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뉴스타파] 이태원 참사, 막을 수 있었던 7번의 순간들

2022년 11월 17일 11시 47분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이제 3주가 지났습니다. 여러 기성 언론들의 관심은 대통령의 G20 정상회의 참석이나 검찰의 대장동 사건 수사 등으로 이미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저희 뉴스타파는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158명의 목숨이 희생된 이 믿기 어려운 참사의 전체 과정을 조망하고 진짜 원인을 찾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기 때문입니다. 

이태원 참사 '타임라인' 재구성… 7번의 기회 놓쳤다

오늘 뉴스타파는 1)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자료와 2) 회를 통해 입수한 문서들 3) 다른 언론의 보도 4) 따로 입수한 CCTV 등을 모두 종합해 재구성한 이태원 참사 전후의 타임라인을 보도합니다. 
타임라인을 보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거나 적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7번의 결정적 순간이 있었습니다. 막을 수 있는 사건이었고 지킬 수 있는 목숨들이었다는 것, 그것이 저희가 이태원 참사의 타임라인을 재구성하면서 내린 결론입니다. 
예를 들어 참사 발생 4일 전인 10월 25일 열린 용산구청의 확대 간부회의에서 안전 대책이 마련되었더라면, 같은 날 경찰 내부에서 나온 경찰 기동대 요청이 받아들어졌더라면 어땠을까요. 참사 전날인 10월 28일 이태원 역 이용객 수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을 때, 그때라도 경찰 지휘부가 마약 단속과 집회 관리에 쏟았던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안전을 위한 질서유지 대책에 쏟았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리고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듯 참사 당일 저녁 6시 34분 첫번째 112 신고가 들어왔을 때라도 용산서 경찰관의 교통기동대 배치가 받아 들여졌더라면 어땠을까요. 돌이켜보면 그 중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대책이 실행되었더라면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너무나 아쉽고 안타까운 순간들입니다.  
뉴스타파가 재구성한 자세한 타임라인은 이태원 참사의 진상에 관심을 가진 모든 시민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다음 주부터 별도의 특별 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입니다. 

보이지 않는 유족들… 기억과 기록이 필요한 이유 

이번 이태원 참사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참사의 희생자와 유족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무차별적인 취재 경쟁을 통해  유족들의 상처를 후벼파왔던 언론들의 잘못된 과거 관행이 개선된 결과인지, 아니면 희생자와 유족들을 보이지 않는 곳에 가두어둠으로써 추모의 감정과 기억을 하루라도 빨리 휘발시키려는 권력의 의도가 작동한 결과인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위가 어쨌든 희생자들을 기리는 일은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언론의 책무입니다. 
이태원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어떤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까요. 한국이 아닌 먼 이국 땅에도 가족을 잃은 슬픔을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왔다가 이태원에서 사망한 스티븐 블레시 씨의 아버지를 뉴스타파가 만났습니다. 그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장례업체를 통해 아들의 유골을 전달받았다며 “우리의 삶은 영원히 바뀌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참사 당일 경찰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책임자 조사가 그렇게 오래 걸릴 일은 아닌 것 같다”면서 “만약 내가 한국인이었다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치와 결과를 요구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속 기록하고 추모하겠습니다. 

뉴스타파는 유족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전제 하에서, 뜻하지 않게 생을 마감한 참사의 희생자들과 가족을 잃은 유족의 아픔에 대한 기록과 기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보도해 드린 스티븐 블레시 씨의 사연은앞으로 우리 사회가 기억하고 추모해야 할 수많은 희생자 이야기의 하나일 겁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기록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이 더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추모되기를 원하는 유족분들의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기사와 영상을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주간 뉴스타파>는 매주 목요일 저녁 8시에 방송됩니다. 
제작진
취재홍여진 강혜인
연출송원근
진행심인보
촬영정형민 김기철 오준식
편집윤석민 박서영
CG 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심인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