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무안공항에 모인 기자들... 언론의 '조별 과제'가 시험대에 오르다

2025년 01월 10일 16시 15분

흔히 기후 위기 대응을 '전 세계 조별 과제'로 일컫는다. 몇몇 국가만 잘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어서 그만큼 힘들다는 뜻의 비유다. 언론의 윤리적인 취재와 보도 역시 '조별 과제'로 불린다. 개별 언론인이 아닌 언론 전체가 취재 윤리를 지켜야 비로소 잘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 조별 과제는 보통 실패했다. 특히 재난참사 현장에선 더욱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언론의 취재는 '또 하나의 참사'로 불릴 정도였다. 속보 경쟁 앞에 피해자의 권리는 무시됐고 부정확하고 자극적인 보도가 난무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만들어진 '재난보도준칙'도 대부분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29일 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했다. 179명이 숨진 대형 재난에 수많은 언론인이 현장에 모여들었고, 곧 '조별 과제'가 시작됐다. 어떻게 됐을까. 

기자·유가족 뒤엉켰던 무안공항... '무례의 역사' 우려

참사 직후 무안공항에는 수백 명의 유가족이 있었다. 이들은 희생자 수습과 신원 확인, 시신 인도, 유류품 수거를 기다리고 있었다. 유가족 대부분은 공항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머물렀다. 또 공항에는 족히 200명은 될 법한 기자들이 있었다. 여러 기관에서 파견된 공무원과 공항 관계자, 자원봉사자도 있었다. 이들을 모두 합치면 공항 대합실에만 수백 명이 더해졌다.
무안공항은 이 인원들을 한꺼번에 수용하기에 적합한 규모가 아니었다. 유가족들은 청사 복도에서 생전 처음 본 기자들과 뒤엉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두 집단 사이를 물리적으로 가르고 있던 것은 임시거주시설인 텐트와 그 일대를 엉성하게 두르고 있던 통제 라인뿐이었다. 누가 기자고 유가족인지 구분도 안 돼 기자들이 텐트 사이를 누비고 다녀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불안했다. 재난참사 현장에서 우리 언론이 보여온 '무례의 역사' 때문이었다. 
지난해 12월 30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직후 무안국제공항의 모습. 희생자 유가족들과 기자,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으로 청사 내부가 가득 차 있었다. 기자와 유가족이 구분도 되지 않았다. 
그동안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직능단체와 언론 전문가들은 재난참사 현장을 취재하며 다음과 같은 원칙을 지켜달라고 주문했다. ▲피해자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하지 말 것 ▲피해자들의 애도와 추모에 지장이 되지 않도록 무분별한 취재와 촬영(무리한 접근, 동시다발적인 촬영 등)을 하지 말 것 ▲장례식장 취재는 자제할 것 ▲피해자의 슬픔과 사연을 알아내려 과도한 인터뷰 요구를 자제할 것 ▲'풀(Pool) 취재'를 최대한 활용할 것 등이었다.
'이태원 참사'를 계속 취재해 온 경험에 비춰 재난참사 현장에서 '풀 취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러 번 생각했다. 풀 취재는 기자들이 각자 다른 현장에서 취재한 내용을 다른 언론사와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하면 피해자의 인권과 사적 영역을 보호하는 동시에 국민 알 권리를 위한 보도도 할 수 있다. 다수의 기자가 같은 현장에서 같은 취재를 반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예컨대 재난참사 현장에서 피해자를 상대로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라는 질문은 당연히 나올 수 있다. 그런데 10명의 기자가 똑같이 물어본다면 어떨까. 참사 당시에 대한 반복적인 회상이 트라우마를 악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냥 풀단을 꾸리고 대표 기자 한두 명을 정해 질문하게 한 뒤 답변 내용을 모두 공유하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재난참사 현장에서 풀 취재는 열에 아홉은 성사되지 않았다. 피해자 권리 보호가 취재 경쟁보다 더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언론 편의주의'가 만연했다. 당장 일하기 바쁘니까, 풀단을 꾸릴 시간이 부족하니까, 다 공유하면 독점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한 단독 기사나 속보를 쓰기 힘드니까 등의 이유였다.
언론은 2022년 10월 이태원 참사 직후에도 위와 같은 이유로 '결례'를 범했다. 당시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이 이송된 위치를 확인하려 서울 용산구 한남주민센터에서 대기했다. 이때 여러 기자들은 주민센터를 오가는 유가족을 일일이 붙잡고 인터뷰를 시도했다. 희생자들이 안치돼 있던 각 병원 영안실 주변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이후 한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사석에서 "내 자식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거기서 '지금 감정이 어떠세요'라고 묻는 게 폭력적이었다. 더 힘들었던 건 한 기자에게 어렵게 답해주면, 그걸 본 다른 기자가 와서 '저한테도 한 말씀 해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하는 거였다"고 말했다. 다른 유가족은 "장례식장에서 여러 언론사가 계속 찾아오며 취재를 요청하는데 너무 화가 났다. 꼭 그래야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미 이태원 참사 유가족으로부터 언론이 준 여러 상처에 대해 여러 번 들었던 기자로서는 무안공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라 우려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무안공항에서 마주한 언론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는 생각이다.

