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후보 검증> 현경병 국민의힘 노원갑 후보, 2022년 '불법 공천헌금' 사건 재수사

2024년 04월 01일 17시 53분

현경병 국민의힘 서울 노원갑 후보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벌어진 '불법 공천헌금'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불법 정치자금 조성에 관여했다는 혐의다.
현 후보는 2022년 11월 이 사건과 관련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고소·고발장이 추가로 접수되면서 서울 노원경찰서와 서울북부지검이 재수사에 나섰다. 
총선 출마 직전까지 오세훈 서울시장 비서실장으로 일한 현 후보는 18대 국회의원 출신이다. 2011년 6월 골프장 대표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2021년 2월 서울 노원갑 국민의힘 당원 협의회(당협) 위원장이 되면서 다시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뉴스타파는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노원갑 당협에서 벌어진 '불법 공천헌금' 사건 관련 수사자료를 입수했다. 불법 공천헌금이 오가고, 지방선거 공천이 결정될 당시 사건 관계자들 사이에 오간 금융 거래과 통신 내역, 관련자 신문조서 등이다. 
지난 3월 23일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에서 열린 현경병 국민의힘 서울 노원갑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

국민의힘 노원갑 당협 사무국장 양 모 씨, 공천 희망자들에게 헌금 요구

지방선거 직후인 2022년 11월, 현경병 후보는 서울북부지검에서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수천만 원의 ‘불법 공천헌금’이 현 후보 측에 전달됐다는 신고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이기도 한 공천 희망자 이 씨와 김 씨는 뒷돈을 줬는데 공천을 못 받자 불법 공천헌금을 고발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 시의원 공천을 희망했던 이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불법 공천헌금 요구를 받았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민의힘 서울 노원갑 당협 사무국장 양 모 씨에게) 내가 한번 경쟁해 보고 싶다고 말하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양 모 씨가) 바로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그럼 2,000만 원 주세요. 그러면 내가 현경병 지역위원장한테 얘기해서 공천을 받게 해드릴 테니까 2,000만 원을 주세요'라고..." 

이○○ / 불법 공천헌금 제공
이 씨와 김 씨는 당협 사무국장 양 모 씨가 ‘불법 공천헌금’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통화 녹음파일을 수사기관에 증거로 냈다. 아래는 녹음파일 내용 중 일부다. 
양OO 사무국장:  바쁘십니까? 
공천 희망자 김 씨: 안 바쁩니다. 지금 앉아 있습니다.
양OO 사무국장: 연말에 그 저기 그 찬조 좀 하셔.
공천 희망자 김 씨: 연말 찬조?
양OO 사무국장: 응. 
공천 희망자 김 씨: 그래야죠.
양OO 사무국장: 여기서 선물 좀 뭐 하려고 그러는데 찬조 좀 부탁드립니다.
공천 희망자 김 씨: 예. 어떻게 해요?
양OO 사무국장: 그건 알아서 하십시오.

국민의힘 서울 노원갑 당협 사무국장 양OO씨와 공천 희망자 김 씨의 대화 음성파일 (2022.1.19.)
양OO 사무국장: 사람들하고 같이 있어요?
공천 희망자 김 씨: 많이 있었어. 
양OO 사무국장: 혼자?
공천 희망자 김 씨: 예, 지금은 괜찮아요.
양OO 사무국장: 그래서 그 저기 그 대선 운영비를 조금만 좀 내시면 좋겠는데.
공천 희망자 김 씨: 뭐 그래요. 아, 알았어요. 저기 내일 얘기하자고요.

국민의힘 서울 노원갑 당협 사무국장 양OO씨와 공천 희망자 김 씨의 대화 음성파일 (2022.2.15.)

