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민간인 불법사찰 2탄_민간인 불법사찰 몸통을 자처한 깃털

2012년 03월 24일 06시 26분

공직윤리 지원관실 민간인 불법사찰 은폐 사건의 핵심 당사자 가운데 한명인 이영호 전 고영노사 비서관.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자 기자회견을 자청합니다.

이영호 전 비서관은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즉은 거리에서 보좌하며 한국노총과의 정책연대를 이끌어냈고 이후 대통령실 고용노사 비서관에 임명 됐습니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의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제가 자료 삭제를 지시했습니다. 맞습니다. 바로 제가 몸통입니다. 몸통입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회견이었지만 그는 아무런 질문도 받지 않은 채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습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운전해 준 건 어떻게 된 거예요?)
(사회수석실에서 왜 국무총리실의 보고를 받습니까?)

무수한 의혹 속에서도 일체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가 왜 갑자기 기자회견을 자청했을까. 이영호씨는 공직윤리지원관실 민간인 불법사찰이 세상에 알려진 2010년 7월 검사수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리 되어 사법처벌을 전혀 받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장진수 전 주무관의 증언으로 청와대의 불법사찰 증거인멸 과정이 알려지자 그는 자신이 증거인멸의 최종 책임자라고 자백합니다.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제가 자료 삭제를 지시했습니다. 맞습니다. 아끼는 최종석 행정관에게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있는 내용을 철저히 철저히 삭제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는 어떠한 책임도 지겠습니다.”

민간인 불법사찰 자체가 전혀 없었다고 비상식적인 강연도 합니다.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청와대나 제가 민간인 불법 사찰을 지시한 적은 결코 없습니다.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을 청와대가 지시했다는 주장과 저 이영호가 주도했다는 주장에 대하여 국민 앞에 속이지 말고 당당히 진실을 밝혀주실 수 있도록...”

검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나온 증거들조차 무시하는 발언이었습니다.

민간인 불법사찰을 실행한 공직윤리지원관실 원충연 조사관의 수첩입니다. 청와대를 지칭하는 BH. 즉 블루하우스의 이니셜만 여덟 번 등장합니다. 청와대 하명사건, 방해세력제거라는 섬뜩한 단어들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영호 비서관 자신의 약자인 2B라는 약칭도 두 차례 이상 등장합니다. 다른 조사관의 컴퓨터에서는 청와대 하명사건이라는 이름의 문건도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영호씨는 이 모든 증거를 무시한 채 김종익씨를 사찰한 것은 공기업 종사자로 착각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합니다.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김종익씨 사건은 공직윤리지원관실 직원들의 업무미숙에서 일어난 사건이며 민간이 불법사찰이라는 용어는 현 정부를 음해하기 위한 음모이고 정치공작입니다.”

공직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YTN에 대한 사찰도 수차례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박근혜 의원, 이혜운 의원, 서울시장 등을 사찰한 정황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현정부의 성공을 위해 청와대 비서관으로서 어떤 어려움도 주저하지 않고 사명감을 갖고 국가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런 사실들에 대해 공개토론회를 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
“거짓말을 하지 않고 진짜로 생방송 공개토론을 제안합니다.”

(질문 받으세요. 질문!)

공개토론회까지 주장한 그였지만 기자들이 질문을 하려 하자 갑자기 자리를 떴습니다.

(장진수) 전 주무관이 운전해 준 건 어떻게 된 거예요?)

(사회정책실에서 왜 국무총리실의 보고를 받습니까?)

기자들은 객관적 자료에 대해 질문하고자 했지만 그는 전혀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상식적 보고 안 받으셨어요? 원충연 수첩에 2B, 비서관님 이름이 등장하는데 그건 어떻게 된 거예요?)

(공직자로서 말씀해 주실 수 있는 거잖아요.)

(사찰을 안 하셨다고요? 원충연씨 수첩은 사찰한 기록이 아닙니까? 이건 검찰 수사과정에서 나온 겁니다. 정확하게 말씀해 주세요. ‘2B입장에서...’)

(2B가 이영호 비서관님 지칭하는 거 맞죠? 일면식도 없는 분이 이런 노트에다 적을 리는 없을 거 아니에요. 저희가 왜 이 노트에 이름이 등장하는지 여쭤보는 거잖아요. 고위 공직자로서 가타부타 말씀해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러면 장진수씨가 했던 말이 다 거짓말이라는 건가요?)

(보고를 받으셨으니까 삭제를 지시하신 거 아닙니까?)

(계통과 체계가 전혀 다른데 장 주무관이 왜 비서관님의 운전수 역할을 한 거죠?)

(대포폰은 왜 쓰셨나요?)

(보고를 받으셨으니까 삭제를 지시하셨을 거 아닙니까. 보고 받은 적 없으세요?)

20여 분 간 기자들이 끈질기게 따라붙으며 질문을 했지만 몸통을 자처한 이영호 전 비서관은 단 한 마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도망치듯 밖으로 빠져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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