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재벌의 민낯 ② 영풍 환경오염 책임자, 옥살이 중에도 임원 재직

2021년 09월 08일 17시 00분

영풍그룹은 재계 30위권의 대기업이다. ‘영풍문고’로 유명하지만 사실 이 회사의 근간은 낙동강 최상류인 경상북도 봉화군에 있는 ‘석포제련소’다. 아연, 황산 등을 생산해 매년 1조 2,000억 원가량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석포제련소는 설립 때부터 ‘환경파괴 주범’이란 비판을 받아 왔다. 낙동강을 오염시키고 주민들의 삶을 파괴했다는 오명이다. 뉴스타파는 50년간 이어져 온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파괴, 주민건강을 외면하는 지자체의 문제를 4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② 영풍 환경오염 책임자, 옥살이 중에도 임원 재직
대기오염 측정치를 상습적으로 조작한 혐의로 징역 8월 실형을 선고받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한 임원이 감옥살이 중에도 영풍 임원 자리를 지켰던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 결과 확인됐다. 문제의 인물은 영풍에서 ‘환경안전’ 담당 상무로 재직하던 한 모 씨다. 
영풍이 금융감독원에 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 씨는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문제로 구속된 직후인 2019년 9월 사업보고서는 물론 지난 8월 낸 사업보고서에도 영풍의 미등기 상근 임원으로 올라와 있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종업원으로 입사할 수 없다고 규정된 영풍그룹 자체 취업규칙에 반할 뿐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 경영 행태다.
2019년 7월 한 씨가 구속된 직후, 영풍은 언론을 통해 "한 모 상무를 보직 해임했다"고 알린 바 있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벌어진 범죄에 영풍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영풍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환경안전’을 담당한 한 모 상무는 구속 이후에도 영풍 임원 자리를 지킨 것으로 확인됐다. 
한 씨의 수법은 대담했다. 한 씨는 대기오염 측정 대행업체와 짜고 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작하거나, 측정하지 않았는데도 측정한 것처럼 조작하는 수법으로 2016년부터 3년간 1,868건의 가짜 기록부를 만들었다. 관계기관 단속에 대비해 수시로 자료를 파기하고, 측정치 조작을 거부하면 대행업체에 수수료 지급을 미루는 식의 갑질을 일삼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1급 발암물질이면서 특정대기유해물질인 비소 실측값이 배출허용기준의 19배를 초과했음에도 실측값보다 무려 1,405배나 낮은 값으로 조작하기도 했다.
법원은 한 상무가 과거에도 토양환경보전법, 대기환경보전법, 화학물질관리법 등을 위반해 6차례 벌금형 처벌 전력이 있는 점을 감안해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2020년 2월 나온 대구지방법원 1심 판결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범행이 장시간 계속되었고, 허위로 작성한 대기측정기록부가 매우 많은 점, 이러한 범행은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관한 측정제도, 특히 자가측정제도를 마련한 관련 법령의 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고, 국가의 환경보존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큰 점 등 제반 사정을 참작했다. 

대구지방법원 1심 판결문 (2019.11.5)

영풍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책임자 실형 받은 뒤에도 ‘11건’ 환경 법령 위반

2020년 2월, 한 상무의 실형이 확정되자 이강인 영풍 대표이사는 고개를 숙였다. “석포면민과 봉화군민께 깊은 실망을 드린 것에 대해 스스로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임직원이 ‘환경지킴이’로 변신할 수 있도록 환경의식에 대한 교육도 강화하겠습니다. 궁극적으로 공기뿐만 아니라 강물과 토지 모두 ‘오염제로(0)’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오염방지 기술개발과 시설 투자, 과거 오염된 토양의 정화에 비용을 아끼지 않겠습니다...지역주민들의 걱정을 하루라도 빨리 덜어드리겠습니다. 

이강인 영풍 대표이사 (2020.02.14)
하지만 이강인 대표의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표 약속 이후에도 영풍 석포제련소는 환경법을 계속 무시했다. 환경부가 한 상무 구속을 계기로 2020년 4월 21일부터 29일까지 영풍의 환경관리 실태를 중점 조사한 결과, 11건의 위법 사항이 추가로 드러났다. 
영풍 석포제련소는 한 상무가 실형을 선고받은 이유가 됐던 대기오염 관련 사항에 대해서도 환경 법령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가 7개 굴뚝에서 채취한 시료를 분석한 결과, 5개 굴뚝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 배출 허용치를 최대 9.9배 초과했다.
집수정과 양수펌프를 불법으로 설치해 하천수를 마음대로 퍼내 황산 제조공정 세정수로 쓴 사실도 드러났다. 토양 오염이 우려되는 곳까지 땅을 파내어 조사해야 하는데, 지하 3m까지만 조사해서 토양정화명령 수행시 기준이 되는 토양 오염량을 축소 신고한 일도 적발됐다.
환경부가 2020년 4월 21일부터 29일까지 영풍 석포제련소를 상대로 실시한 특별점검 결과. 조사를 벌인 7개 굴뚝 중 5개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배출허용기준을 최대 9.9배를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10월 환경부 조사 결과에서도 영풍의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지하수 추가 오염방지를 위해 영풍 석포제련소가 2019년 6월 카드뮴 제조공정 폐쇄했지만, 제련소 내부 지하수에서 수질기준을 최대 25만 배 초과하는 고농도의 카드뮴이 확인됐다. 환경부는 카드뮴 농도와 지하 수위 등을 고려할 때 하루 약 22㎏의 카드뮴이 공장 밖 지하수로 유출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지하수가 주변 마을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환경부가 2019년 8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영풍 석포제련소 1,2공장 지하수의 오염원인 및 유출여부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1공장 지하수의 카드뮴 농도가 2,582㎎/L로 검출돼 지하수 수질기준(생활용수) 0.01㎎/L을 25만배 초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질, 대기 등 전 분야 환경 오염 심각 

