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정황 최소 3건... 명태균 ‘비선 실세’ 의혹

2024년 11월 19일 17시 44분

‘윤석열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캠프 보직 인선에도 개입한 정황이 담긴 명 씨의 육성 녹음파일이 새롭게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육성 녹음파일을 통해, 명 씨가 윤석열 캠프 인선에 개입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는 김영선 전 의원을 포함해 3명이다. 
윤석열 캠프 내에 어떤 공식 직함도 없던 명 씨가, 실제로는 캠프 인선까지 좌지우지 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른바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된다.

윤석열 당선 뒤 공천권 챙긴 명태균… 대선 캠프 영향력, 어느 정도였나?

2022년 5월 9일, 당선인 신분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에 전화해, 명태균 씨가 원했던 대로 김영선 전 의원이 단수 공천을 받도록 개입했다는 대통령의 육성이 최근 공개된 바 있다.
●윤석열 /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공천)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
○명태균 / 진짜 평생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윤석열-명태균 전화통화 (2022년 5월 9일 오전 10시쯤)
이 같은 통화가 있고 바로 다음날, 실제로 김영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창원의창지역 국회의원 후보로 단수 공천을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과 직접 통화해 국회의원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로, 명태균 씨는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렇다면 지난 대선 시기, 윤석열 캠프에 대한 명 씨의 영향력은 어땠을까.
뉴스타파는 그 당시, 명 씨의 힘이 어느 정도였는지 엿볼 수 있는 새로운 육성 녹음파일을 다수 입수했다. 

명태균, 윤석열 대선 캠프 공식 발표 ‘8일 전’ 중요 인선 정보 사전 인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한창이던 2021년 10월 20일. 윤석열 캠프의 본부장 및 지역위원장급의 중요 인선 결과가 언론에 발표됐다. 당시 사실상 정계 은퇴 상태였던 김영선 전 의원이 국민민생안정본부장으로 발탁됐다. 
▲2021년 10월 20일, 당시 사실상 정계 은퇴 상태였던 김영선 전 의원이 국민민생안정본부장으로 발탁됐다. (출처: 조세일보)
그런데 캠프 공식 발표 8일 전인 2021년 10월 12일. 명태균 씨는 자신이 실질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의 직원 강혜경 씨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열 캠프에서 주요 보직을 맡게 된 김영선 전 의원이 좋아서 난리가 났다’는 취지로 말했다.
●명태균 / 사무실에 왔는데 아무도 없어가. 그래, 알겠어요, 알겠어요. 일 봐요. 난 일 보러… 그 임명장 봤어요?
○강혜경 / 네, 봤습니다.
●명태균 / 아이고. 김영선이 난리났다, 난리났어. 오버하면 안 되는데. 알았어요.

명태균-강혜경 전화통화 (2021년 10월 12일, 윤석열 캠프 인선 공식 발표 8일 전)
공식 발표 최소 8일 전, 김영선 전 의원의 임명 사실을 명 씨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대선 시기, 명태균 씨가 단지 윤석열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 작업만 한 게 아니라, 캠프 인사에도 관여했다는 이른바 ‘비선 실세’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명태균, 윤석열 대선 캠프에 최소 3명 꽂은 정황… ‘비선 실세’ 의혹

명태균 씨가 윤석열 캠프 인사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은 더 있다. 
2021년 10월 14일, 명 씨는 강 씨에게 전화를 걸어 두 명의 이름을 거론하며, 이들이 돈을 보냈는지 물었다.
●명태균 / OOO이하고 (돈) 다 받았어요?
○강혜경 / 아니요.
●명태균 / 그럼 입금 다 안 받았어요?
○강혜경 / OOO 것도 안 받았고, 누(구)고… OOO 회장 건 일부만 들어왔고요.

명태균-강혜경 전화통화 (2021년 10월 14일)
명 씨는 이 두 사람이 빨리 돈을 보내게 독촉하겠다면서, 돈을 입금하면 ‘임명장’을 줄 거라고 말했다.
●명태균 / 빨리 다 입금시키라고 할게요.
○강혜경 / 알겠습니다.
●명태균 / 예, 그 저 임명장 그래야 주지.

명태균-강혜경 전화통화 (2021년 10월 14일)
이 대화에 나오는 ‘임명장’은 윤석열 캠프 내 보직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대화에 언급된 두 사람 모두, 지난 대선 윤석열 캠프에서, 각각 ‘민생안정특별본부 경북본부장’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반려동물가족행복특별위원장’에 임명됐다. 
이 중 한 명은 명 씨의 요구에 따라 억대의 돈을 건넨 사실이 확인돼, 현재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명태균 씨는 윤석열 캠프 내에 공식 직책이나 직함이 없었다. 대선 시기, 각 캠프마다 수많은 임명장이 남발되는 현실을 감안해도, 아무 직책과 직함이 없던 명 씨가 주요 공당의 대선 캠프 인사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육성 녹음파일이 새로 확인되면서, 명 씨가 윤석열 후보에 여론조사를 ‘직보’한 것을 넘어 윤 후보의 ‘비선 실세’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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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임선응, 조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