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희림이 류희림을 조사하라" 도망간 권익위

2024년 07월 09일 19시 00분

‘반부패 총괄 기관’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가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의 청부민원 사건을 직접 처리하지 않고 엉뚱하게 사건이 발생한 방심위로 보냈다. 류 위원장과 참고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권익위는 이 사건을 무려 7개월간 조사한 끝에 이런 결론을 내렸다.

“류희림과 참고인들 간 진술 불일치”한다며 방심위가 조사하라는 권익위

어제(8일)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류희림 위원장과 참고인들 간 진술이 불일치하고, 류 위원장의 '청부민원' 사건이 수사기관 이첩 대상인지 또는 종결 처리 대상인지 명백하지 않기 때문에 방심위로 안건을 송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류 위원장과 참고인 사이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권익위가 직접 조사를 포기한 셈이다. 권익위는 또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 사건을) 수사기관에 이첩할 수 있는지도 명백하지 않다”고 말했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조사 결과를 브리핑 중인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이 사건의 권익위 신고를 대리한 박은선 변호사는 “류희림 방심위가 류희림의 이해충돌 사안을 알아서 처리하라는 권익위의 무책임한 태도”라며 “사건을 종결하고 싶은 권익위가 욕은 먹기 싫고, 결국 방심위로 사건을 돌려 보낸 것이다. 이렇게 증거들이 명백한데도 어떻게 진술이 불일치 한다고 판단을 회피하냐”며 권익위의 결정을 비판했다. 
권익위가 방심위로 송부한 ‘류희림 청부민원 의혹과 이해충돌’ 사건은 결국 방심위 내 감사실이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월, 방심위 노조는 감사실에 류 위원장을 이해충돌 혐의로 신고한 바 있지만 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사실은 “감사실이 류 위원장에 대한 감사 권한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실은 류 위원장의 가족 등을 동원한 청부민원 의혹 ‘제보자 색출’ 지시에 따라 방심위 내부 제보자의 자료 유출 경위 감사에 착수한 바 있다.

류희림 국회 진술 회피 ‘방탄’ 되어준 권익위

지난 2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장 증인석에 선 류희림 방심위원장
류희림 위원장은 뉴스타파의 이른바 ‘김만배 녹취록’ 보도와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이 이뤄졌던 지난해 9월 자신의 가족과 지인, 자신이 관여한 단체 인사 등을 동원해 방심위에 뉴스타파 기사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을 심의해 달라는 민원을 내도록 청부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방심위에 접수된 200여 건의 청부 의심 민원을 근거로 열린 방심위 위원회 심의 과정에 류 위원장은 직접 참여했고, 이 회의를 통해 KBS, MBC, JTBC, YTN에 억대의 과징금을 의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내부 직원들이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류 위원장은 심의를 강행했다. 결국 방송사들은 모두 방심위 제재 결정에 불복해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방송사들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모두 받아들였다.
그런데도 류 위원장은 지난 6월 25일과 7월 2일, 두 차례 열린 국회 과방위에 출석하여 청부민원 의혹을 묻는 질문에 “권익위 조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라 답할 수 없다”고 되풀이하며 답변을 회피했다. 류 위원장의 국회 과방위 출석 일주일만에 권익위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면죄부를 준 것이다. 결국 권익위는 국회에서 증인선서까지 한 류 위원장에게 청부민원 의혹에 대한 진술을 회피할 수 있는 ‘방탄’ 역할까지 한 셈이다. 

 “권익위마저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

지난 1월 15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방심위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모습
한편 권익위는 청부민원인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며 권익위에 신고한 건은 서울경찰청에 이첩했다. 권익위는 “서울청이 동일 사안을 수사 중”이기 때문에 이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26일, 류 위원장은 성명불상의 방심위 직원을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서울경찰청으로 사건을 이첩했고, 지난 1월 15일에는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 십여 명이 방심위에 들이닥쳐 6시간 가량 사무실을 압수수색 하기도 했다. 신고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권익위가 신고자 보호는 외면하고 류 위원장의 방심위 직원 탄압에 가세한 셈이다. 
방심위 노조는 권익위의 이런 행태에 대해 “권익위마저도 제보자 색출에 나선 것”이라며, “권익위의 이번 결정은 결국 류희림을 향한 구원의 손길이 아닌, 입틀막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붓게 될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류 위원장의 임기는 이달 22일 까지다. 방심위 사무실 내부에 있는 게시판에는, 방심위 직원들이 류 위원장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적혀 있다.
방심위 사무실 게시판에 직원들이 류 위원장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붙어 있다.
“역대 최악의 위원장님! 우리 위원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언론자유를 몇십 년 후퇴시킨 본인의 과오를 절대 잊지 마시길” 
“후안무치 수치라는 단어를 모르시나요”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멀쩡한 조직을 쑥대밭 만들어놓고 행복하신가요? 그 대가를 반드시 치르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