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라젤이 안전?] ①문제의 발단...'변형 불량' '내구성 우려' 계속 숨겼다

2020년 11월 25일 11시 27분

‘인공유방 벨라젤(Bellagel)은 안전한가.’
뉴스타파가 ‘벨라젤 불법 제조’ 사실을 연속 보도한 이후 제품이 안전한지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안심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관련보도 보기)
관련 보도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재 이후에도, 제조사 한스바이오메드는 ‘벨라젤 완제품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회사는 무허가 원재료를 사용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완제품에서는 독성물질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논리를 붙잡고 있다.
완제품의 안전성을 확신하는 한스바이오메드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무허가 원재료 사용은 벨라젤 사건의 일각이다. 
인공유방 이식 환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겪는 부작용 중 하나는 ‘제품 파열’이다. 그만큼 인공유방의 강도와 내구성은 안전성을 평가할 때 가장 기본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물리적 성능의 결함에서 벨라젤의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
그동안 한스바이오메드가 숨겨온 벨라젤의 핵심 결함 한 가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불량 발생 시기는 뉴스타파가 입수·검증한 자료로 확인되는 기간에 한정했다.
  • 불량 발생: 벨라젤 전 제품군, ‘마이크로 텍스처’(micro-textured) 제품 가장 심각함
  • 발생 시기: 2016~2018년
  • 불량 유형: 생산 후 쉘 팽창 및 제품 변형

벨라젤 ‘쉘 팽창’ 불량, 마이크로텍스처 제품서 가장 심각

2016~2018년 회사 내부 회의록과 연구 자료를 보면 벨라젤은 생산된 이후, 끊임 없이 물리적 결함이 발생했다. 한스바이오메드는 당초 완제품 규격의 실측 범위가 ±5%인 제품을 만들기로 제조허가를 받았다. 이런 물리적 성능을 국제규격(ISO14607 등)에 따른 시험을 거쳐 인증했다. 그러나 실제로 생산된 벨라젤은 기대와 달랐다.
벨라젤은 생산된 뒤 시간이 흐르면 쉘이 느슨하게 퍼지는 불량이 발생했다. 허가된 규격을 지키지 못하는 제품으로 변질되는 것이다.
벨라젤은 생산된 이후 시간이 흐르면 쉘이 팽창하는 불량이 빈번했다. 쉘이 양쪽으로 느슨하게 퍼지면서 직경은 커지고, 높이는 낮아졌다. 한스바이오메드는 “시간이 지날 수록 무허가 제품을 보유하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러한 결함을 “치수 안정성 이슈”라고 표현했다. 이 문제에서 회사의 최대 골칫거리는 벨라젤 제품군 중 가장 인기가 좋은 ‘마이크로 텍스처’ 제품이었다. 제품 변형 불량이 마이크로 제품에서 가장 심각했기 때문이다.
2017년 말, 한 연구개발 담당자는 “마이크로 (제품)의 경우 기준치 이상의 큰 변화를 나타내며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회사에 보고했다. 곧 이어 인공유방 제조사로서는 양자택일할 수 없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안전성을 볼모로 삼을 수 있음을 드러내는 고민이었다.
촉감 대 안전성(치수, 강도) 문제이며, 어떤 점을 장점으로 더 크게 가져갈지 결정해야 함.

--2017년 12월 한스바이오메드 업무보고

한스바이오메드 “쉘 늘어나 강도 약화 우려”

회사는 쉘 팽창 불량이 인공유방의 안전성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2018년 5월 한스바이오메드 관계자는 대외비 회의 문건에서 “쉘이 늘어남에 따라 강도 약화 우려”가 있다고 보고했다. 그는 또 만약 식약처가 제품 회수 검사에 나서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덧붙였다.
대외비 회의 두 달 뒤인 2018년 7월쯤, 한스바이오메드는 시판 제품을 모아 실측 검사를 하기에 이른다. 회사는 먼저 벨라젤 판매 자회사 BNS의 재고품과 병원에 사전납품한 제품을 수거했다. 생산된 지 5~12개월된 벨라젤 마이크로 200~425cc 제품 총 26개의 치수를 측정했다. 검사 결과는 참담했다. 검사 제품 대부분이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쉘이 퍼지는 불량이 생긴 것이다. 벨라젤의 공식 사용기한은 생산 이후 5년이다. 
당시 업무보고 기록을 보면 검사한 제품 26개 중 25개의 높이가 제조허가 오차범위를 크게 벗어났다. 제조허가상으로도 제품의 미세한 크기 차이는 허용된다. 표준규격의 95~105%까지는 제품이 작거나, 커도 불량은 아니다. 그러나 2018년 회사가 검사한 제품 대부분의 높이가 표준규격보다 90% 이하로 떨어졌다.
검사 제품 중 375cc 보형물의 경우 생산된 지 12개월 만에 높이가 표준규격인 5.2cm의 85.7% 수준으로 주저 앉았다. 계산하면 0.7cm 가량 높이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한스바이오메드의 한 전직 관계자는 “당시에는 육안으로 봐도 (제품 변형) 티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여기까지가 한스바이오메드가 숨겨온 벨라젤 쉘 불량 문제다. 회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쉘의 원재료마저 무허가로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쉘과 겔이 분리되는 불량이 발생했을 때에도, 회사는 문제를 수습하려고 인체이식 의료기기 제조에 부적합한 등급의 접착제를 사용했다.
요약하면, 이 회사가 수년간 불법적인 제조 방식까지 동원하게 된 배경은 단순하다. 벨라젤의 물리적인 성능이 허가 기준에 못 미치고, 불량이 빈발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국산 인공유방 보형물로 각광받았던 것이 무색하게도, 벨라젤은 처음부터 불안한 제품이었다.
한스바이오메드의 욕망은 멈추지 않았다. 잇따른 쉘 변형 불량과 내구성 약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벨라젤의 촉감은 더 살리고 싶었다. 쉘의 두께가 얇아지면, 촉감은 부드러워진다. 반대로 제품의 강도와 내구성이 떨어질 수 있다. 회사는 또 모험을 감행한다. (계속)
제작진
취재홍우람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