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지난해 4월쯤, 경기도 고양시의 한 시민단체가 김 전 의원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수사가 마무리 국면이라 조만간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현아 전 의원은 제20대 국회의원을 지낸 뒤, 국민의힘 비대위원을 거쳐 현재 국민의힘 경기도 고양(정)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도시계획학 박사 출신으로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센터장직도 맡은 상태다. 김 전 의원은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의 정치 패널로도 활동 중이다.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1대가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사진)을 수사 중이다.
국민의힘 전현직 시의원들에게 돈봉투 요구한 정황
경찰은 김 전 의원이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금한 뒤,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선거용 자금으로 쓰거나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데 썼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그가 정치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전·현직 고양시의회 의원들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국민의힘 소속 현직 시의원인 A씨의 계좌를 확보했다. A씨는 김현아를 대신해 자신의 계좌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이 A씨 계좌를 압수수색 해서 파악한 불법 정치자금의 액수는 최소 3천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좌 입금과 별도로 김 전 의원이 현금이 담긴 돈봉투를 직접 요구한 정황도 포착됐다. 일부 시의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공천을 받기 위해 수백만 원이 담긴 돈봉투를 김 전 의원에게 직접 건넸다고 진술했다. 고발인 측은 “시·도의원 후보를 공천할 수 있는 당협위원장이 공천을 미끼로 돈을 뜯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계좌에 돈을 입금한 사람은 A씨 등 5명, 현재 국민의힘 경기도의회 의원 및 고양시의회 의원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돈봉투 현장 담긴 녹음파일 확보한 경찰
경찰은 이번 수사 과정에서 돈봉투를 주고받는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여기엔 김 전 의원이 지난해 1월쯤, 현직 시의원으로부터 돈봉투를 받고 금액을 언급하는 육성이 담겨 있다. 또 김 전 의원이 시의원들을 포함한 당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 입금하라고 요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혐의를 입증할 녹음파일까지 확보했지만, 경찰은 1년 넘게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 초에는 인사이동이란 이유로 수사팀이 대폭 교체됐다. 사건 처리가 늦어지면서 봐주기 논란도 발생했다. 고발인 측은 “국민의힘이 여당이라 수사를 늦추고 뭉개는 것 아니냐”면서 반발하고 있다. 경찰은 “여러 혐의점을 확인하느라 시간이 걸렸을 뿐이고, 빠른 시일 내에 검찰로 사건을 넘길 계획”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