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와 광물공사 9화 : "볼리비아 리튬은 VIP 치적 위해 기획된 사업" 광물공사 내부문건 최초 공개
2018년 10월 12일 07시 57분
사. 자. 방. MB정부가 벌인 대형국책사업은 온통 의혹투성이다. 그 중 해외자원개발을 명분으로 이명박 정부가 벌인 이른바 자원외교 비리는 4대강, 방산비리와 함께 이명박 정권의 부도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이었다. 31조 원이 투입됐고 그 중 13조 원 이상이 날아갔지만 책임자가 누구였는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MB정부 자원외교에는 공기업들이 대거 동원됐다. 한국광물자원공사(KORES)는 그 중 하나다. 이명박 정부에서만 2조 원 넘는 혈세가 투입됐고 20개 넘는 해외자원개발 사업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광물공사는 50년 역사를 뒤로한 채 간판을 내려야 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뉴스타파는 광물자원공사가 벌인 이명박 자원외교의 실체를 다시 추적, 앞으로 10회에 걸쳐 보도한다. 그 많은 혈세가 사라졌는데 누구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이 같은 참사의 재발을 막을 수 없고 국격(國格)을 세울 수 없다는 절박함에서 취재를 시작했다. 뉴스타파는 검찰수사와 감사원 감사 때도 확인되지 않았던 광물자원공사 내부문서와 MB자원외교의 산증인인 광물자원공사 전현직 간부들의 육성증언을 차례로 공개한다. <편집자 주> |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광물자원공사(이하 광물공사)는 전세계에서 20개가 넘는 자원개발 사업을 벌였다. 그 중 대부분은 실패로 끝났고, 2조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 모두 국민들이 낸 세금이었다. 하지만 같은 시기 광물공사는 정부 경영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고 230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챙겼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광물공사 직원 3명이 정부로부터 훈장을 받은 사실이 새롭게 확인됐다. 천문학적인 세금이 날라갔는데도, 돈잔치 훈장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광물공사는 실적보다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명박의 형 이상득의 주도로, 되지도 않을 사업이라는 걸 알고도 추진했던 볼리비아 리튬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2년 10월 광물공사 감사실이 작성한 남미리튬사업 관련 보고서에는 이를 보여주는 기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09년 처음 이 사업에 뛰어들 때부터 2012년까지 총 31개 언론사가 155개의 홍보기사 쏟아냈다는 내용이다. 보도된 내용만 보면, 우리나라는 이미 볼리비아 우유니 호수의 리튬을 다 가져오고도 남았다. 이런 기사 중 상당수는 광물공사가 취재비를 지원해 만들어진 기사였다. 보도 목록에서 낯 뜨거운 제목의 기사들이 여럿 확인됐다.
- 세계 최대 리튬창고 한국이 연다 (머니투데이, 2009년 8월 17일) - 차세대 자원 리튬, 한국 선점 ‘청신호’ (KBS, 2010년 8월 17일) - 전세계 절반 매장량 ‘볼리비아 리튬’ 개발 선점 (동아일보, 2010년 8월 18일) - MB ‘자원 외교’ 또 한번 빛났다 (문화일보, 2010년 8월 26일) - 리튬개발 양해각서 획기적 내용 (조선일보, 2010년 8월 27일) - 공격적 자원외교, 승전보 계속된다 (한국일보, 2010년 8월 28일) |
취재진은 이명박 정부 당시 광물공사 사장을 지낸 김신종 씨를 찾아가 ‘왜 그렇게 홍보에 매달렸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그는 황당하게도 볼리비아 리튬사업을 다룬 언론보도가 모두 오보라고 주장했다.
나는 볼리비아 리튬개발권을 얻었다고 말한 적이 없다. 볼리비아 정부와 얘기가 잘 되고 있다고만 말했다. 그런데 언론들이 알아서 마치 사업이 다 된 것처럼 기사를 썼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나에게 물어본 언론이 하나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자원외교를 MB의 치적으로 부풀리고, 결국 엄청난 국고 손실을 초래한 책임은 언론에도 있다고 말했다.
많은 기자들이 MB자원외교의 실상을 사실보도하지 않았다. 그 결과 잘못된 정보가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지금이라도 언론은 정론직필을 못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광물공사가 국민 세금 1조 5000억 원을 투자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암바토비 니켈광산은 이명박 정권 당시 광물공사가 벌인 대표적인 해외자원개발 실패 사례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시작된 이 사업에 이명박 정부는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2013년 광물공사 비밀TF가 작성한 백서 ‘반성과 과제’에는 암바토비 사업의 문제가 자세히 기술돼 있다. ‘플랜트 운영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했고, ‘군부 쿠데타가 나면서 사업에 어려움이 생겼다’는 내용과 함께, 2011년 플랜트 공사가 미처 끝나기도 전에 준공식부터 열었다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기자들까지 대동해 벌인 행사였다. 당시 준공식 행사는 ‘광물공사 50년사’에 한 장의 사진으로 남아 있다. 암바토비 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된 건 준공식을 하고 1년 6개월이나 지난 후부터였다. 지난 7월, 취재진이 경남 합천의 해인사에서 만난 최항도 전 광물공사 이사는 이 사업에 대한 얘기가 시작되자 분통을 터뜨렸다.
광물공사 이사가 된 뒤 암바토비를 방문했다. 그런데 적자투성이 회사의 현지 대표라는 사람이 전용기까지 임대해 사용하고 있었다. 아무도 그걸 문제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만큼 관리가 안 되고 방만하게 운영된 것이다. 너무 화가 나서 당장 전용기를 없앴다. 대통령과 이상득 의원이 관심을 갖고 있던 사업이다보니 묻지마 식으로 운영된다는 느낌이었다.
