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여론조사비 입금자는 '홍 캠프 직원'이었다

2024년 12월 28일 12시 02분

2024년 12월 28일 12시 02분

홍준표 대구시장 측근 박재기 씨가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을 차명으로 대납한 사실이 뉴스타파 보도로 드러난 가운데, 차명 입금자 중 한 명이 홍준표 후보 캠프의 공식 선거사무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차명 입금자 이○○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 때 홍준표 캠프에서 공식 선거사무원으로 일했다"면서 "박재기 씨가 돈을 대신 송금해달라고 내게 한두 번 부탁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실무를 맡았던 강혜경 씨에게 홍준표 여론조사 비용 1,000만 원을 입금한 당사자다.
이에 따라, 캠프 차원에서 명태균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 없다던 홍준표 시장의 주장이 크게 흔들리게 됐다. 박재기 씨는 캠프와 관련이 없다는 해명도 거짓이었던 걸로 보인다. 박 씨와 이 씨가 캠프에서 만나 여론조사비 대리 송금을 논의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비용 대납 및 차명 입금과 같은 꼼수가 동원된 건, 당시 명태균 여론조사가 불법성이 짙었기 때문이다. 명 씨는 국민의힘 대구시 책임당원의 4만 4천 명의 실명과 전화번호가 적힌 리스트를 표본으로 삼아 비공표 여론조사를 8차례 실시했다. 미래한국연구소 실무 담당자였던 강혜경 씨는 각 책임당원이 어떤 후보를 지지했는지 정리한 '로데이터'를 정리했고, 명 씨는 이를 다시 홍준표 측에 넘겼다.
불법과 편법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홍준표 캠프 공식 선거사무원 이 모 씨가 미래한국연구소 여론조사 실무를 맡았던 강혜경 씨에게 홍준표 대구시장 여론조사 비용 1,000만원을 입금한 내역. 
홍준표 캠프 공식 선거사무원 이 모 씨(왼쪽)과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 두 사람 뒤로 홍준표 당시 후보 얼굴이 들어간 플래카드가 보인다

차명 대납 과정은 박재기→이○○→강혜경...캠프 이 씨 "박재기가 부탁해서 대신 입금"

뉴스타파는 강혜경 씨 개인 계좌로 홍준표 여론조사 비용을 보낸 입금자의 신원을 추적했다.
2022년 대구시장 선거 당시 박 씨가 명태균 여론조사 비용을 차명으로 대납한 사실이 확인됐지만, 홍 시장은"박재기 씨가 자신의 측근은 맞지만, 당시 캠프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서 "박 씨가 캠프와 상관없이 개인적으로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것"라며 뉴스타파 보도를 반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재 결과, 차명 입금자가 당시 홍준표 후보 캠프의 공식 선거사무원 이 모 씨로 확인되면서 캠프 차원에서 여론조사를 의뢰했을 가능성은 한층 높아졌다. 차명 입금자 이○○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내가 홍준표 후보 캠프의 공식 선거사무원 출신"이라며 '박 씨로부터 돈을 대신 입금해달라는 부탁을 한두 차례 받은 적 있다'고 인정했다. 이 씨는 때로 홍 후보의 운전기사 노릇도 했다고도 말했다. 
● 기자 : 홍 사장님 수행기사 하셨을 때 그러면 돈을 캠프에서 받으셨어요?
○ 이OO : 그거 뭐고. 선거할 때는 그거 등록했어요. 선관위에서 그거 받고 저는 그거 하고 했어요. 
● 기자 : 선관위에 등록해서 했다는 건 시기가 정확하게 언젠가요.
○ 이OO : 그거 지선(지방선거) 때.
● 기자 : 지선, 대구시장 때.
○ 이OO : 그 알바 좀 했어요. 이제 그 뭐고 좀 경력이 있으니까.
● 기자 : 그러면 운전하신 거는...
○ 이OO : 오시면 잠시 뭐 오래 한번 태워드리고, 어디 가자 하면..

뉴스타파-이OO(홍준표 여론조사 차명 입금자) 전화 통화
강 씨가 뉴스타파에 제공한 계좌 입금 내역에는 이 씨의 이름이 등장한다. 박재기 씨가 당시 홍준표 후보 여론조사 비용을 입급할 계좌번호를 강 씨에게 알려 달라고 요구한 시각은 2022년 4월 20일 오후 4시 16분이다. 그로부터 1시간 뒤 강 씨 개인 계좌로 1천만 원이 입금됐는데 그 입금자가 바로 홍 시장의 선거사무원 이 씨였던 것이다. 이 씨는 박재기 씨가 누군가에게 돈을 좀 송금해달라고 부탁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기자 : 박재기 선생님이 강혜경 씨한테 돈 부치라고 했을 때가 2022년도던데, 그때 1천만 원이요. 그러면 박재기 사장님이 먼저 돈을 부치시고 그다음에 바로 부치신 거예요?
○ 이OO : 예. 자기가 못하니까 온라인으로 못하니까.
● 기자 : 한 번으로 기억하세요?
○ 이OO : 그때. 예. 몇 번 없을 낀데
● 기자 : 한 번 이상?
○ 이OO : 한 번인가 두 번인가 한 번 한 번일끼야.

