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쿠팡 청문회'... 핵심은 '야간노동'이다

2025년 01월 20일 13시 08분

내일(21일) 국회에서 '쿠팡 청문회'가 열린다. 정식 명칭은 '쿠팡 택배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청문회'다. 지난해 11월, 쿠팡 청문회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 참여자가 5만 명을 넘으며 열리게 됐다. 
취재진이 확보한 쿠팡 청문회 실시계획서에 따르면, 이번 청문회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대표이사 홍용준) 및 쿠팡풀필먼트서비스(대표이사 정종철) 소속 택배 노동자의 근로조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연속적 심야노동 등 과로로 인한 택배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함.
- 이에 청문회를 개최하여 택배노동자의 근로조건 현황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정부와 관련 기업의 대응 방안을 확인·점검하여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입법정책을 모색하려는 것임.

쿠팡 택배노동자 심야노동 등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청문회 실시계획서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회는 강한승 쿠팡 대표와 김범석 쿠팡 창립자(미국 본사 CEO),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이하 쿠팡CLS) 대표, 정종철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이하 쿠팡풀필먼트) 대표, 손민수 굿로지스(사망한 쿠팡 배송기사 고 정슬기 씨 소속 배송대리점)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전 쿠팡 물류센터 직원, 쿠팡 사망 노동자들의 유가족 등도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김범석 창립자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다며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국회는 증인·참고인들을 상대로 쿠팡의 산업재해 실태, 장시간 야간노동, 과로사, 안전 사각지대 문제 등에 대해 질문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쿠팡의 무분별한 야간노동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어야 한다. 야간노동은 쿠팡 문제의 핵심이다. 
왼쪽부터 김범석 쿠팡 창립자(현 미국 본사 CEO),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이사. 

1. '야간 고정 노동 체제' 이유 밝혀라 

야간노동(밤 10시~다음 날 새벽 6시 노동)은 쿠팡의 '로켓배송'을 떠받치는 기둥이다. 쿠팡은 24시간 주문·배송 시스템이다. 낮이건 밤이건 새벽이건 상품을 분류하고, 옮기고, 포장하고, 배송한다. '새벽배송'(밤 11시 59분에 주문해도 다음 날 아침 7시 전 배송 완료를 보장하는 서비스)도 그래서 가능하다. 
야간노동은 그 자체로 뇌심혈관계 질환, 우울증, 암, 수면 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 인자이다. 야간노동은 '적정 수준'으로 제한돼야 한다. 고용노동부 소속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야간노동은 연속해 3일을 넘기지 않도록 한다"고 권고한다. 
하지만 쿠팡에서 야간노동 3일 초과는 일상이다. 쿠팡은 모든 사업장에 '매일 밤에만 일하는' 야간 고정 근무 인력을 두도록 체제를 갖췄다. 이들은 주 5일을 밤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 퇴근한다. 야간조 배송기사도 마찬가지다. 취재진은 직접 복수의 쿠팡 물류센터에 전화해 계약직 노동자로 일하고 싶다며 주간·야간노동을 병행할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모든 물류센터에서 "불가능하다. 야간조로 분류되면, 밤에만 일해야 한다"고 답했다. 
취재진이 만난 쿠팡 야간노동자들은 만성적인 피로와 수면 장애, 우울감, 소화 문제 등을 토로했다. 윤진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밤샘 노동을 연속 3번 정도 하면 수면 때도 심장박동이 잘 안 떨어진다. 자면서도 회복이 안 되는 거다. 뇌심혈관 질환이 일어날 확률을 30%나 높인다"고 했다.
결국 사람이 죽었다. 2020년~2024년 10월까지 언론 보도로 알려진 사망 노동자만 20명이다. 숨진 노동자 20명 중 13명이 야간노동자였다.(이 중 1명은 사업장 내 살인사건으로 사망했다). 지난 2020년~2023년 쿠팡 3사(쿠팡, 쿠팡풀필먼트, 쿠팡CLS)의 산업재해율은 2.12%. 같은 기간, 전체 산업 평균(0.6%), 건설업(1.3%), 운수·창고통신업(1.1%)보다 높다. 
하지만 쿠팡은 지금도 야간 고정 노동 체제를 고수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쿠팡을 상대로 '꼭' 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노동자 건강에 대한 고려는 얼마나 한 것인지 이번 청문회에서 물어야 한다. 
▲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야간노동자의 모습. 