영풍 대표이사의 약속이 공염불로 그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명수 전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는 2014년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적의 방지시설을 설치해 환경 법규를 준수하는지” 묻는 한정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예”라고 답하면서 “(앞으로) 환경관리를 더 잘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후 본격적으로 시행된 석포제련소 주변 환경 조사 결과는 대표의 약속과 거리가 멀었다.
지난 7년간 제기된 석포제련소 환경 오염 문제를 분야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수질 문제. 환경부가 2019년 11월 발표한 내용이다. 낙동강 상류 환경관리협의회가 낙동강 상류 수질에 대해 2018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약 1년간 조사해 본 결과 영풍 석포제련소를 기점으로 중금속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는 것이 확인됐다. 석포제련소 상류에 비해 하류에서 카드뮴과 아연의 농도가 높게 나왔다. 낙동강 하천 퇴적물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10월, 2019년 3월, 2회에 걸쳐 조사한 결과 수질과 마찬가지로 석포제련소 상류에 비해 하류에서 카드뮴과 아연의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낙동강 상류 환경관리협의회가 총 4회(2018년 11월, 2019년 3월, 2019년 5월, 2019년 7월)에 걸쳐 낙동강 수질을 분석한 결과, 영풍 석포제련소 상류에 비해 하류에서 카드뮴과 아연의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낙동강 상류 환경관리협의회가 총 2회(2018년 10월, 2019년 3월)에 걸쳐 낙동강 하천 퇴적물을 분석한 결과, 수질과 마찬가지로 영풍석포제련소 상류에 비해 하류에서 카드뮴과 아연의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강바닥에 쌓인 중금속 퇴적물은 어류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2019년 11월, 환경부는 영풍 석포제련소를 중심으로 총 19곳의 낙동강에서 물고기 114마리를 포획해 분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낙동강에 사는 물고기 몸속의 카드뮴 농도가 석포제련소를 기점으로 10배까지 증가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중금속 농도는 물고기의 근육조직, 아가미, 내장 순으로 늘었다. 석포제련소 상류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다슬기는 제련소를 지나면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조사됐다.
낙동강 상류 환경관리협의회가 2018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낙동강 총 19개 지점에서 114마리의 어류를 포획해 조사한 결과, 영풍 석포제련소를 기점으로 어류 내 카드뮴 농도가 10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 문제 역시 심각하다. 뉴스타파가 환경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영풍 석포제련소가 환경법령을 위반한 게 총 74건이었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34건이 대기오염 문제였다. 허용치 이상의 유해가스를 내보내거나 미신고 대기 배출시설을 설치한 게 주를 이뤘다.
땅은 오래전부터 카드뮴으로 망가졌다. 20년 전 자료만 보더라도 제련소 인근 여러 농지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이 2001년 발표한 ‘농업환경변동조사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봉화군 석포면 석포리의 4개 농지에서 우려기준(1.5 ㎎/㎏)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됐다. 이미 20년 전부터 석포제련소 주변에서 위험신호가 감지됐던 것이다.

영풍 “한 상무는 현재 환경과 상관 없는 일한다”

취재진은 영풍그룹에 연락해 취재를 요청했지만, 영풍 측은 인터뷰는 거절한 채 서면으로 입장을 밝혔다. 먼저 환경오염 문제로 구속됐던 한모 상무가 여전히 영풍의 임원으로 재직 중인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제련소 상류보다 하류에서 중금속 농도가 높게 나왔다는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조사 결과가 아니어서 관련해 회사가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아래는 영풍 측의 주요 답변 내용이다. 
현재 제련소가 아닌 다른 근무지에서 재직 중이며 환경업무와 전혀 관련 없는 직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 외 개인 신상과 관련해서 회사가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낙동강 협의회에서 논의 중인 ‘안동댐 상류 수질 퇴적물 조사 보고서’는 공식적으로 발표된 조사 결과가 아니므로 회사가 언급하기에 부적절합니다. 다만, 제련소 기준 상류와 하류 수질은 카드뮴과 아연 농도가 차이가 있으나, 대부분 청정지역 수질관리 기준 이내이고 현재 제련소 하류 수질은 환경부 목표 기준 이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영풍 석포제련소 서면 답변
제작진
취재이명선
영상오준식 김기철
편집박서영
CG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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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