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의 수의계약 난맥상

2022년 03월 02일 16시 24분

뉴스타파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을 지내던 시기 체결된 성남시 및 산하기관의 수의 계약 내용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이 후보의 성남시 선거운동을 도운 민간사업자 2명이 억대의 수의 계약을 따낸 사실이 드러났다. 성남시와 산하기관에서 수십억 원의 수의계약을 받은 건설업자가 201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에게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납부한 사실도 확인됐다.

선거캠프 출신 설립 SNS 홍보업체, 성남시 등과 2억여 원 수의계약

성남지역 아파트 입주민 대표 출신인 김 모 씨는 지난 2012년 ‘성남시 SNS 시민소통관’ 1호 민원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성남시 SNS 시민소통관’은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가 시 정책으로 중점 추진한 제도다. 2013년에는 이재명 후보가 창립한 ‘시상권 활성화 재단’에서 홍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이 후보로부터 직접 표창패를 수여받기도 했다. 2014년 지방 선거에서는 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지근 거리에서 도왔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2017년 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을 때는 이재명SNS콜센터 개발 등 이재명 캠프의 선거 지원 업무를 맡았다. 경선 당시 ‘친이재명’ 성향의 트위터 계정을 개설해 운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던 인물이다.
김 씨는 2013년 7월 블로그 서비스 업체 S사를 설립했다. 뉴스타파가 ‘성남시 계약정보공개시스템‘에 공개된 성남시 및 산하기관의 수의 계약 내용을 분석한 결과, S사는 2013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성남산업진흥원 등 성남시 산하기관 4곳과 네이버 블로그 운영 등을 명목으로 모두 12건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총액은 2억 원이다.
S사는 성남시로부터도 수의계약을 따냈다. ‘성남시 SNS 통합시스템 구축 용역’ 등 명목으로 성남시와 2014년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5400만 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렇게 S사가 성남시와 산하기관 관련 업무를 수행한 대가로 거둔 수입은 확인된 것만 2억 5천여만 원이다. 2017년 대선 경선 출마 당시 이재명 후보의 정치후원금 지출 내역을 확인한 결과, S사는 이 때도 이재명TV 구축 등 용역의 대가로 7천 7백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S사는 영업 기간 동안 매출의 절반 이상을 성남시와 시 산하기관에 의존했다. S사는 2018년 9월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된 후 법인 해산했다. 김 씨는 2018년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경기도청 비서관에 채용됐다. 현재는 이재명 캠프에서 현안 대응 업무를 맡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 ‘SNS 활성화 계획’으로 성장… 김 씨 “위법 없었어”

S사가 수주한 사업은 주로 SNS와 관련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재명 시장 당시 성남시 시책이었던 ‘공직자 SNS 활용 활성화 운영계획’ 연관 사업이다. 2012년 성남시는 각 부서와 산하기관의 직원들에게 개인 SNS 계정을 활용해 민원에 대응하거나, 시 사업을 홍보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성남산업진흥원 등 산하기관 4곳은 시 정책 홍보 및 직원들의 SNS 활용을 교육하고 평가할 업체를 선정했는데, 그 업체가 바로 S사였다. S사가 이 사업과 성남시 및 산하기관 블로그 운영 대행 사업을 합쳐서 따낸 수의계약 액수는 1억 4000만 원에 이른다.
당시 S사로부터 계약을 제안받은 한 산하기관 관계자는 “계약 당시 성남시로부터 ‘기관 직원의 개인 SNS 계정을 이용한 홍보활동을 강화하라’는 지침이 내려왔고, 이 지침에 따라 직원 SNS 평가·교육 등을 해야했는데 S사가 우리에게 견적을 보냈고, 확인해보니 S사가 성남시 SNS 사업을 수주한 레퍼런스가 있어 용역을 맡기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 개인 계정을 활용한 기관 홍보는 사생활 침해 등의 우려로 현재 시행되지 않는다.
김 씨는 S사의 여러 계약 경위를 묻는 질의에 대한 문자 답변에서 “나는 위법행위를 한 적이 없다”며 “2016년 퇴사 이후 회사 활동에 관여하지 않았고, 전문성과 성실한 용역 수행을 인정받아 계약이 성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재명 캠프에서 수행한 역할에 대해서도 “당시 성남지역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경선에 출마했던 당원으로서 이재명 후보를 자원봉사자로 도운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사업자로 4억 원대 수의계약