'풀단 꾸려 취재하라' 모두 수긍했다

12월 30일,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은 참사 하루 만에 '유가족 대표단'(현 유가족 비상대책위원회)을 구성했다. 대표단은 유가족들의 요구 사항을 정부 측에 전달하고, 희생자 수습과 신원 확인, 추모 시설 설치 등과 관련해 당국과 수시로 논의하는 역할을 맡았다.
대표단은 기자들에게 '취재기자 풀단'을 만들라고도 요청했다. 여러 기자가 계속 대표단을 찾아와 취재를 시도하면, 대표단의 본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였다. 유가족이 기자들에게 풀 취재단을 만들라고 제안한 건 처음 본 광경이었다. 
바로 풀 취재단 단체 대화방이 만들어졌고, 대표단에서 정한 언론 담당 유가족 1명이 대화방에 들어왔다. 이에 따라 언론 담당 유가족을 통한 취재만 가능했고, 별도로 대표단이나 여타 유가족을 접촉하지 말자는 규칙이 세워졌다.
거의 모든 기자들은 유가족의 요구와 규칙을 지켰다. 풀단 밖에서 독단적으로 대표단을 취재하려는 기자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아직 희생자 신원 확인이 진행 중인데, 유가족 부담을 늘리는 과도한 취재는 서로 하지 말자는 암묵적인 합의가 이뤄진 것 같았다.
또 기자들은 유가족이 머무는 텐트 주변으로 가지 않았고, 바로 옆에서 유가족들이 얘기하고 있어도 말을 걸지 않았다. 유가족들의 대화 중에는 분명 기자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소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들은 유가족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유가족 항의에 대한 반응과 수용도 빨랐다. 단체 대화방에서 언론 담당 유가족이 기사의 오류를 지적하면, 기자들은 바로 사과하고 기사를 수정했다. 취재 방식에 의문을 제기할 때도 충분히 설명했다. '무언가 다르다'고 느꼈다.
무안국제공항에 설치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임시거주시설(텐트)들. 텐트와 기자들 사이 물리적 장벽은 없었다. 기자들이 텐트 사이를 누비고 다니며 유가족을 접촉해도 제지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자들은 대부분 텐트 주변으로도 가지 않았다. 충분히 쉬고, 사적 대화를 나누도록 유가족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려 노력한 것 같았다. 

유가족이 브리핑을 통해 취재를 조율하다 

참사 초기, 기자는 예기치 않게 유가족 대표단과 풀 취재단 사이에서 소통하는 간사 역할을 맡았다. 당시 대표단은 사안이 있을 때마다 유가족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브리핑에서는 신원 확인이 몇 명 됐는지, 현재 시신 수습은 얼마나 진행됐는지 등을 얘기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브리핑이 진행되며 이를 못 듣고 놓치는 유가족과 기자들이 많아 보였다. 
대표단을 찾아 브리핑을 정기로 진행하는 건 어떤지 제안했다. 그래야 기자들로서는 더 준비된 상태에서 브리핑 취재에 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표단은 이를 수용했고, 오전·오후 한 번씩 국토교통부·경찰 등과 합동 정기 브리핑을 하기로 했다. 또 만약 급하게 브리핑을 해야 할 일이 생긴다면, 사전에 풀 취재단에 공지하기로 했다. 
다른 일도 있었다. 여러 브리핑이 진행되는 동안 기자들은 거의 질문을 할 수 없었다. 브리핑은 '유가족 대상'이었기 때문에 질문은 유가족만 하는 식이었다. 기자들로서도 분명 대표단에 따로 묻고 싶은 것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표단에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고, 그 취지 또한 설명했다. 대표단은 고심 끝에 기자회견을 승낙했다. 다만 모든 기자의 질문을 다 받긴 어렵다고 했고, 최대 10개 질문을 뽑아주길 원했다. 당장 본 업무를 하기도 바쁜 대표단의 특성상 오래 기자회견을 할 수 없었을 테니, 당연한 요구였다. 대표단 사무실도 협소했기 때문에 영상취재, 사진, 취재기자의 수도 각각 서너 명 정도로 제한했다. 
이후 풀 취재단에서 기자회견에 들어갈 대표 기자를 뽑았고, 질문도 취합해 10개로 추렸다. 이 과정에서 의문을 제기하거나 '질문 수가 너무 적다', '자신의 질문을 꼭 넣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기자는 없었다. 그렇게 1월 2일 기자회견이 차질 없이 진행됐고, 회견 내용은 곳곳에 보도됐다.
그동안 재난 현장에서 유가족은 '취재 대상'으로만 여겨졌다. 언론이 관찰하고, 물어보고, 촬영하는 객체였다. 그러나 무안공항에서는 달랐다. 어떻게 하면 피해자의 권리를 지키며 동시에 보도의 필요성도 충족할 수 있을지, 함께 논의하고 조율하는 '언론 활동의 주체'였다.  
지난 2일 무안국제공항 한편에서 진행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대표단 기자회견 모습. 소수의 대표 기자만을 정해 촬영했기 때문에 마이크도 한 대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카르텔 담장 뛰어넘은 공동 취재, 가능하다