2. '깜깜이' 야간노동 규모 

쿠팡 야간노동의 규모를 알 수 없다는 것도 문제다. 고용형태 공시 자료에 따르면, 쿠팡 3사의 지난해 소속 근로자 수는 모두 7만 4,006명이다. 하지만 기간제, 비기간제 등으로만 구분될 뿐, 야간노동자는 몇 명인지는 어떤 공식 자료에도 나오지 않는다. 쿠팡도 자사의 야간노동자 규모를 알려주지 않는다. 
야간노동자 대상 특수건강진단 자료를 통해 추정할 수 있는 게 전부다. 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쿠팡 3사의 야간노동 검진 횟수는 3만 6,358건이었다. 특수건강진단은 6개월간 월평균 60시간 이상 혹은 월평균 4회 이상 야간노동을 한 사람이 대상이다. 배치 전 1회, 배치 후 6개월 이내 1회, 이후 1년 주기로 검진이 필수다.
가장 보수적인 추정은 2023년 야간노동 검진 대상 쿠팡 노동자가 모두 신입사원이어서 두 번 검진을 받았다는 것. 이때, 쿠팡 3사의 야간노동자는 18,179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노동자가 모두 신입사원일 확률은 0이다. 또 6개월 미만 일해서 검진 대상에서 빠진 수천 명 규모의 일용직 노동자와 1만 8천 명에 달한다는 특수고용직 배송기사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취재진이 만난 쿠팡 노동자들은 야간 인력 규모가 주간보다 클 것이라고 말한다. 과거 한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는 취재진에게 "낮에는 밥을 다 같이 먹는데, 밤에는 2개 조로 나눠서 식사한다. 밤에는 잠시도 물류센터가 쉬어선 안 된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쿠팡의 야간노동 의존도를 확인하기 위해선, 규모를 알아야 한다. 국회는 쿠팡에 몇 명의 야간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지, 또 이들의 고용 형태는 어떤지 질문해야 한다. 

3. '격주 5일제'로 문제 해결 가능한가

쿠팡은 지난해 야간 고정 노동의 위험성을 지적받자, '야간 배송기사의 경우, 격주로 주 5일만 일을 시켜 근무 강도를 경감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쿠팡 측은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배송기사의 주당 평균 작업시간은 약 53시간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실제 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평균 작업시간이 53시간으로 감소한다'는 쿠팡 주장은 사실 왜곡에 가깝다. '주간노동 = 야간노동'을 가정했기 때문이다. 우리 법에서는 야간노동시간을 계산할 때, 산술적인 시간만 따지지 않는다. 산업재해법에 따라 30%를 가산한다. 그래야 야간노동의 악영향을 고려한 수치인 '실질 노동시간'을 구할 수 있다고 봐서다. 쉽게 말해 야간노동 1시간은 주간노동 1.3시간과 같다고 본다. 
산재법에 따라 다시 계산해 보자. 쿠팡 야간 배송기사들은 하루 약 10시간 일한다. 이중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6시까지는 무조건 일해야 한다. 야간노동을 8시간 하는 셈이다. 여기에 30%를 가산하면, 하루에 12.4시간을 일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쿠팡 배송기사들은 주 6일 근무가 기본이다. 주당 근무시간이 74.4시간이다. 과로 산업재해 판정 기준에 따르면,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근무시간이 60시간 이상이면 산재로 인정되는 비율이 90% 이상이다. 
쿠팡이 도입한다는 격주 5일제라면 어떨까.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68.2시간으로 감소하지만, 역시 산재 인정 기준(60시간)을 8.2시간 초과한다. 주 5일제를 한다고 해도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62시간으로 또 기준 초과다. 결국 격주 5일제 혹은 휴무일 확대 등을 통해 야간 배송기사들의 건강을 챙기겠다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국회는 이점을 지적해야 한다. 
▲ 지난 2020년부터 쿠팡3사(쿠팡,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서 일하다 사망한 것으로 보도된 노동자는 모두 20명이다. 이 중 13명이 야간노동자였다. 