2014년 이재명 성남시장의 선거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신 모 씨는 2017년 대통령 후보 경선 때도 이재명 후보를 도왔던 인물이다. 그는 프로축구단 성남FC의 회원 이벤트 등을 담당했던 홍보기획사 대표 출신이다.
신 씨는 L사라는 회사를 설립한 뒤 2014년 5월부터 2017년 6월까지 최소 31건의 수의계약을 성남시 등과 체결했다. 계약 명목은 ‘삶의 질 세계100대 도시 지표를 활용한 인포그래픽 제작’, ‘공무원 안전체험 교육’, ‘금연사업 홍보물품 제작’ 등으로 다양하다. 계약금 총액은 4억 2000여만 원이다.
그런데 L은 법인이 아니라 개인사업자였다.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가 시의 각종 용역 사업을 수주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물론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도 규정상 시 용역 사업을 수주할 수는 있다. 지방계약법 시행령 25조에 따르면 계약 추정가격이 2천만 원 초과, 5천만 원 이하인 경우는 여성·사회적기업 등에 수의 계약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자인 신 씨가 여성이었던 L사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미심쩍은 정황이 발견됐다. 성남시는 2017년 6월 16일 ‘통장 워크숍 개최’ 명목으로 L사에 수의계약을 줬다. 용역 대금은 3860만 원으로 5천만 원 이하였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대로 형식상 수의계약 요건에 해당한다. 그런데 2014년에서 2019년 사이 ‘통장 워크숍’ 사업의 용역 대금은 2017년 한 해만 제외하고 모두 7천만 원 이상이었다. 5천만 원을 초과했기 때문에 당연히 경쟁입찰을 거쳐 사업자가 선정됐다. 유독 L사와 계약한 2017년 한 해만 용역 대금이 5천만 원 이하로 설정됐고, 이에 따라 수의계약 요건이 발동한 것이다. 더구나 통장 워크숍을 개인사업자가 수행한 것은 이때가 유일했다.
신 씨는 이 후보가 지난 2017년 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을 때 이재명TV 제작 등 선거운동에 관여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이재명TV 구축 용역을 맡았던 곳은 앞에 등장한 김 씨가 설립한 S사였다. 김 씨는 “신 씨를 알긴 하지만 친분이 있거나 연락하는 사이는 아니다”라고 했다.