뉴스타파-이OO(홍준표 여론조사 차명 입금자) 전화 통화
홍준표 시장의 측근 박재기 씨는 자신이 강혜경 씨에게 보내야 할 홍준표 당시 후보 여론조사 비용 천만 원을 이 씨에게 준 뒤 이 씨가 직접 강혜경 씨 계좌로 송금하게 했다.
미래한국연구소 계좌가 아닌 강혜경 씨의 개인 계좌로 보낸 점, 차명으로 돈을 세탁해서 보낸 점 등은 명태균 여론조사가 불법이었을 가능성을 의식했다는 걸 시사한다. 당시 명태균 씨는 국민의힘 대구시 책임당원 4만 4천여 명의 실명과 휴대전화 번호가 적힌 리스트를 토대로 여론 조사를 실시하게 했다. 강혜경 씨에 따르면 각 책임당원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파악한 로데이터는 다시 홍준표 측으로 넘어갔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의 개인정보를 명 씨에게 넘기는 행위, 그리고 여론조사 비용을 누군가 대신 낸 행위는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한다.

홍준표, "(뉴스타파는) 찌라시 언론..휴대전화 기기 안 바꿔서 증거 인멸 아냐"

홍준표 시장은 지난 26일 기자 간담회에서 "캠프 차원에서 명태균 측에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 없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자신의 지지율이 높았기 때문에 여론조사를 의뢰할 이유도 없었다'면서 자신이 명 씨 측과 연루됐다고 주장하는 명 씨와 강 씨, 그리고 명 씨의 변호인까지 고발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캠프 차원에서 여론조사 한 적이 없어요. 압도적으로 이기는 선거에 무슨 여론조사를 해요? 내가 사람 볼 줄 압니다. 그런 사기꾼하고는 어울리지도 않고 같이 일하지도 않습니다. (중략) 뭐 (명태균) 핸드폰이 3개고 뭐 (대화 내용) 3만 건이 된다는 데 전부 다 들어 봐요. 그거 내 목소리 나오는 거 있는가.

홍준표 대구시장 송년 기자회견 (2024.12.26.)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6일 오후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홍 시장이 최근까지 써왔던 휴대전화 번호를 바꾼 것이 증거인멸 아니냐는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서는 '찌라시 언론 보도'라고 폄훼하면서 자신이 휴대전화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 기자 : 정치인들 전화번호 바꾸는 게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명태균 씨와 관련된 증거를 은폐하려는 거 아니냐 이런 식으로 보도가 나왔었는데?
● 홍준표 : 그게 이제 찌라시 언론이죠. 찌라시 언론. 내가 기사를 봤는데 전화번호를 안 바꾸면요. 그 전후로 지금 전화번호 바꾸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계엄 그리고 탄핵 관련 반대파들이 문자 테러해서 바뀐 전화번호 안 가르쳐줍니다. 그리고 그 찌라시 언론에서 말하는 뭐 증거 인멸? 기기를 바꿔야지. 번호 바꿨는데 어떻게 증거 인멸이 돼요? 명태균이가 그 전화에 뭐 뭐 황금폰인가 뭐 전화기 3대 전부 다. 다 까봐요. 내 목소리 나오는 거?

홍준표 대구시장 송년 기자회견 (2024.12.26.)
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 26일 오후 대구 북구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 
명 씨를 만난 적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는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다. 지난 10월 10일 홍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명태균 씨를 '문제의 인물로 보고 애초부터 접근을 차단했던 인물'이라고 칭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명 씨와의 접촉에 대해 인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지난  6일에는 "명태균과 전화 통화 한 일 없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 없다"고 말하면서 접촉 가능성을 열어놨었는데, 기자회견에서는 급기야 명 씨와 전화 통화를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내가 한 번 기억에 서울로 출장을 갔을 때 그날 저녁인가 언제 한번 하도 참모 중에 한 사람이 명태균이가 지금 실세다. 김건희 여사하고도 매일 통화하고...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자기를 전부 알아주는데 홍 대표만 안 알아준다고 해서 내가 전화 한 번 딱 한 번 받아준 기억이 있어요. ‘잘해라.’ 몇 마디 안 했습니다. 옆에 참모들이 저게 용산하고 저쪽에 붙어 있는데. 자꾸 적대적으로 하면 저게 용산에 가서 어떤 음해를 할지도 모르니까. 음해라도 안 하게 그냥 한 번만 받아줘라. 내 기억에 딱 한 번 받은 적 있어요.

홍준표 대구시장 송년 기자회견 (2024.12.26.)
한편 홍 씨는 자신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당시 기자회견 중 일부 내용을 삭제했다. 홍 시장의 전화번호 변경 사실을 보도한 뉴스타파에 대해 '찌라시 언론'이라 폄훼하고, 자신이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 없다는 내용만 쏙 빼고 영상을 올린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홍준표 시장의 왜곡된 언론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밖에도 홍 시장은 자신을 비판하는 지역 언론사를 고소하거나, 대구시 공무원들에게 비판 언론의 취재를 거부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비판 언론인을 반국가세력으로 규정하고, 검찰을 동원해 언론사 뉴스룸과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게 한 윤석열의 비뚤어진 언론관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뉴스타파는 홍준표 시장 측에 거듭 반론을 요청하고 있지만, 아무런 답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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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정동우
그래픽이도현
출판허현재
리서치최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