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6 : 숨기는 자 vs 찾는 자
2016년 06월 16일 19시 32분
뉴스타파 등과 함께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몰타 탐사 저널리스트 피살 사건과 관련해 측근 연루 의혹을 받아온 몰타 총리가 공식 사임 의사를 밝혔다.
몰타 현지 신문 타임즈오브몰타(Times of Malta)에 따르면 조지프 무스카트 몰타 총리는 지난 1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내년 1월 후임 총리 선출을 위한 절차를 시작한 후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스카트 총리의 사임 발표는 몰타의 저명 탐사보도 기자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가 의문의 차량폭발로 숨진 이후 해당 사건 수사가 최근 크게 진전되면서 나왔다. 수사망이 무스카트 총리 측근들에게로 좁혀지며 총리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몰타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갈리치아 기자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 등 전세계 수십개 언론사가 참여했던 ICIJ의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 보도 당시 재력가 요르겐 페네치 등 몰타 고위층 인사들이 역외 조세도피처에 유령 회사를 설립했다고 폭로한 몰타의 대표적 탐사보도 전문 언론인이다. 그는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선정한 2017년 유럽을 뒤흔든 28인 가운데 한 명으로, ‘몰타의 불투명성과 부패에 맞서는 ‘1인 위키리크스’라 평가받은 바 있다.
갈리치아 기자는 이후 지난 2017년 10월 의문의 차량 폭발로 사망했다. (관련 기사: ‘파나마 페이퍼스' 취재 몰타 탐사기자, 테러추정 차량폭발로 사망) 사건 직후 몰타 수사 당국은 갈리치아의 차량에 폭발물을 설치해 작동시킨 혐의로 3명의 남성을 체포해 기소했다. 그러나 살해를 지시한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고, 이들은 풀려났다.
사건이 미궁에 빠진 가운데 타임즈오브몰타, 뉴욕타임스, 르몽드,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전세계 18개 매체는 갈리치아 기자의 취재를 이어받아 ‘다프네 프로젝트'라는 국제 협업 취재를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4월 다프네 프로젝트는 크리스 카르도나 몰타 경제부 장관이 갈리치아 기자 살해 혐의로 기소됐던 남성 중 한 명과 만남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갈리치아 기자 암살에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멜빈 투마가 지난달 사건과 관련한 내용 일부를 자백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특히 갈리치아 기자가 조세도피처 유령회사를 설립했다고 폭로했던 몰타의 유력인사 요르겐 페네치는 지난달 30일 갈리치아의 살해를 공모한 혐의로 체포돼 기소됐다. 페네치는 무죄를 주장했지만 보석 신청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6일 살해 지시에 연루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기 위해 사임한 총리 수석 보좌관 키스 쳄브리를 시작으로, 주요 장관들도 조사를 받았다. 콘라드 미치 관광부 장관은 사임했고 크리스 카도나 경제부 장관은 스스로 직무 정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경찰 수사로 내각 주요 인사들의 암살 연루 의혹이 확산되자 수천 명의 몰타 시민들은 지난 1일 대규모 거리 집회를 통해 무스카트 총리가 갈리치아 기자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한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갈리치아 기자의 취재를 이어받아 진행된 ‘다프네 프로젝트’는 ‘금지된 기사’(Forbidden Stories)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금지된 기사’ 프로젝트는 전세계에서 취재 과정에 피살되거나 살해 위협 때문에 취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언론인들의 못 다한 보도를 동료 기자들이 대신 수행하는 국제협업으로, 뉴스타파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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