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진 입 열다① "윤석열이 변호사 소개했다"

2021년 07월 19일 08시 00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변호사 소개 의혹’ 당사자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뉴스타파 취재진을 만나 당시 상황에 대해 입을 열었다. 윤우진 전 세무서장은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던 2012년, 윤석열 당시 부장검사가 대검 중수부 출신의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해줬다고 말했다.
윤 전 서장의 증언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윤석열 전 총장이 내놓은 입장과는 180도 다른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인사청문회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윤우진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하는 등 사건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여러 번 말을 바꾼 뒤 "윤우진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한 건 윤대진 검사"였고 자신은 "사건에 관여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건 당사자인 윤우진 전 서장의 이번 증언으로 윤석열 전 총장의 ‘국회 위증’과 ‘거짓말 논란’, 그리고 ‘변호사법 위반 의혹’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 발생 9년 만에 처음 증언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2020.12.31.) 
뉴스타파 취재진은 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을 만났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검찰이 '윤우진 뇌물 의혹 사건' 재수사에 나서고 두 달 정도가 지난 뒤였다. 윤 전 서장은 2012년 억대 뇌물 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부 1과장(부장검사)에게서 검사 출신의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받았다는 의혹의 당사자다. 그는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윤대진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친형이다.
윤우진 전 서장은 이 날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2012년 경찰 수사를 받을 때 윤석열 부장검사가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증언했다.
(이남석 변호사에게) 문자가 와서 ‘윤석열 선배가 보냈습니다. 만나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만난 걸로 그렇게 기억은 해요.

-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2020.12.31.)
윤우진 전 서장은 뉴스타파 취재진과 5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면서,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받은 과정을 두 가지 버전으로 설명했다. 먼저 자신이 직접 겪은 변호사 소개 과정에 대해서는 "윤석열 검사가 소개해 만났다"고 증언했다.
(서울 이태원 소재) OOO호텔 앞에서 (윤석열 당시 부장검사와) 점심인가 저녁을 한번 했어요. 그때 내가 그런 얘기(뇌물 사건)를 했을 수 있겠지, ‘내가 (경찰)조사를 받는다’고...근데 쟤(윤석열)들은 씨알이 안 먹혀, 대진이도 그렇고. 그러니까 나중에 이남석(변호사)이, 내가 그것도 기억은 안 나는데, 문자가 와서 ‘윤석열 선배가 보냈습니다. 만나보라고 해서 왔습니다’... 그래서 내가 만난 걸로 그렇게 기억은 해요.

-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2020.12.31.)
정리하면, 2012년 당시 대검찰청 소속 윤석열 부장검사가 경찰 수사로 곤경에 처한 윤우진 용산세무서장에게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것이다. 취재진은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당시 상황을 다시 한번 물었다.
- 이남석 변호사가 (윤 서장님에게) 문자를 보내면서 ‘윤석열 선배가 소개해서 전화드렸다’고... 그 얘기는 기억이 나시는 거에요?
“그건 기억이 나요. 지(윤석열)가 (이남석 변호사) 보냈다고 안 했어요? 나중에?”
- 안 했다니까요.
“끝까지?”

- 끝까지. 그래서 지금 이 문제가 계속 커진 거예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과의 문답 / 2020.12.31.)

“윤석열 선배가 보내서 왔습니다”

두 번째 버전은 윤우진 전 서장이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친동생인 윤대진 검사에게 전해 들었다고 밝힌 내용. 윤 전 서장은 “친동생인 윤대진 검사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상의해 이남석 변호사를 보낸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남석 변호사가 (윤)대진이, 석열이 밑에서 있다가 사표를 냈습니다. 사표를 내고 대진이에게 인사를 하러 갔는데, 윤석열이가 그 자리에 같이 있다가 ‘대진이 요새 일하는 것도 많고 경찰에서 표적수사를 하고 있어 구설수에 오를 수 있으니까 내가 보냈다고 해라’...”