'불법 공천헌금', 당협 회계 직원 안OO 씨 계좌로 입금

현경병 후보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2022년 '불법 공천헌금' 사건에는 총 6명이 등장한다. 서울 노원갑 당협위원장이던 현경병 후보, 당협 사무국장 양 모 씨, 당협 회계 담당 직원 안 모 씨,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서울 시의원과 노원 구의원을 준비하던 이 모 씨와 김 모 씨,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던 진 모 씨다. 
2022년 국민의힘 노원갑 당협위원회에서 벌어진 '불법 공천헌금' 사건 관련자 6명 관계도.
뉴스타파는 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각종 기록을 입수해 살펴봤다. 선관위 조사 보고서와 고발장, 검찰이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와 증거기록 등이다. 기록에 따르면, 당협 양 국장은 공천희망자 이 씨와 김 씨로부터 각각 2,000만 원, 1,500만 원을 공천헌금 명목으로 받았다. 당협 회계 담당 직원 안 모 씨의 개인 계좌가 이용됐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다. 
지방선거 6개월쯤 전인 2021년 12월 29일, 안 모 씨 계좌에 서울 시의원 공천을 원했던 이 모 씨가 2,000만 원을 계좌이체한다. 노원 구의원을 희망했던 김 씨는 2022년 1월과 2월 두 차례에 걸쳐 총 1,500만 원을 양 씨에게 봉투로 전달했는데, 돈이 전달된 직후 안 씨 계좌에 730여만 원이 입금됐다. 양 씨가 받은 돈이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정됐다. 
안 씨는 검찰 조사에서 "양 국장으로부터 현금을 받아 ATM기기로 통장에 입금하기도 했다"고 진술했다. 또 양 국장으로부터 입출금 지시를 받을 때마다 '양 받음, 양, 양 현금' 같은 식으로 통장에 표시를 해두었다고 했다. 다음은 안 씨의 선관위 조사 당시 답변이다.
저는 (당협 사무국장) 양○○이 돈을 전달하면 돈의 출처 등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았고, 여쭤보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양○○이 입금하라고 하시면 입금하고 이체하라고 하시면 이체하고 시키는 대로만 합니다.

국민의힘 서울 노원갑 당협 회계 담당 직원 안○○ 의 서울시 선관위 문답서 (2022.6.22.) 

'불법 공천헌금' 입금 후 국민의힘 공관위원에 500만 원 전달

뉴스타파는 당협 회계 담당 직원 안 모 씨 통장의 출금내역에 주목했다. 내역을 살펴보니, 서울 시의원을 노리던 이 씨가 안 씨 계좌로 2,000만 원을 보낸 바로 다음 날(2021년 12월 30일), 안 씨 계좌에서 300만 원이 당시 국민의힘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던 진 모 씨 계좌로 송금됐다.  
진 씨 계좌로는 이후 200만 원이 더 전달됐다. 2022년 3월 30일의 일인데, 국민의힘이 지방선거 후보자 신청을 받기 며칠 전이었다. 진 씨는 돈을 받고 얼마 뒤 현경병 당협위원장 측에 2,000만 원을 보냈던 서울시의원 후보 이 씨를 직접 면접했다. 공천을 대가로 한 불법 정치자금으로 의심됐다. 
2022년 지방선거 직전 서울 노원갑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불법 공천헌금' 사건 관계도. 국민의힘 서울 시의원 후보 공천을 희망했던 이 모 씨가 국민의힘 노원갑 당협 사무국장 양 모 씨에게 공천헌금 2,000만 원을 건넨 후, 당협 직원 안 모 씨의 개인 계좌에서 두 차례에 걸쳐 국민의힘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던 진 모 씨에게 500만 원이 전달됐다.
하지만 양 씨와 진 씨는 수사과정에서 “문제의 돈은 당협 사무실 운영비로 쓰기 위해 빌렸다 갚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현경병 후보는 “이 돈거래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했다. 검찰은 현 후보에게 "사무실 집기 구입 비용으로 빌린 비용을 진 위원에게 변제하는 것이라면, 사무실 운영비에서 지급되는 것이 당연해 보이고, 당협위원장도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으로 보인다"라고 물었지만, 현 후보는 "전혀 모르는 부분"이라고 했다.
당협 사무국장 양 씨가 선관위에 제출한 진 씨의 차용증은 의심을 키웠다. 한글로 적힌 차용 금액과 숫자로 적힌 차용 금액이 달랐고, 돈을 빌려줬다는 진 씨의 서명이나 날인도 없었기 때문이다. 양 사무국장은 진 씨로부터 돈을 어떤 방식으로 빌렸는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등 진술이 오락가락했다. 검찰은 차용증이 급조된 것으로 판단했다. 
2022년 6·1 지방선거 국민의힘 공천 발표가 나올 무렵 '불법 공천헌금' 관련자들 사이에 이뤄진 통화·문자 내역.

