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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언론] YTN 간부, 이건희 동영상 제보 삼성에 '토스'

2018년 03월 05일 11시 36분

뉴스타파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을 보도하기 11개월 전인 2015년 8월, YTN에 관련 영상을 가진 제보자가 접촉을 해왔다. 당시 YTN 기자들은 동영상을 입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당시 YTN 보도국의 한 간부가 일선 기자들 몰래 동영상 제보 사실을 삼성 측에 알리고, 삼성 측으로부터 연락처를 받아 제보자에게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YTN 간부와 제보자 사이에 이루어진 통화 녹취 파일을 통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이건희 성매매 관련 추가 취재 과정에서 이 녹취 파일을 입수했다.

2015년 YTN 보도국에 나타난 제보자들

뉴스타파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을 보도하기 11개월 전인 2015년 8월 27일 밤 10시 쯤,  YTN 보도국에 두 남자가 찾아왔다. 이들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을 갖고 있었으며 당시 야근을 서던 YTN 취재 기자들에게 일부 화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은 제보의 대가로 거액을 요구했다고 당시 YTN 취재기자는 말했다. YTN 기자들은 대가 없이 공익제보를 해달라며 몇 시간 동안 이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제보자들은 추후에 다시 기자들과 연락을 주고받기로 약속한 뒤 돌아갔다. 제보를 받았던 YTN 취재기자들은 다음 날 아침 출근한 사회부장에게 제보 경위와 내용, 제보자의 연락처 등을 보고했다.  

“기밀을 유지하라, 특히 캡에게 얘기하지 말라”

사회부장은 제보 내용을 보고한 기자에게 “당분간 기밀을 유지하라”고 지시했다. 사회부의 공식적인 취재는 통상 ‘캡’이라고 불리는 시경출입기자를 거쳐 이뤄지는데 사회부장은 이 시경출입기자에게조차 제보 사실을 숨기라고 지시했다. 보고를 받은 사회부장이 “특히 캡에게는 얘기하지 말라, 내가 알아서 하겠다”라고 말했다는 게 당시 보고를 했던 YTN 취재기자의 증언이다. 사회부장이 공식적인 취재 조직을 통해 취재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실제 당시 YTN 시경출입기자, 즉 캡을 맡고 있던 기자는 사회부장이 자신에게 이 제보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 가보면 되는 거 아니냐”

이렇게 일선 취재 기자들에게 보안 유지를 신신당부하고, 특히 사회부 경찰팀 공식 취재 조직의 수장인 시경출입기자에게도 제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한 뒤, YTN 사회부장은 제보자에게 따로 전화를 걸었다. 다음은 뉴스타파가 입수한 YTN 사회부장과 제보자 사이의 통화 내용이다.

  • 제보자 : 여보세요
  • YTN 사회부장 : 내일 전해준다 그러니까요. 삼성도 아무 쪽이나 다 전화번호 줄 수 없잖아요. 삼성도 이걸 정말 믿고 처리할 수 있는 사람 연락처를 줄 것 같은데… 내일 준다고 그러니까 그렇게 알고 계시고.
  • 제보자 : 내일 준다고요? 연락처 준다고요?

녹취에 따르면  YTN 사회부장은 처음에 제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동영상 파일을 대가없이 공익제보하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제보자가 이를 거절하자 그렇다면 삼성에 가보라고 먼저 제안을 했다. 제보자가 삼성의 누구와 연락해야 하냐고 묻자 이번에는 삼성에 동영상 제보사실을 알린 뒤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의 연락처를 받아 제보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 YTN 사회부장 : 저는 기자로서 이런 거 나타났으면 기사를 써야되는 게 의무고 어떤 식으로든 취재원으로부터 (자료를) 받아서 확보를 해야되는데, 돈을 주고 할 수는 없는 입장이고 그래서 선생님(제보자)을 설득해서라도 받아내야하는 입장인데, 선생님은 그냥 돈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바로 가신다 그러니까... 제가 최소한 삼성 가보면 되는 거 아니냐, 라고 말씀을 드렸던 거고, 그런데 선생님이 또 못 찾아가지고 자세하게 알려달라 그러니까... 제가 요로에 해봤더니 (삼성 연락처를) 내일 아침에 준다니까.

“후배들이 알아서는 안된다”

이렇게 제보자와 삼성 사이를 중개해주는 역할을 자임한 YTN 사회부장은, 자신의 행위가 부적절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제보자와의 통화에서  “후배들의 취재를 방해하는 꼴이다”, “후배들이 알아서는 안된다”, “기자 윤리에 어긋난다”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 YTN 사회부장 : 선생님. 저희 후배들은 취재를 하고 있는 입장이에요. 선생님을 상대로 해가지고. 그렇잖아요. 제가 부장이란 사람이. 우리 후배들의 취재를 방해하는 꼴이 되잖아요.
  • 제보자 : 이걸 어떻게 방해 한다고 하십니까.
  • YTN 사회부장 : 이거 당연히 방해죠. 우리 입장에서 선생님이 삼성을 가지 않고 우리한테 자료를 주길 원하는데 지금 상황은 삼성을 가야 되는 상황이잖아요. 두 가지를 선생님이 다 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 제보자 : 알겠습니다.
  • YTN 사회부장 : 무슨 말씀인지 알겠죠. 제가 그거 때문에 후배들하고 저하고 다른 입장이라는 거죠. 원래는 다 같이 취재를 해야된다 생각해서 제가 전화를 드려서 넘겨달라 했는데 못주시겠다고 하니까... 그러면 선생님이 저한테 부탁을 한 거잖아요. 최소한 가르쳐 줄 수 없냐 거기(삼성 전화번호)를. 제가 고민을 하다가 그 정도까지 해주자, 라고 했고. 그 부분은 우리 후배들이 알아서는 안되는 부분이에요.
  • 제보자 : 알겠습니다. 무슨 말인지.
  • YTN 사회부장 : 이해가 가시나요. 똑똑히 하셔야 돼요. 그건요. 내일 또 우리 후배들하고 통화를 하실 거잖아요.
  • 제보자 : 제가 전화 안 받죠.