-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2020.12.31.)
윤 전 서장이 말한 두 가지 버전의 ‘이남석 변호사 소개 과정’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어떤 식이든 이남석 변호사를 소개받는 과정에 윤석열 당시 부장검사가 관여한 건 사실이라는 것이다. 윤 전 서장의 이 같은 증언은 2019년 7월 8일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전 총장이 내놓은 답변과는 180도 다른 내용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2019.7.8.)
2012년 경찰 수사를 받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했는지 여부는 2019년 7월 8일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핵심 쟁점 중 하나였다. 사실이라면, 변호사법 위반 사안이기 때문이다. 당시 윤석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내내 변호사 소개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이남석 변호사를 윤우진 서장에게 소개한 사실이 없고, 이남석 변호사가 윤 서장에게 소개 문자를 보내도록 한 사실도 없다”라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자신은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런 태도는, 뉴스타파가 윤석열 인사청문회 당일 밤 '윤 후보자가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내용이 담긴 윤 후보자 자신의 7년 전 육성파일을 공개한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다음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윤석열 2012년 녹음파일' 내용 중 일부. (괄호는 기자의 질문)
(혹시 이남석 변호사를 윤우진 씨한테 소개를 시켜주셨나요?)
소개를 시켜줬죠. 내가 얘기해줄게. 그게 어떻게 됐냐면은…(중략)...그냥 전화하면 (윤우진 용산세무서장이) 안 받을 거 아니야. 다른 데서 걸려온 전화는 안 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이남석한테 문자를 넣어주라 그랬다고. ‘윤석열 부장이 얘기한 이남석입니다’ 이렇게 문자를 (윤우진 서장에게) 넣으면 너한테 전화가 올거다. 그럼 만나서 한번 얘기를 들어봐라. 만나서 자초지종을, 얘기를 들어보고 변호사로서 니가 볼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지 한번 해봐라. 그렇게 부탁을 하고 니가 선임을 할 수 있으면 선임을 해서 좀 도와드리든가, 이렇게 했단 말이에요.

- '윤석열 2012년 녹음파일' (2012.12.)

윤석열, ‘변호사 소개 의혹’에 3번 말바꿔

뉴스타파가 윤석열 후보자의 7년 전 육성파일을 공개하자 윤석열 후보자는 여러 차례 입장을 번복했다. 일단 “변호사를 선임시켜 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뉴스타파 보도 직후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 내용. 김진태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과 윤석열 후보자가 나눈 질의 응답이다.
-후보자, 지금 본 것 어때요? 본인 목소리 맞지요?
“맞습니다.”
- 저기는 소개를 해 줬다 다 나오는데?
“그러니까 아마 저 기자나 또는 저 기자 말고도 여러 기자들에게 전화가 왔는데 소개했다는 문자가 있다라고 하니까 제가 아마 저렇게 말을 하기는 한 모양입니다. 그러나 제 말씀은 그냥 사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고 지금 변호사를, 저희가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되는 것은 변호사를 선임시켜 준 거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거는 변호사는 선임되지 않았다고 제가 말씀을 드리는 것 아닙니까?”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 2019.7.8.)
윤석열 전 총장은 인사청문회 도중 “친동생 같은 윤대진 검사를 보호하기 위해 당시 통화한 기자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두번째 입장 번복이었다. 그리고 청문회 다음날, 윤 후보자는 물론 의혹의 당사자인 윤대진 검사장과 이남석 변호사가 서로 입을 맞춘 듯 같은 입장문을 냈다. “2012년 당시 윤우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건 친동생인 윤대진 검사였고 윤석열 검사는 사건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처음 논란이 시작되고 1년여 만에, 사건 당사자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입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그간 주장과 정반대 증언이 나온 것이다. 
지난 6월 29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검찰을 떠나 대선 주자로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윤우진 뇌물 사건의 당사자인 윤우진 전 서장의 이번 증언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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