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지청 특활비 영수증, 70% 이상 검찰청사 근처 식당·커피숍

2023년 12월 19일 13시 30분

창원지검 진주지청이 특수활동비를 사용하고 남긴 카드 영수증 증빙 기록 중 식별 가능한 카드 영수증 155장을 분석한 결과, 70% 이상이 검찰청사 인근의 식당이나 커피숍 등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진주지청의 관할 구역인 진주시를 벗어난 남해군, 하동군, 산청군 등 3개 군에서는 특활비 카드 결제가 단 한 건도 없었다. 
뉴스타파는 검찰예산 공동취재단인 경남도민일보가 수령한 창원지검 진주지청의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 기록 683장을 분석한 결과, 155건의 카드 영수증에서 상호 또는 주소지 등 카드를 결제한 최종 사용처를 확인했다. 특활비로 카드 결제한 155곳을 분석해 보니 진주지청 청사 반경 3㎞ 이내의 지출이 모두 116건으로, 74%에 달했다. 대부분 진주지청 청사 주변의 ‘맛집’으로 불리는 식당이거나 커피숍이었다. 또한 배달 음식을 주문하고 결제한 사례도 나왔다.
▲ 창원지검 진주지청이 특수활동비를 사용하고 남긴 영수증 위치 정보 155건을 지도에 표기한 결과, 74%에 이르는 116건이 반경 3km(원) 내에 있었다. 붉은 색이 짙을 수록 방문 횟수가 많았음을 의미한다.

진주지청 관할지역인 남해·하동·산청군 특활비 카드 결제 0건

반면, 진주시가 아닌 다른 관할 지역에서 특수활동비로 카드를 결제한 것으로  확인된 영수증은 사천시에서 쓴 3건이 전부였다. 진주지청의 관할 구역에 속하는 남해군, 하동군, 산청군 등 3개 군에서는 특활비 카드 결제가 단 한 건도 없었다. 진주지청의 관할 지역은 진주시를 포함해 사천시, 남해군, 하동군, 산청군 등 5개 시군이다. 
진주지청 관계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곳 중 하나는 진주지청 청사에서 불과 50m 앞에 위치한 A중식당이다. 진주지청 검사 또는 수사관들은 2018년과 2020년 겨울사이, 이 중식당을 최소 7번 방문해 10만 3,000원 이상을 사용했다. 건물 1층에 위치한 매장은 밖에서도 유리벽을 통해 누가 식사를 하는지 훤히 보인다.
▲ 창원지검 진주지청 관계자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소 7차례 방문해 기밀수사 등 '특수활동'을 벌였다는 한 중식당. 진주지청 정문에서 50m가량 떨어져 있다.
진주지청 관계자는 이곳을 이틀 연속으로 방문하거나(2018년 10월 15일, 16일), 하루에 두 차례 방문(2020년 12월 28)하기도 했다. 결제 대금을 봤을 때, 혼자 또는 두 명이 와서 식사를 한 것으로 보이는 금액(2018년 10월 15일 11,700원, 2018년 10월 22일 12,200원)도 있다. 
그런데도 진주지청은 이곳에서 기밀 수사 내용이나 범죄 정보를 교환하는 등 다수의 ‘특수 활동’을 벌이고 특활비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중식당과 함께 자주 등장하는 곳은 진주지청 정문과 마주보고 있는 B커피숍이다. 앞서 언급한 중식당에서 불과 20~30m 떨어져 있다. 진주지청은 이곳에서 모두 9번에 걸쳐 특활비 26만4,300원을 썼다. 2021년 8월 28일에는 11만1,500원을 썼는데, 음료 스무 잔이 넘는 금액이다. 
▲ 진주지청 정문을 마주보고 있는 한 커피숍. 다수의 사건 관계자가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이 커피숍에서 진주지청은 총 9차례에 걸쳐 기밀 수사 등을 진행하고 특수활동비를 썼다며 카드 영수증을 남겼다.
A중식당과 B커피숍 모두 다른 검찰청 앞 가게와 마찬가지로 법원·검찰청 직원은 물론, 사건 민원인, 인근 변호사 사무실 직원 등 다수의 이해 관계자들이 수시로 드나들 수 밖에 없는 곳이다. 기밀 수사나 범죄 정보를 은밀히 나눈 것이 아니라, 특수활동비를 검찰 직원들의 식·음료대로 전용해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 정보공개센처 소장은 “검찰 역시 수사 중에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실 수 있지만, 이때 쓸 수 있는 특근매식비라는 예산 항목이 따로 있다”며 “특근매식비나 업무추진비 등으로 써야 할 비용을 기밀 수사를 위한 특활비로 쓴다는 것은 검찰의 예산 원칙이 일상적으로 훼손됐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달 음식을 시키고 특활비로 결제한 흔적도 발견

