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호 방위사업청장, 기자들과 술판...'김영란법' 위반

2021년 02월 23일 10시 00분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이 지난해 말 업무추진비로 기자들과 1인당 6만 원이 넘게 술을 곁들인 식사 자리를 가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하루 1,000명대로 급증했던 지난해 12월 31일. 각종 회식과 모임을 자제하라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강은호 방위사업청장은 서울 용산의 한 한정식집에서 회식을 하고 업무추진비를 지출했다. 
방위사업청 홈페이지에 공개된 강 청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는 홍보 및 공보업무 담당자를 격려하기 위해 청장 등 모두 8명이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결과 강은호 청장은 이날 방사청 직원들을 격려한 것이 아니라 이데일리 김 모 기자와 경향신문 곽 모 기자를 불러 술과 음식을 접대했다. 방사청은 청장의 김영란법 위반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허위로 기재한 의혹도 사고 있다. 

방위사업청, 김영란법 위반 숨기기 위해 업무추진비 내역 허위 기재 의혹

뉴스타파는 강은호 청장이 결제한 식당과 방위사업청, 국방부 출입기자단 등을 교차 검증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강 청장이 결제한 영수증에는 1인당 3만 2000원짜리 보리굴비 정식 4개와 대구탕 1개,  점심 정식 2개 기타 1개를 주문한 것으로 나와있다. 방사청은 기타로 표기된 것은 메뉴판에 없는 모둠 회라고 설명했다. 이날 회식엔 소주 3병과 맥주 6병도 곁들여졌다. 업무추진비로 결제한 비용은 모두 31만 8000원. 이중 수행비서 등이 먹은 점심 점식 2개를 제외하면 강 청장과 방사청 대변인, 기자 2명 등 4명이 나눠 먹은 술과 음식값은 모두 27만 2000원이다.
강은호 방위사업청이 기자들을 접대한 영수증.
1인당 비용은 6만 8000원으로 김영란법 저촉 기준을 2배 넘게 초과했다. 김영란법은 공무원과 기자 등에게 1인당 3만 원이 넘는 음식물 제공을 금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방사청은 취재진에게 이날 모임이 청장의 기자 접대 자리였다는 점을 시인했다. 또 1인당 접대 금액이 과도하게 나온 사실을 감추기 위해 인원 수를 허위로 늘린 사실도 인정했다.
그러나 접대를 받은 기자들은 김영란법 위반 사실을 몰랐으며, 청장과의 식사 자리는 취재활동의 일환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데일리 김 모 기자는 "계산을 하지 않아 가격을 알지 못했고, 식대가 그렇게 많이 나올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곽 모 기자는 "왜 3만 원 넘게 식사를 했느냐고 지적하면 '잘못했습니다'라고 말을 해야되는 것은 맞는데, 출입기자가 기관장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한 취재활동"이라고 밝혔다. 곽 기자는 이데일리 김 기자를 통해 이날 점심 자리에 초대됐다.
기자접대는 강은호 청장의 지시로 추진됐다. 이데일리 김 기자는 강은호 씨가 방사청장으로 임명되기 전 국방과학연구소 소장직에 응모했을 당시 강 씨에게 유리한 기사를 쓴 인연이 있다. 
당시 국방과학연구소 노조가 낙하산 인사 문제를 제기하자 이데일리에는 "노조의 조직적 반발이 혁신을 반대하는 어깃장"이라고 폄하하는 기자수첩이 게재됐다. 반면 강은호씨에 대해선 능력있는 공무원이고, 국방과학연구소의 조직 문제를 너무나 잘 알아 개혁을 추진할 적임자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강은호 청장은 낙하산 논란을 넘지 못했고, 지난해 12월 28일 방위사업청장에 취임했다. 
3일 뒤 강 청장은 아직 정식 발령이 나지 않은 방사청 차기 대변인을 동반해 이데일리 김 기자 등을 접대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업무추진비를 썼다. 
제작진
촬영김기철 최형석
편집김은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