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윤석열 식당' 이름·결제 시간 가린 ‘백지 영수증’ 줬다

2023년 06월 29일 13시 00분

뉴스타파는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 시민행동,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검찰 예산감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세금을 오남용한 국회의원 80여 명을 추적해 2억 원이 넘는 세금을 환수한 <국회 세금도둑 추적>에 이은 두 번째 권력기관 예산감시 협업 프로젝트이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는 3년 5개월의 행정소송 끝에 특수활동비를 포함한 검찰의 예산 자료 16,735장을 사상 처음으로 공개받아 검증 중이다. 검증의 초점은 다른 권력기관과 마찬가지로 세금 오남용과 사적 사용 여부를 가려내는 데 있다.
수십 년 동안 감춰져 왔던 검찰 예산의 실체가 곧 드러날 것이다. 앞으로 추가 공개될 수십만 장의 검찰 예산 자료에 대한 검증 작업도 계속될 예정이다.  - 편집자 주
지난 23일 검찰이 공개한 윤석열 검찰총장·서울중앙지검장 시절에 쓴 업무추진비의 영수증을 확인한 결과, 카드 영수증에 있는 식당 이름과 카드 결제 시간을 모두 지워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추진비를 쓴 식당 이름을 공개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무시한 것이다.
검찰은 또 흐릿하게 복사돼 내용 식별이 불가능한 사실상 백지상태의 업무추진비 카드 영수증 사본을 무더기로 줬다. 전체 영수증의 61%가 판독이 불가능했다.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는 업무추진비에 대한 검증을 검찰이 방해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영수증의 원본 열람, 카드사로부터 받은 사용내역서를 공개할 것을 검찰에 요구했다. 

檢은 일자와 금액만 공개…서울시장은 식당·결제 시간 분까지 모두 공개 

▲오세훈 서울시장의 업무추진비 정보는 결제 시간과 음식점 이름과 주소는 물론 참석자 인원까지 공개돼 있다. 결제 시간은 근무시간 외 결제인지, 새벽 결제 등인지 확인하는 데 중요한 정보다. 
정부 부처를 포함한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기관장의 업무추진비를 스스로 공개한다. 예들 들어 오세훈 서울시장의 경우를 보자. 서울시청 누리집에 공개된 오세훈 시장 업무추진비 내역 하나를 살펴보면, 결제 시간(2023-05-01 07:27)을 분 단위까지, 금액(143,000) 장소(곤트란쉐리에)와 주소(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22길 16), 집행 목적(시정 현안 등 검토 간담회), 그리고 사용인원(시장 외 13명)까지 상세히 공개한다. 업무추진비를 쓴 날짜와 사용 시간, 장소, 금액, 사용 인원까지 모두 공개하는 것이다.
반면 대검찰청을 포함한 각 지방검찰청은 똑같은 국민 세금을 쓰는데도 업무추진비를 쓴 일자와 금액, 명목만 공개한다. 중요한 정보인 카드의 결제 시간과 결제 장소는 비공개하고 있다.  
결제 시간과 장소가 중요한 이유는 업무추진비의 근무시간외 사용과 사적 전용, 새벽 결제나 주점 이용, ‘결제액 쪼개기’ 등 업무추진비 오남용을 확인하기 위한 단서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 업무추진비 영수증 내놔라" 2019년 11월 행정소송 시작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 계획 집행 지침’에도 밤 11시 이후 심야 시간에 사용하거나 주류를 판매하는 주점 등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때에는 불가피성을 입증하는 자료를 증빙하도록 요구한다.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 시절에 쓴 업무추진비 지출증빙 서류 즉, 신용카드 영수증을 공개하라는 행정소송을 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송 과정에서 검찰은 검사들이 자주 가는 식당을 공개할 경우, 영업에 피해를 준다며 식당 이름을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식당 이름을 공개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검찰의 주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구성원들이 업무추진비가 지출된 해당 음식점을 이용한 사실이 공개된다고 해서 해당 음식점의 경영 영업상 비밀을 침해한다거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고, 이를 공개하지 아니할 정당한 이익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서울고등법원 2022 누 33776 정보공개거부 취소소송
지난 4월 대법원의 심리불속행 결정으로 이 판결은 최종 확정됐다. 이제 검찰의 업무추진비 영수증을 받아내 검증하는 일만 남은 듯 보였다. 
6월 23일 뉴스타파 취재진과 하승수 변호사는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해 검찰 예산 자료가 제대로 복사됐는지 확인했다. 검수 과정에서 흐리게 복사된 업무추진비 일부 영수증이 발견됐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저희도 안 보이는 영수증이 많다. 영수증이 오래돼 잉크가 날아가서 그렇다”고 해명했다. 이후 사무실에 돌아와 업무추진비 영수증을 하나하나 살폈다. 그 결과 검찰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신용카드 영수증의 복사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검찰 공개한 575건 업추비 영수증 중 350건 식별 불가능

