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직업이다. 그 명예훼손이 법률이 정한 한계를 벗어나면 형사처벌을 받거나 손해배상을 한다. 그런데 형법과 민법이 정한 한계는 시대에 따라 대상과 내용이 달라졌다. 과거에는 대립하는 당사자가 언론사와 공권력이었지만, 이후 언론사와 유명인으로 바뀌더니, 이제 개인과 개인이 됐다. 이렇게 구도가 달라진 배경에는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장이 있다. 예전에는 언론사만 대량으로 메시지를 발신했지만, 이제는 누구라도 무제한으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표현의 자유와 명예훼손이라는 문제도, 직업 기자의 민주주의 투쟁에서, 개인의 발언할 자유 호소로, 개인 사이 명예훼손 분쟁 등으로 바뀌고 섞이게 됐다. 이러한 변화를 이용해, 언론은 질 낮은 사생활 보도를 하면서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고 합리화하고, 권력은 언론을 부당하게 탄압하면서 개인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21세기 인터넷 기술 덕분에 시민 모두가 메시지를 발신하지만, 여전히 가장 예리하게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은 기자다. 기자에게 닥친 문제는 곧 시민에게 닥칠 문제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시작이 그랬듯이 모두의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