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안전

주거지에 유해물질 유출... 세월호 이후도 안전대책은 제자리

2014년 08월 26일 23시 59분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정부는 국가의 재난 안전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공언해왔다.참사 4개월여가 흐른 지난 8월 19일,인천시 서구 왕길동 화학물질 저장소에서 일어난 유출 사고에 대한 정부 대처를 보면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사고는 지하 탱크에 보관되어 있던 아세트산비닐 상당량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지상으로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저장소 측은 500여 리터가 유출됐다고 주장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이보다 더 많은 양이 유출됐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필름이나 접착제 등의 원료로 쓰이는 아세트산비닐은 노출됐을 경우 어지럼증, 복통, 수포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발암 의심 물질로 분류된다.2014082601_01처음 사고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19일 오후 2시 18분이었으나 현장에 중화제가 투입된 건 이보다 무려 2시간이 지난 후였다. 출동한 소방서, 관할 구청, 심지어 저장소에도 중화제가 구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출동한 소방대원들은 중화제가 투입되기 전까지 물을 뿌리는 식의 대응 정도밖에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화학물질의 하천 유출 차단도 뒤늦게 이뤄져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하고 인근 주민들은 아직도 악취로 고통 받고 있다.2014082601_02사고 직후 저장소 근처에 있는 목재소에서 키우던 개와 닭들이 폐사했다. 인근에 있던 농작물, 가로수 등도 고사했다.2014082601_03
이 일대가 안개같이 자욱하게 약품이 내려가지고 눈도 아프지, 호흡도 곤란하지 그러다 보니까 개가 죽은 거야, 우리 개가. 호흡이 곤란해서. 그러다보니까 이 밑에 농작물 다 있었지, 닭도 한 몇 십 마리 있었지 그것도 다 폐사되고... 우리 식구들 구토가 나지, 눈 아프지, 처음에는 목이 아프지, 지금도 오늘도 병원에 가요. [김연희 / 목재소 직원]
사고 발생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주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런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게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 정부와 관계 기관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대다수의 주민들이 사고가 나기 전까지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저장소가 인근에 있는지도 모르고 지냈다고 밝혔다.
인적피해 조사는 하지 않고 가로수라든가 식물에 대한 조사만 하고 있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여기 주위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어떤 인적 피해에 대해서 조사를 한 내용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허XX / 해당 저장소 인근 상가 주인]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처음 들었고요. 저 뿐만이 아니라 제 주변에 다른 주민들도 다 처음 들었다고 하시고요. 이번에 그 공장이 증설을 해서 저장탱크가 더 늘어났다고 알고 있어요. 아파트 바로 옆에, 주민들이 사는 바로 옆에 그런 게 점점 증설이 되도 되나 의문이 들어서... [전XX / 왕길동 주민]
주민들은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당국을 대신해 스스로 비상대책위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대응이 미심쩍다보니 주민들이 자력으로 문제 해결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관계 기관에서 초동의 대처를 잘 하고 사태 수습을 잘 했다면 저희가 이런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할 이유가 없는데 처음부터 잘못 되서 현재까지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습니다. 지금 세월호 사건이 터진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정확히 알려서 우리 스스로, 주민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빨리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런 걸 못해서 저희가 지금 분개하고 있고... [유희상 / 검단지역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지만 인천 검단지역 화학물질 유출 사고에서 보여진 당국의 대응 태도는 우리 정부가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변화했는지 의문을 던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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