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개 내부 규정을 근거로 임의적·위법적인 직접 수사를 벌여온 검찰의 행태에 제동이 걸린다. 법원은 오늘(12일) 대검찰청의 비공개 예규 '검사의 수사 개시에 대한 지침'를 공개하라며 시민단체가 제기한 행정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행 검찰청법(2021년 시행)은 검찰이 명예훼손 등에 대한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뉴스타파 등 언론사들에 대한 강제 수사를 개시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 지난해 9월, 검찰은 뉴스타파 사무실과 기자 2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당시 검찰은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음파일 보도가 대장동 개발특혜비리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기 때문에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검찰청법에는 다른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에 대해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은 해당 대검찰청 비공개 예규에 담겨 있다. 시민의 입장에서는 검찰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직접 관련성의 판단 기준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검찰은 직접 관련성을 판단하는 예규의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참여연대는 해당 예규 전문과 개정 연혁 등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대검찰청은 비공개 결정했다. 예규가 공개될 경우 직무 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참여연대는 지난 1월 서울행정법원에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참여연대 측은 소장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와 수사 절차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해당 정보에 대한 공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법원 판결로 검찰의 임의적·위법적 수사 관행이 바로잡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보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그간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예규를 기반으로 수사 개시가 이뤄졌던 것부터가 위법적인 근간"이라며 "이번 판결로 검찰의 수사, 조직 운영에 대해 시민들이 직접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게 된 것이 의미가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