▲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영수증 575건 중 식별과 판독이 불가능한 영수증은 350건으로 전체 영수증의 61%였다.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공개한 업무추진비 영수증 575건 중 식별과 판독이 불가능한 영수증은 350건이나 됐다. 전체 영수증의 61%였다. 검찰은 사실상 백지에 가까운 영수증을 복사해 주고, 수수료 명목으로 한 장에 50원을 받았다. 반면, 판독이 가능한 영수증도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검찰청사 구내식당 등에서 결제한 영수증이었다. 영수증에는 ‘검찰청사 2층’이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우리가 이 자료를 받기 위해 3년 5개월간 소송을 했고,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에는 수수료까지 다 내고 받으러 간 겁니다. (그런데) 카드 전표는 흐릿하게 복사해서 알 수도 없고 카드 전표가 안 보이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줘야 되는데, 그런 것도 전혀 없었습니다. 

-하승수 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뉴스타파 전문위원)

검찰, ‘윤석열 식당’의 이름과 결제 시간 모두 가려… 판결문 무시

▲검찰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시절 업무추진비 신용카드 내역의 장소를 지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에 쓴 업무추진비 카드 전표. 사용 일자만 있을 뿐, 결제 시간은 보이지 않는다. 업무추진비 사용 시간은 근무외 시간인지, 심야 시간인지 등 적절한 집행 여부를 따지는 데에 중요한 정보다. 
흐릿하게 복사돼 식별이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일부 식별이 가능한 카드 명세서를 보니, ‘가맹점명’이라는 글자는 뚜렷하게 보인다. 하지만 그 다음 칸에 나와야 할 식당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또 카드 결제 일자, 위 영수증의 경우 '2019/09/25'라는 글자는 뚜렷하게 나오는데 그 다음 칸에 있어야 할 결제 시간은 빈 칸이었다. 즉 검찰이 일부러 식당 이름과 결제 시간을 가린 것이다. 
이 영수증 뿐 아니라 535건의 영수증 모두 식당 이름과 카드 결제 시간이 지워져 있었다. 음식점 이름을 공개하라는 사법부의 판결을 검찰이 정면으로 무시한 것이다. 그 결과 3년이 넘는 소송 끝에 검찰로부터 업무추진비 영수증을 받아냈는데도 정작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어느 식당에서 누구와 얼마짜리 밥을 먹었는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태다. 
“영수증이 이런 상태여서 정보공개 청구를 한 국민이, 더구나 소송까지 하고 수수료까지 다 내서 자료를 받으려고 한, 국민이 정당한 알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검찰 공무원들이 직권을 남용해서 일종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한 것이라고 봐야죠.”

-하승수 변호사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뉴스타파 전문위원)
뉴스타파는 왜 식당 이름과 결제 시간을 지웠는지, 이런 삭제 행위가 법원 판결문을 무시한 것은 아닌지,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에 질의했다. 
두 기관은 "사전 공개한 정보에 부합하는 지출증빙서류 상의 결제일자와 결제 금액을 공개한 것으로 법원 판결에 따라 음식점의 전화번호와 주소지, 사업자등록번호는 공개했다"고 답했다.
제작진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시민행동>
취재강민수 박중석
데이터최윤원 연다혜
편집김은
촬영신영철 오준식
CG·디자인정동우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