취재진은 ‘반성과 과제’에 담긴 의문의 준공식과 관련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광물공사와 함께 이 사업에 참여했던 한 민간기업 대표에게 연락했다. 그는 당시 상황을 코미디 같았다고 회상했다.
공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준공식 세레모니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넌센스 중의 넌센스였다. 우리는 말이 안 되는 행사라고 생각해 참석하지 않았다. 광물공사의 요청으로 행사비만 일부 지원했다. 한마디로 코미디같은 상황이었다. 김신종 사장 나름의 정치적 동기가 작동한 행사라고 생각했다.
준공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암바토비 사업은 아직도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 누적 손실액만 1조 원, 매년 1000억 원이 넘는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벌인 이 준공식 행사는 이명박 정권이 어떻게 광물공사를 망가뜨렸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다.
백서를 만들면서 파트너인 민간기업들을 만나 당시 상황을 들었다. 창피했다는 말이 많이 나왔다. 그리고 이 준공식 이후로 해외 파트너사들이 광물공사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광물공사는 물론 대한민국 전체를 우습게 보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었다. 광물공사 임원으로서 부끄러웠다.
그럼 왜 광물공사와 김신종 사장은 아무런 성과가 없는데도 거짓 홍보를 계속했던 것일까. 광물공사 관계자들은 당시 정권의 치적 홍보와 사장의 정치적 욕심이 결합한 참사였고, 공공기관 경영 평가제도도 한 몫을 했다고 말한다.
김신종 사장이 빨리 성과를 내서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려고 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럼 실제로 이명박 정부 광물공사와 김신종 사장은 정부 경영평가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취재진은 이명박 정권 당시 광물공사의 경영평가 자료와 당시 언론보도를 확인해 봤다. 김신종 전 사장 취임 이후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광물공사가 90개가 넘는 공공기관 중 A 등급과 B등급을 번갈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기관장 평가도 마찬가지였다. 그 결과 광물공사는 이명박 정부에서만 230억 원의 성과급을 챙겼고, 김신종 사장도 수 억 원을 개인적으로 받았다. 사업은 엉망이 됐는데도 국민 세금으로 돈잔치가 벌어진 것이다.
그런데 광물공사가 이명박표 자원외교를 주도한 대가로 받은 건 성과급만이 아니었다.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수여되는 훈장도 받았다. 뉴스타파는 이명박 정부 당시 훈장을 받은 사람들의 명단 속에서 광물공사 임직원 3명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 해외자원개발사업에 공이 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훈장을 받은 사람 중에는 해외자원개발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홍보전문가도 끼어 있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광물공사가 얼마나 홍보를 강조하고 중요한 경영판단기준으로 삼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이명박 정부 당시부터 자원외교 사업은 수시로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무분별한 사업에 대한 지적, 부풀려진 경제성 평가 등이 논란거리였다. 하지만 정작 정부를 감시해야 하는 국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취재진은 MB 자원개발과 관련 국회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 국회 회의록을 모두 확인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이 자원외교에 맞장구를 치고, 심지어 이명박 정부의 황당한 자원개발 폭주를 도운 사실이 곳곳에서 확인됐다.
우리나라 광물자원공사 우라늄 자주개발률 이번에는 0%는 아닌 것 같은데 확보한 것 이 자리에서 선전 좀 잘 해 보십시오. 앞으로 좀 더 많이 노력을 해서 우라늄 자주개발률을 좀 더 높여 주시기 바랍니다.
우라늄 자급율이 1.1% 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이게 2020, 30년 되면 우라늄이 고갈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서 광물공사는 무슨 대책이 있습니까?
심지어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특사자격으로 자원외교에 몰두한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을 비호한 사람도 있었다.
우리 이상득 부의장님이 세계 각지를 다니면서 직접 일선에서 역할도 하고 계신다. 광물공사로서는 상당한 호기라고 생각한다.
취재진은 2010년 당시 광물공사와 자원외교를 명분으로 아프리카를 다녔고, 국회 국정감사에서 김신종 사장 등 이명박 자원외교의 책임자들을 애국자라고 치켜세웠던 김성회 전 의원에게 연락했다. 사기극으로 끝난 MB 자원개발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은 자원개발사업과는 별 관련이 없는 사람’이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난 국방쪽 전문가라 자원외교쪽은 잘 모른다. 당시 산자위원으로 공부를 좀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아프리카를 따라가고 했다. 그 정도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결국 정부를 감시해야 할 국회와 언론이 MB 정권과 맞장구를 치고 있는 사이 국민 세금 수십조 원이 공중분해된 것이다.
뉴스타파가 광물공사의 이명박 자원비리를 다시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5월이었다. 수십조 원이 사라졌지만 아무도 처벌받지 않은 이 사건의 책임자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시작된 취재였다. 취재과정에서 뉴스타파는 전직 광물공사 임원들로부터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실체에 관한 증언을 확보했고, 그 동안 감춰졌던 자료들을 발굴했다. 광물공사의 전직 임원들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50년 역사의 광물공사가 더는 오욕의 역사를 써서는 안 되며, 자원개발사업은 게속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원료 광물을 거의 100%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원료광물의 안정적인 공급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비록 많은 문제와 잘못이 있었지만 자원개발사업이 포기돼선 안 된다. 실패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광물공사가 국가경제에 보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정권 차원에서 졸속적으로 사업이 추진된 부분이 있었다.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무리한 투자가 진행됐고 결과적으로 국민세금을 낭비하는 부실이 초래됐다. 국민들과 광물공사 직원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다. 하지만 미래 우리 경제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자원개발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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