현경병 후보 등 핵심 관계자들, 공천 진행 상황 공유한 흔적도 포착

돈거래 내역 외에도 검찰이 주목한 건 더 있다. 돈이 오가고 지방선거 후보 공천이 결정될 당시, ‘불법 공천헌금’ 사건의 핵심 인물인 네 사람이 주고받은 전화·문자 내역이다.
2022년 4월 17일 오후 1시 26분, 서울 시의원을 노리던 이 씨는 공천 탈락을 통보받고 현경병 후보에게 연락해 항의한다. 1분 뒤 당협 사무국장 양 씨는 회계 직원 안 씨에게 연락해 2,000만 원을 이 씨에게 돌려주라고 지시한다. 돈이 반환된 직후 양 국장은 현경병 후보에게도 문자를 보내고 14분간 전화한다. 이후 현 후보는 당협 사무국장 양 씨와 나눈 문자를 모두 삭제한다. 
검찰은 현 후보에게 "이 씨의 공천헌금 2,000만 원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물었지만, 현 후보는 "전혀 모르는 내용", "이 씨에 대해 '왜 이러냐' 이런 정도 반응이었고, 다른 이야기를 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 후보는 "증거인멸 차원에서 문제를 삭제한 것이 아니냐"는 검찰 질문에도 "전혀 아니다", "양 국장과 문자를 평소에 많이 남겨두지 않고 양 국장과의 문자는 남길만한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현 후보는 이 씨에게 불법 공천헌금 2,000만 원을 반환한 바로 그날, 진 위원과도 길게 통화한다. 양 국장과 통화를 마친 직후였다. 검찰은 6개월간 두 사람의 통화 빈도(현경병 13회 발신, 진○○ 16회 발신)와 통화 시간(2~3분)을 비교할 때, 두 사람이 공천과 관련된 내용으로 전화한 것으로 판단했다. ‘불법 공천헌금’에 관여한 사람들이 모종의 지시를 주고받고,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보고한 흔적으로 봤다. 
수상한 정황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검찰은 불법 공천헌금을 직접 요구해 받은 양 국장, 돈을 준 이 씨와 김 씨만 기소하고, 현경병 후보는 무혐의 처분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 공관위원이었던 진 씨에 대해선 아무 문제도 삼지 않았다. 이 씨와 김 씨가 불복해 법원에 항고장을 냈지만 기각됐다. 2023년 9월, 법원은 양 국장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공천헌금을 준 이 씨와 김 씨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불법 공천헌금을 건넸던 이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에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진 게 아니다. 현경병 후보를 봐주기 위해 수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북부지검과 노원경찰서, '공천헌금' 사건 재수사

이렇게 끝난 줄 알았던 사건에 대해 최근 검찰과 경찰이 재수사에 나선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새롭게 확인됐다. '불법 공천헌금'을 건넸던 이들과 노원구의 한 시민단체가 낸 고소·고발장에 대해 서울북부지검과 노원경찰서가 재수사를 결정했다.
‘불법 공천헌금’ 문제로 징역형을 선고 받았던 양 씨가 22대 총선에 나선 현경병 후보를 다시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의심을 키운다. 뉴스타파가 만난 다수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양 씨가 보이지 않게 현 후보의 선거를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타파는 현경병 후보에게 연락해 2022년 '불법 공천헌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현 후보는 현재 수사 진행 사항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고, 이전 수사 결과에 대해서만 말했다. 현 후보는 "전혀 사실 무근", "서울 북부지검에서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서 통지서까지 다 받았고, (이런 식의 의혹 제기가) 비방과 흑색선전이고, 허위 사실 유포이고, 무고이고, 명예훼손이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답했다. 또 "(의혹 제기를 한 사람들을) 서울북부지검에 고소·고발해서 담당 검사가 배정되어 있으며, 경찰에도 고소한 상태"라고 했다. 양 씨에 대해서는 "현재 캠프에서 일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공천 관련 뒷돈을 받았다고 의심 받았던 전 국민의힘 공천위원 진 모 씨 역시 의혹을 부인했다. '불법 공천헌금'을 받은 의혹에 대해 "잘 모른다", "왜 내 이름이 거론되는지 모르겠고, 개인적으로 이 씨를 알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제작진
취재이명선
영상취재신영철 김희주
편집윤석민
디자인이도현 정동우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