검찰청 인근에서 결제한 카드 영수증에는 배달 음식을 시키고 특활비로 결제한 흔적도 발견된다. 2021년 3월 진주지청은 특활비를 집행하고 금액이 확인되지 않은 카드 영수증을 첨부했는데, 해당 영수증에는 ‘아보카도 쉬림프(L)’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지금은 단종됐지만 모 피자 프랜차이즈에서 팔던 피자 메뉴이다. 
검사 또는 검찰 직원이 야식이나 간식으로 구매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진주지청은 다른 영수증과 함께 특수활동을 벌이고 사용한 금액이라며, 특활비 증빙 기록으로 남겼다. 그러나 어떤 명목의 특수활동을 했는지는 먹칠로 가렸다. 
▲ 진주지청 관계자가 2021년 3월 특수활동비를 쓰고 남긴 카드 영수증. 특정 피자프랜차이즈의 고유 메뉴를 주문한 영수증에는 배달을 시켰음을 알려주는 문구가 함께 찍혀 있다.

‘맛집’이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샐러드 먹으며 특수활동?

어떤 식당에서 어떤 음식을 먹고 특수활동비를 썼는지 확인이 가능한 사례도 있다. 진주시 망경로의 좁은 골목길 사이에 위치한 C이탈리안 식당. 진주에서는 ‘맛집’으로 소문이 난  곳이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은 12월 12일, 비가 오는 평일 점심 무렵이었지만 식당 안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진주지청 관계자가 C이탈리안 식당을 방문한 때는 2021년 3월이다. 영수증에는 이 식당의 대표 메뉴인 ‘망경 샐러드’를 먹었다고 나온다. 이 식당 또한 옆 테이블 손님의 대화가 크게 들릴 정도로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에는 어려운 구조였다. 더구나 조용히 대화를 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도 따로 없었다. 
▲ 진주지청 관계자가 2021년 3월 기밀 수사 등을 진행하면서 '망경 샐러드'를 먹었다고 밝힌 식당 내부.
그 밖에도 진주지청은 청사에서 1㎞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D한정식 집에서 총 11회, 진주시 여러 곳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최소 11회 이상 주문을 하고 특활비로 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시끄럽고 오픈된 공간에서 검찰이 기밀 수사를 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특활비 목적에 맞게 집행이 됐다면, 최소한 수사가 종결된 건에 대해서만큼은 검찰이 (특활비 집행 명목을) 소명하고 증명해 불필요한 논란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스타파는 이번 취재를 통해 확인된 다수의 사례를 제시하고, 특활비를 검찰 직원들의 식대 등으로 유용한 게 아닌지 질의했으나, 진주지청은 답변하지 않았다.
※ 관련 기사 보러가기
● 전국 67개 검찰청 특활비 자료 보기 https://pages.newstapa.org/2023/09_prosecution/
● '파바' 한정판 케이크에 '스벅' 프리퀀시까지 https://newstapa.org/article/R9Avq
제작진
검찰예산검증 공동취재단찰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촬영김기철 오준식 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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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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