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연대 협업하는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 회원 언론사인 ‘뉴스어디'(https://newswhere.org/)가 취재했습니다.(뉴스레터 구독)
한국 최초 미디어 감시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어디’는 창간 특집으로 ‘기사형 광고’ 추적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광고는 말 그대로 광고로 보지만, 기사는 언론인의 취재와 검증을 거친 콘텐츠로 보고 대체로 믿습니다. 그래서 '기사처럼 생긴 광고'가 등장했습니다. 기사의 ‘신뢰'를 광고에 끼워파는 것이죠. ‘기사형 광고'는 언론사의 주요 변종 돈벌이 수단이 됐습니다. '광고'지만 ‘기사’로 위장한 탓에 허위 정보가 들어있어도 믿는 사람이 많고, 이것이 큰 피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른바 ‘가짜뉴스'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는 학문적 법적 개념도 아니고 실체도 모호합니다. 전 세계 독재자나 권위주의 정부가 비판언론을 공격하기 위해 즐겨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그러나 가짜뉴스라고 부를 만한 게 있습니다. 바로 심의규정을 어긴 ‘기사형 광고'입니다. ‘뉴스어디’는 기사형 광고 심의규정을 위반한 언론사와 문제 기사를 전수조사해 특별페이지 '내가 본 기사, 사실은 광고라고?'에서 공개합니다. ‘기사형 광고’ 피해 사례도 추적해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252명이 아파트 분양 사기를 당했다. 피해액은 약 260억 원. 2017년부터 추진한 서울 옥수동 지역주택조합 ‘한강 옥수 우림필유’ 이야기다. 조합장 한 모 씨, 감사 박 모 씨 등 8명이 34층짜리 4개 동, 593가구 규모 아파트 사업을 추진한다며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조합원을 모집했다. “강남보다 저렴하지만 강남과 비슷한 생활권이라는 의미의 ‘뒷구정동’”, ‘2억원 웃돈 기대’ 등의 기사가 나오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강남 생활권 돋보인다더니 이제와 ‘원수에게 권하는 아파트’?
지난 10월 16일 한 모 씨 일당이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되자 몇몇 언론은 이 사건이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아파트’라는 점에 주목했다. “원수에게 권하는 지주택”이라거나 주택법이 허술해 사기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지적대로 지주택의 사업 성공률은 10~20%에 불과하다. 일반인이 조합을 이뤄 시작하다 보니 전문성도 떨어지고 사업 속도도 느리다. 재개발, 재건축과 달리 땅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하는데, 토지 확보율이 95%를 넘지 않으면 사업 승인이 나오지 않는다. 옥수동 지주택 사기 일당은 조합원들에게 토지를 80% 확보했다고 했지만 실제 확보율은 8%에 불과했다. 이런 지주택 특성 때문에 사기가 자주 발생한다. 옥수동 지주택이 사업을 시작한 201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주택 사기 피해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기사처럼 보이게 기자 이름도… 지주택 조합원 “기사형 광고 판단 어렵다”
지주택 사업의 문제를 몰랐을 리 없는 언론사들이 2017년에는 과연 이 옥수동 사기분양 사업을 어떻게 다뤘을까.
조선일보는 <탁 트인 한강 조망, 일반 분양보다 10~20% 저렴하게 누릴 수 있다>(2017년 4월 27일 고석태 객원기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조합원 모집을 통해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이기 때문에 일반 분양 아파트에 비해 훨씬 낮은 공급가” 등을 강조했다.
옥수동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의 강점을 부각한 2017년 4월 27일 자 조선일보 기사형 광고. 지주택 관련 부정적 측면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지주택은 원수에게 권하라’고 한 디지털타임즈는 5년 전에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이기 때문에 일반 분양 아파트 대비 훨씬 저렴한 공급가로 한강 조망”을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자치구에 토지소유권율 등을 문의해볼 수도 있었지만, 이를 확인한 보도는 한 건도 없다.
디지털타임즈는 2017년 지주택 아파트를 두고 “일반 분양 아파트 대비 훨씬 저렴한 공급가”를 강조했지만, 2023년에는 ‘지주택은 원수에게 권할 아파트’라고 적었다.
매일경제와 동아일보는 당시 부동산 정책을 언급하며 분석하듯 ‘기사처럼’ 기사형 광고를 썼다. 매일경제 <한강조망·초역세권·강남생활권⋯3박자 다 갖췄다>(2017년 4월 12일 배윤경 디지털뉴스국 기자), 동아일보 <“한강조망권, 초역세권에 강남생활권까지 다 갖췄네”>(2017년 4월 20일 김민식 기자) 등은 “11·3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 체감 경기가 얼어붙었지만, 웃돈까지 붙은” 지역으로 옥수동을 지목하며, 이 아파트 사업을 언급했다. 옥수 우림필유의 한 조합원은 “저희가 본 광고가 기업형 광고(기사형 광고를 말함)인지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했다. 사실상 광고인지 몰랐다는 말이다…(전체 기사 보기: https://newswhere.org/news/money/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