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

[19회] 쎈놈이 온다 영리병원

2012년 06월 16일 05시 32분

<기자>

송도에 있는 경제자유구역입니다. 이곳에는 영리병원 형태의 국제 병원이 설립 될 예정입니다. 외국인 투자증대와 해외 의료시장 개척이 설립 명분입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4월 경제자유구역특별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이곳에 국제병원이 설립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줬습니다.

영리병원의 도입은 국내 처음입니다. 이렇게 영리병원 형태의 국제병원 설립이 구체화 될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는 크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정부가 추진중인 인천 송도의 국제병원은 당초 외국인을 위한 병원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내국인까지 포함한 사실상의 국내영리병원인 셈입니다.

이렇게 송도 국제병원이 설립 되면 경북 구미와 군산 등 나머지 전국 다섯 개 경제자유구역에도 경쟁적으로 영리병원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럴 경우 이들 영리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의료비의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게 보건의료계의 주장입니다.

실제 지난 2009년 국책연구기관인 보건산업진흥원은 우리나라 개인병원 가운데 5% 가량만 영리병원으로 전환해도 한 해 1조원 이상의 의료비 상승이 초래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경제지역자유구역 영리병원의 허용은 곧바로 의료비 폭등, 그리고 이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문제의 심화, 결국 건강보험 체제 자체의 위협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워장] “영리병원은 쉽게 얘기하면 주식회사 병원이거든요. 주식회사는 주주들의 이익을 극대화는 게 목표잖아요. 그러면 돈을 버는 병원을 하겠다는 건데 병원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건 두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환자들에게 받는 진료비를 비싸게 받든가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로 줄이든가 그러면 국민들이 내는 의료비는 올라가고 의료 서비스 질은 떨어지는 게 의료병원일 거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영리병원이 실제 영업을 시작할 경우 어떻게 될까, 현재도 국내 의료계는 삼성과 현대 등 재벌이 세운 대형병원들이 매출 1조원이 넘어설 정도로 호황인 반면, 지방 병원들은 아무리 좋은 장비를 들여와도 환자가 계속 줄면서 의료기관의 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제일 먼 제 2의 도시 부산을 가봤습니다. 부산에서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한 대형병원. 지난 1999년 12층 규모로 신축하고 500 병상을 갖춘 부산 북부 지역의 대표적인 병원입니다. 최근에는 건강심사평가원으로부터 암수술을 잘하는 1등급 병원에도 선정 됐습니다. 환자들로 한참 붐벼야 할 오후 한시 무렵, 병원 1층 로비는 한산하기 그지 없습니다.

[부산 A 병원 간호사] “환자 수는요... 서울행 KTX 있고 하니까 아무래도 큰 병원을 선호하는 게 있어요.” (여기도 큰 병원이잖아요?) “그래도 여긴 2차병원이잖아요 3차병원(종합병원)을 선호하죠.”

[부산 A 병원 관계자] “힘들다는 게 경영적인 면에서 보면 환자가 서울로 많이 가니까 환자 수가 감소하면서 수익이 조금씩 감소하고 그게 어려운 점인 거죠 굳이 우리 병원뿐만 아니라 지역의 대형 병원들은 다 겪고 있는 문제 같습니다.”

이번엔 병동을 둘러봤습니다. 최근 병원 측은 전체 500병상 가운데 100병상 넘게 줄였는데도 곳곳에서 빈 병상을 볼 수 있습니다. 수술의 경우도 확연히 줄었습니다. 이날 오후, 진행중이거나 예정된 수술건수는 네 건에 불과했습니다. 서울 대형병원의 경우 의사 한 사람이 하루 예닐곱 건의 수술을 집도하는 것과는 천양지차입니다. 병원 12층 가운데 산부인과 병실이 있는 7층, 이곳은 아예 폐쇄 됐습니다. 환자가 계속 줄면서 경영이 악화되자 올해초 병실 운영을 포기한 것입니다.

[부산 A 병원 관계자] (그럼 아예 폐쇄한 건가요?) “지금 현재는 운영을 안 하고 있는 상태죠.” (언제부터요?) “올해 초부터인 것 같습니다.”

이 병원은 최근 30, 40명이 직장을 떠났고 앞으로도 서른명 정도의 희망퇴직을 추가적으로 실시하는 등 인력감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기 스태프들에 대한 구조 조정 얘기가 있나요?) “항상 있었습니다. 경영현황을 직원들에게 얘기해주고 하면서 어쨌든 긴축경영을 해야한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죠.”

지난 목요일 자정무렵. 매출액 1조원이 넘는다는 서울 강남의 한 대형병원을 찾았습니다. 병원 1층 로비, 소파 곳곳에 사람들이 누워 있습니다. 대부분 검사와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거나 수술환자들의 보호자들입니다.

병원 2층, MRI 검사가 24시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서울 B 병원 근무자] “24시간 계속 검사를 한다는 거죠.” (환자들이 그렇게 많아요?) “그렇죠 그러니까 계속 예약을 받아요.” (지방에서도 환자들이 많이와요?) “그렇죠 지방에서도 예약을 해서..”

[지방 환자] (힘드시겠어요 이렇게 주무시면...) “힘들지만 하룻밤 이렇게 지내는 거지 뭐.” (속초에도 병원있잖아요?) “속초에는 큰 병원이 없다 보니까 큰 병원 오려고 왔죠.”

(지금 며칠째 계신 거예요?) “한 열흘됐어요 (6월) 3일날 왔으니까.”

병원 밖, 벤치에서 입원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였습니다.

[지방 환자] (어디서 오셨어요?) “충북에서 왔어요. 괴산이요.” (괴산에서 올라오시면 힘들진 않으세요?) “교통이 지금 좋으니까 괴산에서도 시골인데 괴산에서 출발하면 여기 두 시간이면 도착해요.”

[지방 환자] (가까운 동네에서 왜 치료 안 받으시고 멀리 오셨는지?) “동네 병원은 설비나 기계가 부족하고 MRI 찍으려면 아무래도 큰 병원에 기계가 있잖아요. 간암 이런 환자들이 이쪽에 많이 모여 있으니까 아무래도 정보도 많고...”

그러나 진료비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지방 환자] “제일 불편한 게 경제적인 면. 처음 들어오면 4인실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1인실로 가야 돼요.” (그럼 비싸잖아요 6인실보다) “그래도 거기(1인실)에서 대기를 하고 있다가 2인실로 갔다가 그 다음에 5인실로 이렇게 가요.” (1인실 가격이 얼마라고요?) “1인실 특실 같은 경우엔 80만원, 2인실은 17만원 하루에.”

지난 14일, 인천시의회는 송도영리병원의 조속한 설립을 요구하는 병원인근 주민들의 청원서를 논란 끝에 부결시켰습니다. 영리병원이 생길 경우 건강보험 보다는 고가의 비보험 진료를 늘리거나 과잉진료를 남발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기게 되고, 이는 전반적인 국가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 됐습니다.

[전용철 인천시의회 산업위 위원장] “경제 자유 구역에 한해서만 국제 병원이 가능하다는 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벌써 경제자유 구역이 전국적으로 5개가 있고요, 3군데 정도가 더 경제 자유 구역을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이렇게 경제자유구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에는 영리 병원이 계속 생길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 점을 우려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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