이스에는 2011년 14억 원, 2012년 28억 원, 2013년 17억 등 꾸준히 일감을 몰아줬다.

한화투자증권이 지난 2011년부터 3년 간 이들 기업과 내부 거래한 규모는 모두 1300여억 원으로, 같은 기간 한화투자증권의 누적 적자 1500여억 원과 맞먹는다.

 2008년2009년2010년2011년2012년2013년
한화투자증권714637585-134-731-655
3개 총수 일가 기업
내부거래 금액
170171172338544430

<자료 :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연결감사보고서 기준>

 한화투자증권이 적자를 내는 동안 총수일가 기업은 꾸준히 성장했다. 한화S&C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422억에서 2013년 1257억으로 급증했고, 한컴은 2011년 1억에서 17억으로 증가했다. SNS에이스도 11억에서 29억으로 순이익이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총수일가 일감을 몰아주기 거래가 시장경제를 저해한다고 보고, 총수일가 지분 20%이상인 비상장기업(상장사는 30%)을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고 있다.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채이배 회계사는 “한화투자증권의 경우에도 총수일가 기업에 몰아준 용역비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시장거래 가격 보다 과도하게 용역비를 책정하는 등의 부당지원은 없었는지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한화투자증권이 적자를 내는 동안 총수 일가 3개 기업은 고속 성장했다.

 

▲ 한화투자증권이 적자를 내는 동안 총수 일가 3개 기업은 고속 성장했다.

그러나 한화투자증권은 적자의 원인이 과도한 인건비라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2012년 250명을 희망퇴직 형식으로 내보낸 데 이어 지난해에는 감원규모를 350명으로 늘렸다. 사표를 내지 않은 7명은 정리해고했다.

적자핑계 직원 연봉 30% 줄인 반면 등기이사 연봉 20%은 올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며 직원 평균 연봉은 2011년 7300만원에서 2013년 5200만원으로 30%가까이 줄였다. 그러나 같은 기간 등기이사 연봉은 20% 넘게 올려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였다. 2011년 등기이사 평균연봉은 2억9500만 원에서 2013년 3억5800만 원으로 상승했다.

▲ 한화투자증권에서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정리해고 된 7명은 석달 째 김승연 회장의 자택과 한화그룹 본사, 한화투자증권 여의도 사옥 앞을 돌며 해고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 한화투자증권에서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정리해고 된 7명은 석달 째 김승연 회장의 자택과 한화그룹 본사, 한화투자증권 여의도 사옥 앞을 돌며 해고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를 하려면 경영상 긴박한 필요가 있어야 하고, 그 원인에 대해 근로자에게 충분한 설명을 해야 한다. 한화투자증권에서 희망퇴직을 거부하다 정리해고 된 윤택민 씨는 “적자의 원인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이를 거부한 사람들은 모두 정리해고 했다”며 “임원 연봉 올려주고, 총수일가에 일감 몰아주느라 발생한 적자를 애꿎은 직원들에게 돌리는 것은 명백한 부당해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투자증권은 서면답변을 통해 “긴박한 경영상 위기로 정리해고 했기에 부당해고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 뉴스타파는 총수일가에게 일감을 몰아주면서 경영 위기라며 직원들을 정리해고 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 묻기 위해 주진형 대표를 찾았지만 그는 답변을 피했다.

 

▲ 뉴스타파는 총수일가에게 일감을 몰아주면서 경영 위기라며 직원들을 정리해고 한 것이 적절한 것인지 묻기 위해 주진형 대표를 찾았지만 그는 답변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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