4. 왜 '주야 교대제' 도입 안 하나

야간 고정 노동 체제를 버리고 대부분 사업장처럼 '주야 교대제'를 도입하면 된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이미 대부분 사업장에서 주야 교대제를 시행 중이다. 
주야 교대제를 통하면 노동자는 매일 밤에만 일하지 않고, 소위 '주야비휴'(주간근무-야간근무-비번-휴무) 혹은 '주야비'(주간근무-야간근무-비번) 같은 형태로 일할 수 있다. 어떤 형태든 쿠팡 노동자들로서는 지금보다 더 많은 휴식시간을 규칙적으로 보장받는다. 매일 아침 퇴근해 낮에 수면을 취해야 하는 '역전된 신체 리듬'에서도 일정 부분 벗어날 수 있다. 여러 전문가도 최소한 쿠팡에 주야 교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공공운수노조가 물류센터 야간 고정 노동자 270명을 조사해 발간한 '물류센터 야간고정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및 건강수준' 보고서에는 이렇게 나온다.
야간노동의 위험은 이를 고정적으로 실시하는 경우에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불가피하게 야간노동을 해야 한다면, 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고, 이를 위해 낮 근무와 밤 근무를 순환하는 형태의 교대근무를 하며 야간노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류센터 야간고정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및 건강수준' 보고서 (2025.1.9)
물론 교대제 도입·운영에는 돈이 든다. 인력 규모가 지금보다 더 커져야 하고 일용직 비중도 현격히 낮춰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쿠팡풀필먼트의 경우 일용직 노동자의 비중이 27.4%(지난해 11월 기준)였다. 당장 내일 출근할지도 모르는 일용직이 전체의 3분의 1에 가까운데, 교대 근무표를 제대로 짤 수 있을리 만무하다. 
임금 수준도 전반적으로 올려줘야 한다. 쿠팡 야간노동자 중 상당수는 '주간 임금은 너무 낮다'는 이유로 야간 고정 노동을 하고 있다. 야간근무수당이라도 매일 받아야 생계가 유지된다는 얘기다. 위 '물류센터 야간고정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및 건강수준' 보고서에서 야간 고정 노동자 270명 중 51.11%는 주야 교대제로 전환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주간노동을 원치 않는다고 답한 노동자도 41.11%에 달했는데, 이 가운데 67.59%는 '임금 저하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올해 대부분 쿠팡 물류센터의 주간조 시급은 10,030원(세전)으로 딱 최저임금이다.(좀 더 시급이 높은 곳도 10,290원이다) 월 소정근로시간(209시간)으로 따지면, 주간조 월급은 209만6,270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이라면, 야간노동자들 스스로 주야 교대제에 반대하거나 교대제 도입 시 쿠팡을 이탈해 또 다른 야간 고정 노동 사업장으로 갈 수 있다. (관련 기사 : 쿠팡, 밤 새는 야간 노동자에게 시급 덜 준다)
주간노동만으로도 생계 유지가 가능하도록 '적정 임금'이 지급돼야 노동자들도 적극적으로 주야 교대제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 위 보고서 연구진은 "주간근무만으로 생활임금이 유지될 수 있어야 하고, 노동자가 주간 이동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야간노동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인력충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는 쿠팡에 주야 교대제 도입 의사가 있는지, 없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또 혹여 비용 때문에 교대제 도입을 고려치 않고 있는지도 질문해야 한다. 

5. 야간노동 규제법 논의도 시작해야   

여러 유럽 국가는 야간노동을 법적으로 규제한다.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노동법전(Code du travail) 2장(야간근로) 제L3122-1조에는 "야간노동은 예외적으로 이뤄진다. 야간노동을 요청한다면 경제 활동 또는 공익적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음이 증명돼야 한다"고 나온다. 군, 경찰, 우편, 여객운수, 숙박, 의료업 등이 대표적이다. 또 야간노동의 시행을 노사 간 합의사항이라고 명시한다. 제L3122-15조에는 야간노동의 필요성, 야간노동 시간, 노동자의 근로조건 향상 대책, 야간노동자의 사생활·가족 활동 등을 위한 조치가 노사 단체협약 사항이라고 나온다.
핀란드는 법에서 야간노동을 기본적으로 금지하며 일부 업종과 작업에만 허용한다. 또 3개 이상의 주야 교대조가 있어야 야간노동을 시행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야간노동의 횟수, 야간노동 후 휴식 시간을 규제한다. 영국도 야간노동 시간을 규제한다. 
그러나 우리 법에는 야간 고정 노동을 막을 수 있는 규정이 없다. 근로기준법에는 18세 미만과 임신 여성에게 야간노동을 강제할 수 없다는 내용이 전부다. 산업안전보건법에도 특수건강진단을 통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작업 전환 등 사후 조치를 하라고만 돼 있다. 쿠팡처럼 교대제 없이 매일 밤새 일을 시켜도 전혀 문제가 안 된다.
노동법·규정 전문가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은 오래전부터 우리 법에서도 야간노동의 업종, 형태, 상한 시간, 근무 상한 일수 등을 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야간노동자가 노동 강도의 경감, 휴식시간 증대 등을 요구할 권리가 명시돼야 하고, 야간노동자의 건강·안전을 위한 사업주 의무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노동부의 답변은 매번 '검토 중'이라는 것이었다. 국회도 야간노동 규제에 관한 입법을 한 적이 없다. 
물류·배송산업이 커지면서 야간노동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해 11월 '2024 쿠팡 임팩트 리포트'에서 쿠팡은 2026년까지 3조 원 이상을 투자해 전 국민 대상 로켓배송 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8곳 이상 지역에 신규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했다. 쿠팡의 성공을 따라 다른 업체들도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야간 고정 노동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번 쿠팡 청문회를 발판으로 국회는 야간노동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 논의를 본격화 할 필요가 있다.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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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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