무안공항에서는 '카르텔'을 뛰어넘은 취재물 공유도 잘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무안공항 1층에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저녁 7시 처음 열려 유가족들이 분향소 안으로 들어와 추모할 계획도 세워진 상태였다. 당연히 그 모습을 찍기 위해 여러 영상취재·사진기자들은 진작부터 분향소 앞에서 진을 치고 있었다. 분향소 안은 2평을 가까스로 넘겼고, 그 앞 공간도 넓지 않았다. 카메라 십수 대와 기자들이 분향소 안팎으로 모여들고, 이들이 유가족을 마음대로 촬영한다면 추모에 방해가 될 게 뻔했다. 
오후 5시쯤, 언론 담당 유가족이 기자를 찾아와 '분향소 영상·사진 촬영 풀단을 꾸려달라'고 요청했다. 유가족과 함께 분향소 내부를 살폈고, 장소의 협소성과 유가족 인권 등을 고려해 분향소 안팎에서 근접 촬영을 할 수 있는 영상취재기자는 2명, 사진기자는 2명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런데 문제는 촬영된 영상이 전체 언론사에 공유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방송사들은 대개 그러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계에는 두 개의 공고한 영상취재 풀단이 존재한다. '지상파 풀단'(KBS, SBS, MBC, YTN 등)과 '종합편성채널(종편) 풀단'(JTBC, TV조선, 채널A 등)이다. 이들은 어떤 현장에서든 웬만하면 해당 풀단에서만 대표 기자를 뽑아 촬영케 하고, 영상도 풀단 내부에만 공유한다. 예를 들어 지상파 풀단 대표로 KBS가 뽑힌다면, 촬영 영상은 SBS나 MBC 등과만 공유하고 JTBC나 TV조선은 받을 수 없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다른 특성도 있다. 이들 영상취재 풀단은 다른 언론사의 풀 취재 참여를 잘 허용하지 않는다. 출입처가 없거나 지면을 발행하지 않는 인터넷 언론 같은 경우는 풀 취재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더 크다.
2022년 12월 서울 조계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49재 행사를 취재했을 때다. 당시 수많은 유가족과 종교계 인사가 몰려 현장 촬영은 지상파·종편 풀단 각 서너 명으로만 제한됐다. 이에 기자는 여러 언론사를 찾아다니며 풀 취재 동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존 풀단의 일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촬영도, 영상 공유도 불가능했다. 결국 뉴스타파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에 부탁한 끝에 뒤늦게라도 촬영할 수 있었지만, 아예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던 언론사도 적지 않았다. 
무안공항에서도 지상파·종편 풀단 영상취재기자 각 1명이 분향소를 대표로 촬영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그런데 만약 이들이 '인터넷 언론과는 영상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영상 풀 취재에 회의감을 느낀 언론사들이 독자적으로 취재에 나섰을 수 있다. 아니면 인터넷 언론을 위한 자리도 분향소 내에 따로 만들어 달라고 했을 수 있다. 무엇이든, '경쟁'에 기반한 언론의 취재 관행이 온전한 추모와 애도를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은 분명하다.
이번 현장은 달랐다. 분향소 촬영을 맡게 된 지상파·종편 풀단 영상취재기자 각 1명은 뉴스타파 등과도 영상을 다 공유하겠다고 했고,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지난 이태원 참사 때와는 달라진 취재 환경이었다. 거듭 말하지만 취재 영상이 뉴스타파 등에게까지 폭넓게 공유된 경우는 매우 드물다.  
1월 2일과 6일 열린 유가족 대표단 기자회견 때도 똑같이 영상취재 풀단이 꾸려졌다. 이때도 모든 영상은 공유됐다. 적어도 무안공항에는 취재 영상을 독점하려는 카르텔이 없었다.
지난해 12월 31일, 무안국제공항 1층에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처음 열리자 기자들은 '영상·사진 촬영 풀(Pool)단'을 꾸려 현장을 취재했다. 소수의 대표 기자만 분향소 안팎에서 근접 촬영을 했다. 촬영된 영상과 사진은 모두 공유됐다. 사진은 공동 취재단 촬영 영상을 캡처한 것. 

