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재벌과 강남만 웃는다

2014년 03월 04일 18시 41분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일부 재벌의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달 25일 대국민 담화에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투자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규제개혁 뿐”이라며 “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인 규제를 반드시 혁파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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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이에 따라 내년부터 ‘입지규제 최소지구’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4일 “올해 관련법을 개정, 내년에 시범적으로 5곳을 입지규제 최소지구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입지규제 최소지구로 지정되면 건축물의 층수제한과 용적률, 기반시설 설치기준 등이 대폭 완화되거나 아예 없어진다. 현재 건축규정보다 더 넓고,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만큼 개발 이익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알짜배기 땅을 사서 규제가 풀리기만 기다려온 재벌그룹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생명은 서울 삼성동 옛 한국감정원 건물과 대지를 2천328억 원에 사들인 뒤 6개월 째 비워두고 있다. 삼성생명은 이곳을 임대해 임대수익을 올리는 대신 아예 건물을 허물어 고층 빌딩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인근 상업지역 땅 값이 3.3 제곱미터에 3000만 원대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입지규제가 풀리면 땅값만 1000억 원의 시세차익이 예상된다.

게다가 인근에 있는 한전이 내년 지방으로 이전하면 이 일대가 통합 개발될 가능성이 커 땅값은 더 오를 수 있다.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물산은 한전과 서울의료원, 한국감정원 등 인근 대지를 합쳐 모두 14만여제곱미터의 땅에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의 제안서를 강남구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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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롯데칠성 대지 개발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지난 92년 3.3 제곱미터 당 294만 원이었던 땅값은 현재 943만 원으로 공시지가 기준으로 3배 올랐다. 그러나 3종 일반주거지인 이 땅의 용도가 폐지돼 백화점과 호텔 등 상업 건물이 들어서게 되면 땅값은 수십 배 더 오를 수 있다.

박종복 JB 미소부동산컨설팅 원장은 “인근에 매매되는 시세를 보면 적게는 평당 2억 5천만 원에서 높게는 4억 5천만 원선”이라며 “평당 2억 5천만 원만으로 책정해도 대략 3조 2천억 원이 넘는다”고 말했다.

성남공항의 활주로까지 바꿔가며 123층 짜리 초고층 건물을 짓고 있는 롯데그룹은 이를 통해 수조 원의 개발 이익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땅값만 2조7472억 원, 20여 년전 매입 당시의 819억 원보다 34배 가까이 올랐다.

현대차그룹의 오랜 숙원이었던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계획도 탄력을 받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06년부터 성수동 삼표레미콘 대지에 110층짜리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건립을 추진했으나 서울시의 초고층 건축관리 기준에 막혀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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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 변창흠 행정학과 교수는 “저성장 시대에 부동산을 통해서 경기를 활성화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지만 설사 성공하더라도 경제에 상당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