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국회 과학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공영방송 장악 불법 이사 선임 2차 청문회’가 열렸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 후 두 번째로 열린 청문회다. 현재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 중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지난 8월 9일에 열린 1차 청문회에 불참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2차 청문회에는 이진숙과 그의 직무정지로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태규 부위원장도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했다.
이진숙 김태규 두 사람은 청문회 내내 의원들의 질의에 비상식적 발언을 이어갔다. 국회의원들이 두 사람이 선임한 공영방송 이사들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는 적반하장식의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뉴스타파는 이날 오전 10시에 시작해 다음날 새벽 2시가 넘어 종료된 2차 청문회에서 나온 이진숙과 김태규의 발언을 정리했다.
지난 14일,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모습
광복절? 건국절? 뉴라이트 역사관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그릇된 역사관은 이번 2차 청문회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 위원장은 지난 7월 24일 열린 후보자 청문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SNS 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에 대해 의원이 지적하자 “손가락 운동을 했다”라며 해당 지적을 조롱한 바 있다. 이 답변에에 의원들의 질책이 이어지자 “공직에 임명되면 ‘손가락 운동’에 조금 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하며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취하던 그는 결국, “미안하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행태는 방통위원장이 된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지난 8월 13일에는 ‘1948년 건국설’을 주장하는 MBC 제3노조의 성명을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건국절 논란에 사실상 자신의 입장을 표명했다.
2차 청문회에서 이진숙 위원장은 자신의 행위가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주장에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공유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뉴라이트 역사관을 인정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정헌 의원이 “뉴라이트 사관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니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뉴라이트가 개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내일은 제 몇 회 광복절인지?”를 묻자 이진숙 위원장은 “광복절, 건국절 관련해서 말씀하시기 때문에 그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릴 수 없다”며 질의에 답하지 않기도 했다.
“마음으로 추렸다” 단 둘이서 95분만에 공영방송 이사 후보 83명 심사
이날 청문회에는 95분 만에 끝난 공영방송 이사 후보 검증 및 선임 과정에 대한 질의도 나왔다. 83명의 후보자를 95분 만에 심사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지적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김태규 직무대행은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83명의 공영방송 지원 서류를 다 봤다”는 것이다. 지원자 서류를 확인하는 데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서도 “방통위원에 임명된 직후 이진숙 위원장과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지원자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말하며 “오후에 열린 전체회의 전에 이미 마음 속으로 지원자 일부를 추렸다”고 주장했다.
이사들의 정당 가입 등 결격 사유를 조회한 서류를 확인했냐는 질문에는 “그런 부분은 사실 어느 정도 믿고 봤다. 결격이 있으면 거기에 올렸겠냐"고 답하며 사실상 결격 사유 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음을 자인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탄핵당할까봐 서둘렀나”는 질의에 “맞다”고 답하기도 했다.
‘부적격 인사’ 질의에 “누군지 기억 안 난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지난 1일과 8일 KBS 이사로 선임된 7명과 방문진 이사로 선임된 6명에 대한 검증하는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이진숙 위원장의 변호인으로 일했고, ‘스폰서 검사’ 의혹을 받은 임무영 변호사와 방통위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하는 이인철 변호사가 방문진 이사가 된 사실 등을 지적하는 보도였다.
청문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질의가 이어졌지만, 이진숙 위원장은 “탄핵 심판 중이어서 대답할 수 없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김태규 직무대행 역시 자신이 선임하고 임명한 이사들의 문제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모른다”,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는 대답으로 일관했다.
특히, 이진숙 위원장은 자신과 사적 이해 관계가 깊은 인물인 임무영 변호사가 방문진 이사로 선임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 하면 MBC나 KBS 등 방송사에 근무한 후보자들을 제외해야 한다”며 “법적인 절차에 따라 선임했다.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법카는 모두 업무용으로 썼다는 자부심”
이진숙은 지난 7월 24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방통위원장 후보 청문회 내내 대전 MBC 사장 시절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휴가 기간에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카드를 결제하거나, 유흥업소, 골프장, 백화점, 호텔 등에서 수천만 원을 결제한 내역이 문제가 된 바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지난 청문회 3일 동안 터무니없는 인신 모독성 비난을 견뎠던 것은 제가 모두 업무용으로 사용했다는 저 나름대로의 자부심 때문이었다”고 말하며, 사적 유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권익위 부패방지국장 사망에 “어떠한 위해 가했다 얘기한 적 없다”
김태규 직무대행은 지난 7월 31일 대통령이 방통위원에 임명하기 전까지만해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권익위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과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조사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10일, 이른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사건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상 제재 조항이 없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같은 날 류희림 방심위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 역시 방심위로 사건을 돌려 보내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 와중에 지난 8월 9일, 권익위의 부패방지국장이 주변 사람들에게 ‘양심의 가책’을 호소하며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와 관련해 김태규 직무대행에게 관련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당시 권익위에서 충분히 논의가 되었다”며 “야당 측에서 추천된 위원도 충분히 있었고, 전체회의를 거쳐서 결정이 난 건으로 권익위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또 “그 누구도 그에게 어떠한 위해를 가했다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고 답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