YTN 사회부장은 제보자에게 이런 말도 했다.

YTN 사회부장 : 방송에 나가는 순간 이건 꽝이예요, 꽝. (돈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없어요. 감방을 가야되는 상황이거든요.

영문도 모르고 특종 기회 놓친 YTN 취재기자들

이렇게 YTN 사회부장이 제보자와 삼성을 연결시키는 데 열중하고 있을 때, 최초 제보를 받았던 YTN 일선 기자들은  이런 사실을 까맣게 모른채 계속 영상을 입수하기 위해 애썼다.

목요일 야근을 했던 취재기자들은 이후 다시 제보자에게 전화를 걸었고, 제보자와 토요일에 면담 약속을 잡는데 성공했다. 이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제보자가 있다는 대구로 자비 출장을 갈 예정이었는데, 출발 2시간 전 갑자기 제보자와 연락이 끊어졌다. 제보자는 사회부장과의 통화에서 “취재기자들의 전화를 받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그 말대로 전화를 안 받은 것이다.

YTN 취재기자들의 연락을 받지 않고 약속을 깨뜨린 제보자는 사회부장에게는 스스로 먼저 전화를 걸었다.

  • 제보자 : 여보세요, (삼성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 YTN 사회부장 : 제가 카톡 보냈는데. 저쪽에 전화를 받으셨나요? 회사에서. 회사하고 미팅한다 이거죠? 삼성하고.
  • 제보자 : 원래 하던 김00 하고...
  • YTN 사회부장 : 제가 어제 삼성 쪽으로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시고 그래가지고 그런 정황을 다시 한 번 확인을 했어요. 어제 저녁에 전화 저하고 하고 나신 뒤에. 따로 안왔습니까. 전화가.
  • 제보자 : 자기들이 해결해 준다면서, 말로만 해준다카면 뭐합니까. 우리는 상황이 어려운데.  

제보자가 삼성의 ‘문제 해결 의지’를 의심하자 사회부장은 삼성을 믿고 기다려보라고 조언한다.

  • YTN 사회부장 : 그 사람들이 사기칠 사람들 아니잖아요.
  • 제보자 : 그건 제가 아는데요.
  • YTN 사회부장  : 이렇게 생각하시면 되요. 제가 생각할때는. 기자들 입장에서 추론하는 건데. 이걸 해결하는데 경찰을 동원 못하잖아요. 이걸 하는데.
  • 제보자 : 그럼 어떻게 합니까.
  • YTN 사회부장 : 경찰을 동원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경찰 동원하면 공개가 되잖아요. 공개가 되면 안되는 상황이잖아요.
  • 제보자 : 그럼 사적으로 한단 말입니까.
  • YTN 사회부장 : 그렇죠. 그러니까 아무 문제가 안되게 하려고 그러니까, 사적으로 하면서 문제가 안되게 하려고 하니까 시간이 걸리는 거잖아요.

뉴스타파가 입수한 제보자들끼리의 통화 녹취 파일을 들어보면, 결국 이 제보자는 YTN 사회부장의 소개로 삼성과 접촉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제보자 : YTN 그쪽 갔다가 저거 뭐 되니까 그쪽에서 소개시켜줘갖고 삼성 그쪽에.. 한 번 만나봤습니다. 뭐 좋은 쪽으로 얘기하자고 하니까. 그쪽에서는 자기 신분을 안 밝히더만요. 자기 신분도 안 밝히고 그냥 뭐 얘기하더만요. 좋게 마무리 짓는 걸로 해가지고 전화 한 통 달라 이런 식으로 얘기하던데...

2016년 뉴스타파의 보도 이후 이루어진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으로 삼성에서 돈을 갈취한 일당은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첫번째 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영상을 촬영한 일당으로, 2013년 6월 삼성으로부터 6억 원을 갈취했다. 두번째 그룹은 이 영상을 훔쳐낸 또다른 일당으로 2013년 8월 삼성으로부터 3억 원을 뜯어냈다. 2015년 YTN 사회부장과 통화를 한 제보자는 이 두 그룹과는 별개의, 제 3의 인물이다. 또 뉴스타파에 공익제보를 한 인물과도 전혀 다른 인물이다.

YTN 사회부장의 소개로 삼성과 접촉한 제보자들이 실제 삼성에서 돈을 받아냈는 지는 확인이 되지 않는다. 뉴스타파는 당시 이건희 회장 동영상에 대한 대응 업무를 총괄했던 이인용 삼성전자 고문에게 이 제3의 인물에게 실제로 돈을 줬는지 물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당시 YTN 사회부장은, 뉴스타파의 질의에 대해 처음에는 삼성 이인용 사장의 연락처를 전달했다고 시인했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직접 연락처를 넘겨준 적은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현재 YTN에서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취재 : 심인보
촬영 : 신영철
편집 : 윤석민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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