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금강파괴2 - 생물다양성 파괴하는 세종보 재가동

2024년 06월 26일 16시 11분

윤석열 정부 환경부의 세종보 재가동에 맞선 환경단체(보 철거 시민행동) 활동가들의 천막농성이 58일 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환경부의 보 활용 정책이 세계적인 조류에 맞지 않는 환경 파괴 정책'이라는 비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는 보를 활용하겠다는 명분을 '기후 위기 대응'에서 찾고 있는데,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은 댐과 보를 해체하고 자연 상태의 강으로 복원함으로써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이와 함께 세종보 재가동의 목적 중 하나로 '세종보 상류의 금강 수변 경관을 개선시키겠다'는 것을 들고 있다. '물이 꽉 차 수면이 넓어 보이는 것'을 경관이 개선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보를 세워 물을 막는 것이 기후위기에도 대응하고 사람들도 좋은 경관을 볼 수 있는 해결책일까?
뉴스타파는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독일 뮌헨으로 갔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강 복원 사업인 이자르(Isar)강 복원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세계 최대의 해수욕장'아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독일 뮌헨의 이자르강. 4대강 사업과 같은 시기에 이자르강 복원 사업이 진행됐다.

4대강 사업과 이자르강 복원, 목표는 같은데 내용은 정반대

이자르강 복원 사업은 4대강 사업과 같은 2011년에 완공됐다. 두 사업이 내세운 목표는 비슷했다. 홍수를 예방하고 생태를 개선하며 사람들의 레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4대강 사업에는'가뭄을 해소한다'는 목표가 추가된 점이 이자르강 복원 사업과 다른 점이다.) 그래서 그랬는지 이명박 정부는 한때 '4대강사업의 모델이 이자르강 복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런데 사업의 내용은 정반대다. 4대강 사업은 홍수를 예방한다면서 강바닥을 일률적으로 팠지만 (낙동강은 최저수심 4-6미터로 깊이 팠다.) 이자르강 복원에선 강을 파지 않고 강폭을 넓혀 강이 좀 더 자유롭게 흐르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4대강 사업에서는 댐이라고 불러야 할 대형 보를 16개나 세웠지만 이자르강 복원에선 보를 세우지 않았을 뿐 아니라 콘크리트 인공 구조물들을 뜯어냈다. 이자르강 복원의 컨셉은 '강을 최대한 자연상태로 복원하는 것이 홍수 등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자르강 복원 이전 모습. 강을 깊게 파고 물을 가두어놓은 운하 형태의 강이었다. 
이자르강 복원 이후 모습. 강폭을 넓히고 모래와 자갈을 넣는 등 자연의 강으로 복원했다.

강수욕을 하는 이자르강, 접근 금지인 4대강

이자르강은 뮌헨 시민들이 언제나 찾아 즐길 수 있는 강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강수욕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자르강 뮌헨 구간은 시민들의 핵심적인 레저 공간이다. 강수욕은 물론 낚시,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이 붐빈다. 인적이 완전히 끊긴 4대강과는 대조적이다. 4대강은 강을 깊게 파고 보로 막아서 수심이 깊기 때문에 사람이 들어갈 수 없다. 4대강 곳곳에는 강에 들어가지 말라는 접근금지 안내판까지 서 있다. 4대강 사업 이전만 해도 이자르강처럼 강수욕을 즐길 수 있었던 우리 강은 이제 '보는' 강이 됐다.
문재인 정부는 우리 나라의 강을 이자르강처럼 자연의 강으로 되돌리는 목표를 세웠다.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우리 강 자연성 회복 구상'을 담아 장기적으로 자연의 강으로 되돌리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이 구상을 폐기처분했다. 보 처리 계획을 취소했을 뿐 아니라 '우리 강 자연성 회복 구상'도 삭제했다. 그 뒤 환경부는 4대강 16개 보 중에 가장 오래 개방돼 생태가 많이 복원된 상태인 세종보를 재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유 중 하나는 금강 세종보 상류의 '경관을 개선'해 세종시의 정원박람회를 지원하겠다는 것이었다.

"죽은 강을 바라보게 하는 것은 주민에게도 피해를 준다"

세종보의 수문을 닫아 재가동하면 강물이 강 전체를 덮게 된다. 환경부는 이렇게 '수면이 넓어지는 현상'을 '경관이 개선되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그 관점에는 생태가 빠져 있다.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박은영 보 철거 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렇게 비판한다.
강이 흐르는, 살아있는 강을 보아야 경관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흐르지도 않고 생물이 살지도 않고 녹조가 핀 그런 강을 조망하는 게 과연 의미가 있나, 그걸 진짜 경관이라고 볼 수 있나 저는 이런 질문을 좀 하고 싶어요. 그래서 다 죽은 강에다가 오리배를 띄우고 수륙 양용차를 띄우고 이래서 사람들이 오면 진짜 좋아하고 또 오게 될까? 죽어 있는 강에다가 아무리 좋은 시설을 하고 개발을 한다 한들 사람들이 다시는 찾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에요. 주민들에게도 사실은 피해주는 거라고 봅니다. 죽은 강을 바라보게 하는 그거 자체가요.

