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일가 연루 조세도피처 회사 또 발견
2017년 11월 06일 03시 02분
서울 중구 의주로에 있는 레지던스 호텔입니다. 2006년 완공된 지상 23층의 현대식 건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이 호텔의 주인은 예전에 동성개발로 불렸던 디에스디엘이란 회사입니다. 효성그룹 창업자 고 조홍제 회장의 셋째 아들 조욱래씨가 회장입니다.
조 회장은 97년 IMF 때 주력기업인 효성기계가 부도가 난뒤 부동산 개발업을 발판삼아 재기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조 회장은 지난 2007년 말 디에스디엘의 지분 93%를 자녀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디에스아이브이란 회사에 넘깁니다. 장남 현강씨가 대표입니다.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자녀들 개인에게가 아니라 법인에 증여했습니다.
세무당국은 당시 법인세만 120억 원을 부과했다가 나중에 완전포괄주의를 적용해 세 자녀에게 모두 254억의 증여세를 더 내라고 통보했습니다. 어쨋든 매출 20억짜리 자녀들의 회사가 매출 2백억원이 넘는 아버지 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게 됐습니다.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 된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수상한 점이 드러납니다. 같은 해 3월에 조욱래 회장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자본금 5만달러짜리 페이퍼 컴퍼니를 하나 만듭니다. 주거래은행으로 추정되는 골드만삭스 싱가폴 지점의 소개로 PTN이란 조세피난처 법인설립 대행회사를 통해서였습니다.
회사이름은 퀵 프로그레스 인베스트먼트 주식회사.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공동취재를 통해 찾아낸 자료를 보면 조 회장이 이사로 적혀있고, 본인과 장남 현강씨가 주주로 돼있습니다. 또 자신에게 변고가 생기면 그 권리는 모두 장남이 가져가도록 해놨습니다.
장남 모르게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담당] “양자가 공히 경제적 편익에 실재하는데 대한 인지를 충분히 하고 있다는 얘기고 그것이 나중에 어떻게 한 쪽으로 귀속될 수 있다 이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죠.”
이 때가 2007년 3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지기 직전이었습니다.
버진아일랜드법인 설립기록에 나온 주소지와 조 회장의 등기부등본 상의 주소지는 일치했습니다. 왜 경영권 승계를 앞두고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었는지 설명을 듣기 위해 집을 찾아갔습니다.
[조욱래 회장 수행기사] (조욱래 회장님하고 조현강 장남 되시는 분...) “어쨌든 얘기는 전해드릴게요.” (꼭 전해주세요.)
며칠 뒤 장남인 조현강 대표 사무실에 찾아갔고
(저희는 회장님이나 전무-대표-님을 뵙고 싶어서.)
만날 수 없어서 비서에게 용건과 연락처를 남기고 왔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조현강 대표 비서실] (조세피난처 페이퍼 컴퍼니 관련해서 여쭤볼 말씀 있다고 전해드리셨죠? 뭐라고 하시던가요?) “말씀은 드렸는데 일정이 바쁘셔서 별다른 피드백은 없었습니다.” (예?) “별다른 피드백은 없으셨습니다.”
조 대표를 모신다는 과장도 피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DSDL 관계자] (대표님하고 콘택할 수 있게…) “나머지 것들은 전부다 제가 모릅니다. 어저께 거기에 콘택하실 수 있는 방법도 제가 그거는 제가 말씀드릴 수 없고 제 영역이 아니란 걸 분명히 말씀드렸고요. 제가 그 이상 말씀드릴 수 있는게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지막 확인차 늦은 시각 다시 조 회장의 성북동 자택을 방문했습니다.
(회장님께 여쭈어볼 게 있어서요.) “회장님 안 계시는데요.” (언제쯤 들어오시나요?) “글쎄 모르겠는데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자녀를 주주로 등록하는 것은 세금을 피하면서 재산을 상속하는 전형적인 방법입니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담당] “굉장히 이런 경우는 고전적인 경우입니다. 그 경우는 목적은 여러가지에요. 의도에 따라서 상속이다. 이전이다. 그런 경우는 아주 비일비재합니다.”
1200평방미터 저택에 살고 있는 조 회장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나서 몇 달 뒤에 미국 하와이에서 부동산도 구입했습니다. 하와이 남동쪽 해변가에 있는 1층짜리 단독주택입니다. 480평방 미터 넓이에 침실 5개짜리 저택으로 현재 시가 3백만 달러, 우리돈으로 30억 원이 넘는 고급주택입니다.
[현지 부동산 개발업자] “하나 사놓고 왔다 갔다 하시려는 분들이야 당연히..뭐 부자들이야 그렇게 하려고 하지 않겠어요?”
조욱래 회장은 지난 이 집을 2007년 10월 3일 신축 단계에서 210만 달러에 사들였습니다. 왜 하필 자녀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중요한 시기 직전에 어떤 돈으로, 왜,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고 해외에 부동산을 샀는지 의혹이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조 회장은 상당한 부동한 재력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전에 있는 서대전공원 부지입니다. 3만 평방미터가 넘는 땅으로 월드컵 때마다 대전시민들이 응원전을 펼치는 곳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만8천 평방미터가 조 회장 땅입니다.
조 회장은 최근 대전시에 이 땅을 팔겠다고 신청해 놓은 상태입니다. 공시지가는 250억 원이지만 조 회장은 천 억원 가까이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정하 대전시 공원녹지과장] “가감정이라고 있거든요. 가감정. 4백억 정도 나오더라구요.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뭐한데 많이 달라고 해요 지금. 4백억 보다 더 달라고 해요 지금.“ (천 억 정도 부른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 정도까지도 볼 수도 있겠죠.”
조욱래 회장은 계열사에 수백억원을 부당 지원했다가 배임혐의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MB정권 때인 지난 2010년 광복절에 사면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이에 앞서 2002년에도 횡령죄에 대해 사면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효성그룹 창업가 고 조홍제 회장은 세 아들에게 각각 휘호를 남겼습니다. 셋째아들 조욱래 회장에게 주문한 것은 유비무환이었습니다. 미리 대비해서 근심을 없애라는 겁니다. 조세피난처에 만든 페이퍼 컴퍼니와 하와이에 사놓은 저택은 유비무환을 실천한 결과물일까요?
뉴스타파 최기훈입니다.뉴스타파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회원들의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월 1만원 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