여전한 문제와 비윤리... 그럼에도 '나아졌다'고 쓰는 이유

물론 좋은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다. 유가족 대표단에 따르면, 몇몇 기자가 희생자 장례식장에서 사전 동의 없이 촬영과 녹음을 하다가 발각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무안공항을 방문한 유명 정치인을 만난 유가족의 발언이 과장·왜곡돼 보도되기도 했다.
또 피해자들을 향한 '2차 가해'의 빌미가 되는 배·보상 금액 관련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유력 언론'의 경우, 사고 여객기의 항공보험금, 최대 배상금의 액수까지 특정해 보도했다. 심지어 희생자 1인당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추산한 곳도 있었다. 그러면서 제목은 "제주항공 유족 보상금 규모는"이라고 뽑았다. 이런 기사를 보고 누군가는 "유가족이 보상금으로 횡재했다"며 조롱했다.
한 유가족은 지난 3일 무안공항에서 "어제 뉴스를 봤는데 보상금액을 얘기하더라. 안 그래도 시각 자체를 달리 보는 사람들이 있는데, 언론에서 보상 얘기를 선제적으로 하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하지 않나. 목숨은 돈으로 바꿀 수 없다. 고인에게 모독이 될 수 있다. 보상 관련 부분은 언론에 노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렇듯 여전히 재난 취재·보도 과정에서 언론의 반윤리적 행태는 개선의 여지가 크다. 이 글 역시 언론이 지닌 모든 문제가 해소되었음을 침소봉대로 과장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럼에도 조금 나아진 게 있다는 사실은 선례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다음은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미 한 번 그래봤다는 사실을 안다면, 다음 재난참사 현장에서 유가족은 기자들에게 '풀 취재단을 꾸리라'고 더 빨리 요구할 것이다. 아니, 유가족 요구 없이도 기자들이 먼저 풀 취재단을 만들자고 논의할 수 있다. 피해자 불편을 줄이기 위한 다른 공동 취재 방법을 고민할 수도 있다.

공항을 나왔어도 '조별 과제'는 계속된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한국기자협회는 재난보도준칙을 만들었다. 무례한 취재와 부정확한 보도로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입혔던, 그래서 '기레기'라는 오명까지 써야 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말자는 반성이었다. 재난보도준칙의 42개 조항이 달성할 수 없는 이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재난보도준칙에는 각 언론사의 현장 기자들이 참여하는 '재난현장 취재협의체'를 만들라는 내용이 있다. 그러면서 취재협의체는 '브리핑과 관련해 협조를 요구할 수 있다'(29조), '과도한 취재 인원으로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을 경우, 대표 취재를 할 수 있다'(31조)고 썼다. 무안공항에서 실현된 풀 취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희생자 시신 인도 절차가 모두 끝나고, 유가족과 기자로 가득했던 무안공항은 이제 한산한 모습이다. 유가족들은 장례를 위해 잠시 공항을 비웠고, 기자들도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후에도 참사 취재·보도는 계속된다. 유가족들은 오는 11일 회의를 열어 차후 행보를 정하고, 참사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활동에 돌입할 것이다. 참사의 원인과 피해자 지원 등에 대해 논의하는 국회 특별위원회도 곧 가동된다.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앞으로 예정된 '취잿거리'가 즐비하다. 과연 언론은 무례로 점철된 과거로 회귀할 것인가, 아니면 피해자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인가. '조별 과제'는 끝나지 않았다.
희생자 시신과 유류품 수습이 모두 끝난 뒤,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는 방수포로 덮였다. 이제는 전처럼 많은 기자가 무안공항으로 몰려들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취재가 끝난 건 아니다. 
제작진
디자인정동우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