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왈가왈부 : ‘그 법’의 7조

2021년 05월 11일 10시 00분

해리포터에는 빌런(악당)이 하나 있다. 어둠의 마왕 ‘볼드모트’다. 너무 두려운 나머지 호명조차 할 수 없는 캐릭터다. 한국에는 이런 ‘볼드모트’ 같은 법이 하나 있다.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죄’다.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ㆍ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국가보안법 제 7조
최근 국가보안법 7조(이하 찬양고무죄)가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적표현물이라 규정된 북한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가 한국에 출판되면서다.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이 태어난 1912년 4월부터 해방 직후인 1945년 10월까지의 일대기다. 대법원은 2011년 이 책을 이적표현물로 규정하고 소지한 사람에게는 찬양고무죄를 적용해 유죄를 확정하는 판례를 남겼다.
언론들은 앞다퉈 김일성 회고록이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고, 배포가 되면 국가보안법이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소개하고 나섰다. 한 시민단체는 이 책의 판매를 금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달 27일 첫 심리가 열렸다. 
김일성 회고록은 대법원 판례에 법원이 인정하는 대표적인 이적표현물입니다. 즉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해하는 점을 알기 때문에 판매소지 등 이런 것이 금지되는 책입니다.

도태우 / 법치와 자유민주주의연대 대리인
논란이 확산되자 서점들도 “고객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이 책 판매를 중지했다.
반면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시대변화와 높아진 국민의식에 맞춰 표현의 자유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며 <세기와 더불어> 출판을 허용하자는 입장을 밝히며 “북한과 관련된 정보를 모두 통제해야 한다는 건 국민을 유아 취급하는 것”이니 출판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고 적었다.
국가보안법 7조 폐지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하태경 의원은 “국가보안법 7조 폐지만가지고 이야기하면 좌우싸움이 된다”면서 “표현의 자유 3대 악법 △국가보안법 7조△5.18 왜곡처벌법△대북전단금지법을 같이 폐지하면 국민의힘 내에서도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가보안법 7조 폐지 법안을 발의했지만 7개월 넘도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 계류중이다.
하태경 의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법 7조로 처벌 받은 건수가 과거에 비해 굉장히 줄어들었다”는 것을 근거로 “찬양고무죄는 거의 사문화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7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의 대리인단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주희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7조가 사문화 되었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라면서 “단 한 명이라도 그 법으로 인한 피해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사문화 됐다고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국가보안법 7조로 재판을 받은 사람들을 만났다. 평양시민 김련희, 북한연구자 유영호, 전 파주시의원 안소희, 전 중학교 국어선생님 박미자 씨다. 이들 중에는 유죄를 받은 사람도 있고 무죄를 받은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신들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7조로 인해 모든 것을 그만둬야만 했다. 모두 열의를 갖고 북을 연구했고, 사명감을 갖고 학생들을 가르쳤고, 최선을 다해 시민들을 위해 일한 사람들이었다.
국가보안법 7조는 여전히 서슬퍼런 날을 세우고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생각까지 좀먹고 있었다. ‘볼드모트’ 같은 ‘그 법 7조’에 대한 증언을 영상에 담았다.
제작진
웹출판허현재
디자인이도현
CG정동우
촬영최형석 신영철 오준식
편집이병기 김은
연출신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