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에서 파업 중인 방송노조원들과 자리를 함께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 후배 기자가 묻더군요. 영혼을 잃었다, 영혼이 없다, 라고 하는데 기자의 영혼은 도대체 뭡니까.

뉴스타파 시작할 때 리영희 선생이 그렇게 말씀하셨죠. “그건 진실이야.” 저는 그 진실을 향해서 과감히 던져 나아가는 선생의 온몸과 온 마음, 올곧은 인생이 바로 선생의 영혼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영혼이란 특별한 게 아닙니다. 자신의 온몸과 온 마음, 그리고 오롯이 바쳐진 자기 일생, 그것이 자기 영혼이 되는 것입니다.

옛날 중국에 어떤 청년이 관상을 보는 역술인을 찾아갔습니다. 이렇게 물었습니다. 제가 장차 이 나라의 훌륭한 재상이 될 수 있겠습니까. 역술인이 이렇게 얼굴을 보니까 어림도 없습니다. 아니요, 틀렸소이다. 그랬더니 청년이 다시 묻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의 병을 고치는 의원은 될 수 있겠습니까. 의원, 당시 중국에서 의원이라고 하는 직업은 정말 가난하고 고생한 하는 기피 직업이었습니다. 역술인이 물었습니다. 아니 재상이 될 수 있냐고 따지더니 갑자기 의원으로 뚝 떨어집니까, 라고 했더니 청년이 답을 합니다. 재상이 되어서 백성들을 도탄에서 건져내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된다고 하니 백성들의 병을 고치면서 백성들의 삶에 조그마한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랬더니 그 역술인이 다시 청년을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골상불효심상이라고 아무리 관상이 좋아도 마음만은 못하다고 했는데 젊은이의 마음을 다시 살펴보니 그거면 재상이 되기에 충분하겠소, 라고 답을 합니다. 정말로 그 청년은 나중에 훌륭한 재상이 되어서 백성들을 기근과 도탄에서 건져냅니다. 중국 송나라 법문공의 유명한 일화죠.

우리는 집이나 가계에 가화만사성. 뭐 수신재가치국평천하, 이런 글들을 써붙여 놓습니다. 당시 송나라에서는 이 법문공의 글을 여기저기 써붙이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기억나느 것은 이런 겁니다. 세상의 기쁨은 백성이 가장 먼저, 내가 가장 나중에. 세상의 슬픔은 내가 가장 먼저, 백성이 가장 나중에. 이렇게 백성을 향한 헌신이 바로 법문공의 영혼이었던 겁니다.

21세기 한국 정치로 넘어와서도 그건 변할 게 없습니다. 국민을 향한 헌신, 이것이 바로 정치하는 사람의 또는 정치하는 정파의 영혼의 뿌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요즘 잡혀 들어가는 사람들을 보니까 이 돈을 자기 영혼으로 삼았더군요. 그리고 티격태격 싸우는 사람들을 보니까 패권, 이거에 또 미련이 많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돈, 패권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닙니다. 정치는 그저 국민의 행복과 평화가 발전할 수 있도록 사회의 질서를 바로세우는 기술입니다. 결국 정치하는 사람은 오롯이 그저 국민의 행복과 평안이 더 나은 것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쓰면 되는 것입니다. 그거는 진보와 보수가 다를 게 없습니다. 탄탄히 다져가면 보수가 될 것이고, 과감하게 쌓으려 하면 진보가 될 것입니다. 당권파든, 비당권파든, 그건 다를 게 없는 것입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19대 국회가 문을 엽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해왔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부터라도 한국 정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인들이 종교처럼 떠받들고 숭앙해야 될 것은 다른 게 아닙니다. 국가의 주최인 국민의 뜻과 염원입니다. 그것을 향해서 올곧게 헌신하는 것이 바로 정치인의 영혼의 뿌리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