성남시 공무원으로도 임용… 현재는 ‘코나아이’ 이사

신 씨는 2017년 ‘성남시 임기제 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해 임기제 7급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채용 분야는 ‘민생안정전략추진’이었다.
그런데 당시 공고된 성남시 채용계획에는 신 씨에게 유리한 직무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었다. 채용공고문을 보면, 민생안정전략추진 분야 직무내용으로 ‘경제·사회·문화·관광분야 기획’과 함께 ‘삶의질 세계 100대 도시 추진을 위한 업무 지원’이 적혀 있었다. ‘삶의질 세계 100대도시 추진을 위한 업무 지원’은 앞서 신 씨가 L사를 통해 수행한 용역 과제 중 하나다.
성남시는 2015년 12월 28일 ‘삶의 질 세계 100대 도시 지표를 활용한 인포그래픽 제작’을 L사에 맡겼다. ‘삶의 질 세계 100대 도시’는 이재명 후보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들고 나온 선거 공약이다. L사를 제외하고 2014년부터 채용공고가 나간 2017년 6월까지 삶의 질 관련 업무 용역을 받은 곳은 없었다. 다시 말해, 공무원이 아닌 이상 신 씨를 제외하고 '삶의 질 100대 도시' 관련 업무를 해 본 이는 당시로서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2017년 6월 성남시인사위원회가 공고한 '임기제공무원 임용시험 시행계획', 신 씨는 민생안정전략추진 분야에 지원해 최종 합격했다.
성남시는 뉴스타파 질의에 대해 “당시 해당 분야 전문인력이 필요해 임용 공고를 냈고, 당사자가 신청하여 서류전형 및 면접시험을 거쳐 적법하게 채용되었다”고 해명했다. 수의계약 관련 의혹들에 대해서도 “특혜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계약 관련 자료는 기록물 보존기간 만료로 폐기된 상태다.
신 씨는 2018년 이재명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자 성남시 공무원직에서 사직했고, 현재는 경기지역화폐 사업자인 코나아이 이사로 재직 중이다. 신 씨는 전화와 문자를 통한 질의에 “나중에 얘기하자”며 답변을 피했다. 이재명 캠프에도 선거운동을 도운 민간사업자들에 대한 특혜 제공 여부를 묻는 질의를 보냈지만 2일 현재까지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수의계약 몰아받은 건설업자들의 고액 정치후원금

뉴스타파는 성남시 및 산하기관의 수의계약 내용을 전수조사하는 과정에서 성남시가 수의계약을 몰아준 지역 건설업자들이 이재명 후보에게 고액의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도 발견했다. 
지역 건설업자 서 모 씨는 2017년 2월 당 대선 경선에 나선 이재명 후보에게 개인 최고 한도인 1000만 원을 후원했다. 당시 서 씨는 선관위에 자신의 직업을 ‘무직’이라고 신고했다. 하지만 서 씨는 성남지역 건설업체 H사 대표였다. H사는 이 후보가 첫번째 성남시장 임기를 시작한 직후인 2010년 7월 5일 설립됐다. 이후 2011년 4월부터 올 1월까지 성남시에서 최소 261건의 수의계약을 받았다. 계약금 총액은 26억 7600만 원, 이중 이 후보 임기 때 받은 계약금은 21억 2700만 원이다.
서 씨는 개인사업자인 D사를 통해서도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최소 494건의 계약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금 총액은 28억 2000만 원이다. 이 후보 임기로 한정하면 20억 3000만 원을 받았다. 결국 서 씨는 H사와 D사를 통해 확인된 것만 40억 원 이상의 계약을 ‘이재명 성남시’로부터 받은 것이다.
현재 서 씨는 H사 대표에서 물러난 상태다. H사의 현 대표인 최 모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이런 일을 취재하는 것이 매우 불쾌하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는 서 씨의 뜻을 전했다.
성남시에서 다수의 수의 계약을 수주하고 이재명 후보에게 정치후원금을 낸 건설업자는 서 씨 뿐만이 아니다. 건설업자 방 모 씨와 신 모 씨는 2014년 지방선거 당시 각각 500만 원, 400만 원의 정치후원금을 냈는데 이들이 대표로 있던 건설사는 성남시 등에서 2011년부터 최근까지 각각 194건, 85건의 수의계약을 받았다. 계약금 총액은 각각 24억 2400만 원, 9억 9000만 원이다. 방 모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정치 후원금을 낸 것은 그냥 좋아서 낸 것이며, 수의 계약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신 모 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밖에 2006년 당시 이 후보의 선대본부장을 지낸 김 모 씨도 친동생이 운영하는 건설업체를 통해 계약을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해당 업체가 2011년 9월부터 2015년 5월까지 받은 수의계약은 최소 62건, 금액은 5억 원이 조금 넘는다. 김 씨는 2014년 이 후보에게 정치후원금 500만 원을 납부했다.
일부 사업자에 수의 계약을 몰아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성남시는 “ (문제 제기 이후에는) 가급적 많은 업체가 (계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뉴스타파는 정치후원금과 수의 계약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재명 캠프 측에 질의했지만 2일 현재까지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제작진
취재강현석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