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처음 목격한 상황은 어떠했습니까?
(답) 2층 창문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고 … 거실과 주방에서 화염이 분출되고 있었습니다.
(문) 형제는 왜 대피하지 못했나요?
(답) 피난을 위한 출입문과 인접해 있던 거실과 주방에서 불이 크게 나고 있는 상황으로 보아 현관문을 통해 나오기가 무서워서 불길을 피해 방쪽으로 들어가 피난한 것 같습니다.
(문) 형제를 구출했을 때 상태는 어떠했나요?
(답) 첫째 아이는 침대위에서 발견했으며, 구출 당시 의식 없이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고, 둘째 아이는 침대와 화장대 사이 공간에서 발견했으며 역시 의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인천 미추홀소방서 출동대원 서면 인터뷰 (제공: 인천 미추홀소방서)
(문) 어떤 걸로 불장난 한거야?휴지랑 햄버거 종이 남은 거 그거로 하고, 불 끄고 그랬는데 불났어요. 두루마리 휴지는 반쯤 넘게 탔어요.
(문) 불장난 한 게 냄비 밑에 나온 불에 넣었단 거지? 네. 차가워져서 흰색 쓰레기봉지에 버렸는데….
(문) 흰색 쓰레기봉지는 정확히 어디에 있었어?저랑 000이(동생이) 쓰는 방 앞에요.
(문) 부엌 옆이야? 부엌 근처요. 눈이 갑자기 아프기 시작해서 방에서 그래서 나와 봤는데 불이 나있어서 일단 화장실은 갈 수 있어서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불 끄려는데 까먹고 방으로 들어가서….첫째 아이 전화 조사 내용(인천 미추홀경찰서 형사과, 2020.11.6)
일단은 제가 (집에) 없었던 게 제일 큰 원인입니다. 처음에 00(첫째 아이)에게 전화 왔을 때, 불났단 얘기를 들었을 때 큰 불이라는 걸 전혀 생각을 못 해서 나오라는 소리를 안 하고 그냥 끊어버린 게 문제였어요. ‘집에 가보면 되겠지’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어요. 두 번째 전화했을 때인가, 얘(첫째 아이)가 기침밖에 안 하고 우당탕하는 소리가 나는 거예요. 그냥 내가 그때라도 ‘집에서 나오라’고 했으면 됐는데...그때만 해도 작은 애 목소리가 들렸거든요.이유나 (화재사건 피해 아동의 친모)
00이(둘째)는 (의식을 찾은 뒤에) 아예 말도 못 하고 저를 알아 보지도 못했어요.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만 있었어요. 00이(둘째)가 입모양으로 밖에 얘기를 못하는 상태였으니까 그냥 끄덕끄덕하고 도리도리 정도 힘겹게 하고요. ‘엄마가 미안해’ 그랬더니 고개를 도리도리하더라고요. 둘째 아이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저도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르겠어요.이유나 (화재사건 피해 아동의 친모)
어렸을 때는 아빠가 술을 진짜 많이 드셨어요. 알코올중독인 것 마냥 진짜 엄청 취하시기까지 많이 드셨는데. 많이 혼났죠. 아빠가 화가 좀 많으셨던 거 같아요. 엎드려 뻗쳐 하고 엉덩이, 엉덩이나 허벅지 쪽 당구 큐대로 맞았어요. 부모님이 집을 비운 사이 남동생에게도 많이 맞았어요. 결혼 뒤에는 남편에게도 폭행과 폭언을 당했어요. 남편은 날 무시하고 막말을 심하게 했어요.이유나 (화재사건 피해 아동의 친모)
2010년 집을 나와 부모님 허락 없이 아이를 낳았습니다. 갈 곳이 없었고 둘째를 지우고 싶어도 돈이 없어 지우지 못했습니다. 남편의 폭언과 폭력이 있을 때마다 집안에서 소리치며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을 불러주는 이웃은 없었습니다. 결국 집이라는 감옥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됐습니다. (남편은) 아이들이 제대로 먹지 않고 장난친다는 이유로 애들 뺨을 때렸습니다.이유나 씨 이혼입증서면 (2015년)
사고 당일 외출이 계획된 건 아니었어요. 여러번 약을 먹고(자살시도) 나쁜 생각만 들 때였어요. 집에 있다가는 정말 죽을 것 같았어요. 애들은 자고 있는데, 애들한테 미안한 생각밖에 안 들고, 그래서 그냥 집에 있는 게 싫었어요, 특히 그 날은.이유나 (화재사건 피해 아동의 친모)
남편으로부터 양육비를 받지 못해 정서적, 경제적 지원이 부재했다는 점, 우울 감으로 인해 자포자기 심정으로 외출을 했다는 점, 어린 시절 부모의 잘못된 양육태도로 부터 학습된 모습을 자신의 아동에게 똑같이 대물림하는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윤정숙 형사정책연구원 심리학 박사
저는 당장이라도 상담을 받을 생각이었는데, 인천 아보전에서는 ‘앞에 대기자가 많아서 기다려야 된다’고만 얘기했어요. 그 시기엔 저에겐 이야기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이유나 (화재사건 피해 아동의 친모)
(아보전에서) 심리 정신 치료를 할 수 있는 치료사를 고용하려고 공고를 냈는데, 1년 동안 지원자가 없었어요. 임상치료 심리 상담에서 받는 정도의 처우가 사회복지, 특히 아동복지 쪽에서 받는 처우와 갭이 크기 때문입니다. 지금과 같은 기준으로는 전문적인 심리 상담 인력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류정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아동복지연구센터 센터장)
우리 기관의 경우 아동에게 쓸 수 있는 사업비는 현재 2900만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저희 기관에 연간 들어오는 피해 아동 사례만 약 1000건에 달합니다. 이 중 10%만 심리검사를 한다고 해도 3000만 원 정도가 필요하죠. 지금의 사업비로는 심리검사도 할 수 없습니다. 예산 증액 요구를 많이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이동건 전국 아동보호 전문기관협회장 (빛고을 아동보호전문기관장)
촬영 | 정형민, 최형석, 김기철, 오준식 |
편집 | 윤석민 |
디자인 | 이도현 |
CG | 정동우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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