 박은영 보 철거 시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환경부 보도자료(2023.11.29) 세종보 재가동으로 금강 수변경관을 개선시켜, 세종시의 정원박람회를 지원한다고 돼있다.

"세종보 막고 정원박람회 하면 국제적 조롱거리 될 것"

세종시는 2026년 국제정원도시박람회를 개최하려고 준비 중이다. 세종시는 박람회 개최를 위해서 금강 수변을 물로 채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해당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세종보 수문을 닫겠다고 했다. 그러나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는 "세종보를 막고 정원박람회를 하면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원박람회의 기본 목적은 사람들이 떠나간 낙후된 도시, 슬럼화된 도시를 친환경적으로 살려내는 것입니다. 하천에서 하는 정원박람회는 보 같은 것을 개방하면서, 자연하천으로 복원하면서 하는 추세인데 복원된 자연을 훼손하면서 하다니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될 것입니다. 제대로 된 중앙정부라면 그런 정원박람회는 막아야지 오히려 지원을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금강 세종보. 6년 동안 수문을 개방해 생태가 복원됐는데 윤석열 정부가 다시 닫으려 하고 있다.

세종시민은 '보 재가동 반대' 많은데...

환경부는 '강을 보로 막는다고 해서 꼭 생태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환경부가 '보 개방 이후 생태가 좋아졌다'면서 내놓은 자료가 너무 많다. 세종보 개방 후 녹조가 95% 줄었다는 데이터만 보더라도, 보를 재가동하면 녹조가 다시 번성할 것이라는 당연한 추정을 하게 한다. 모래톱이 사라지고 멸종위기종이 사라지리라는 것은 뻔한 일이다. 이런 금강을 세종시 주민이 과연 원할까? 2020년 환경부가 세종보 해체 방안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세종시민의 56.6%가 세종보 해체에 찬성했다. 반대한 시민은 32.3%였다. 올해 총선 전에 대전MBC가 한 여론조사에서도 '생태계 회복·복원을 위해 보를 막는데 반대한다'는 응답이 54%였고 '보를 막아 수위조절과 물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36%였다. 세종시민의 다수는 보를 막는 데 반대할 뿐 아니라 보 해체를 원한다고 볼 수 있는 결과다. 환경부는 세종시민이 원하지도 않는 세종보 재가동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생물 다양성 복원은 기업 경쟁력에도 영향... 거꾸로 가는 환경부

세계 최대의 독립적인 자연보호기구인 세계자연기금(world wildlife fund)은 지구생명보고서(Living Planet Report)에서 1970년을 기준으로 해서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생물 개체군의 규모가 69% 정도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그 중 담수 생태계는 훨씬 더 심각해서 지난 50년 동안 84%가 사라졌다고 보고했다. 따라서 담수 생태계는 가장 우선적으로 복원해야 할 생태계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는 문재인 정부 때 스스로 노력해 복원한 생태계를 다시 파괴하고 있다. 그러면서 모순되게도 '생태계를 보호하고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는 환경부가 국제적인 흐름에 발맞춰 생태계를 살리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에서는 지난 4월에 '생물다양성 순증가 10%(Biodiversity Net Gain of 10%)라고 해서 모든 사업자들이 사업을 할 때 사업 전(before)보다 사업 후(after)에 생물 다양성이 10%를 늘어나도록 하는 걸 의무화하기 시작했어요. 모든 개발자들에게 정량적으로 증명하라고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유럽 대륙에서 먼저 시작했지만 앞으로 다른 대륙에도 요구할 거예요. 유럽의 기업들만 지키면 그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질 테니까 다른 대륙에 있는 기업들에게도 '우리도 생물다양성 지키면서 기업 활동하니까 너희도 지키면서 해, 이 지구를 훼손시키면서 만든 생산물을 우리가 더 이상 수입하지 않을 거야'라고 하는 장벽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사실은 굉장히 많은 한국 기업들이 강 복원에 참여하고 싶어합니다. 참여하고 싶은데 정부의 방침이 이러니 정부 태도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
기업들의 우려를 아는지 모르는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오히려 기업에 충고를 하는 기고를 했다. 한 장관은 5월 22일 생물다양성의 날을 기념해 언론에 기고한 글에서 "생물다양성을 고려하지 않는 경영 방식으로는 글로벌 경쟁이 어려운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썼다. 환경부야말로 '생물다양성 파괴 부서'라는 비판에 대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금강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환경운동가들의 천막농성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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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오준식 김희주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편집윤석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