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김길자 경인여대 총장 부부 ‘유죄’...김황식 전 총리 딸 부정채용 의혹 인정

2023년 07월 11일 14시 00분

● 김황식 전 총리 딸 등 채용 비리, 교비 횡령 혐의
● 법원, 김길자 전 경인여대 총장 부부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 김길자 전 총장 측과 검찰 모두 ‘양형 부당’ 항소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딸 등 교수 3명을 부정 채용하고, 교수 성과급을 빼돌려 이승만 석상 제작비로 사용한 의혹을 받은 인천 소재 경인여자대학교(이하 경인여대) 김길자 전 총장과 백창기 전 이사장 부부가 1심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뉴스타파가 2017년 관련 의혹을 보도한 이후 6년 만이다.
뉴스타파는 2017년 8월 <사학적폐추적>기획 중 하나로 경인여대 김길자 전 총장의 이승만 석상 건립 비용 강제모금 의혹을 보도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7년 처음 경인여대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김길자 전 총장이 이승만 석상을 교내에 세우기 위해 학생과 교수들로부터 기부금을 강제 모금하고, 교수 성과급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교비를 횡령했다는 내용이었다. 김 전 총장이 교비 횡령으로 교내에 세운 이승만 석상은 뉴스타파 취재 과정에서 돌연 철거됐다. (관련 기사 >>사학적폐추적② 경인여대, 이승만 석상 실종 사건)
뉴스타파 보도 이후인 2018년 4월, 교육부는 경인여대의 각종 비리 의혹 조사에 나섰다. 그 결과 경인여대가 전임교수 3명을 부정 채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이 중 1명이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딸이라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했다.(관련기사 > 김황식 전 총리 딸 경인여대 교수 부정 채용...교육부 조사 결과)
뉴스타파 보도와 교육부 실태 조사 이후 경찰은 경인여대를 압수수색하고, 2018년 10월 김 전 총장 부부를 검찰에 넘겼다. 인천지검은 2019년 7월, 이들 부부를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재판이 길어지며 기소 이후 1심 판결까지 4년이 걸렸다.

뉴스타파 보도 6년 만에…경인여대 총장 부부 ‘유죄 ’판결

지난달 16일, 인천지방법원 형사10단독(재판장 현선혜)은 업무 방해,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총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업무상 횡령, 사립학교법 위반 혐의를 받은 김 전 총장의 남편 백창기 전 이사장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길자 전 총장은 지난 2014~2015년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딸 등 교수 3명의 부정 채용을 지시해 교원 인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2019년 기소됐다. 2016년경 이승만 석상을 제작하기 위해 교직원 성과급 4500만 원을 과다 지급한 뒤 이를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방식으로 교비를 횡령한 혐의도 받았다. 
백창기 전 이사장은 법인 돈으로 써야 할 징계위원회 회의비, 변호사 선임비 등 수억 원을 교비에서 지출, 업무상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6년 김길자 경인여대 전 총장이 교비를 횡령해 교내에 세운 이승만 석상. 이 석상은 2017년 뉴스타파의 취재 도중 돌연 철거됐다.

인천지법 “채용에 응한 성실한 지원자들에 실질적 피해”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내용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길자 전 총장의 업무 방해 범행은 해당 채용 절차에 성실하게 응했던 지원자들에게 실질적인 피해가 돌아갈 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교수 채용에 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훼손시켰다. 김길자 전 총장과 백창기 전 이사장이 함께한 횡령 금액도 액수가 많아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고령인 데다 일선에서 물러나 재범의 가능성이 없다는 점, 과거 상당한 재산을 출연해 경인여대를 설립했고, 상당한 기간 이사장, 총장 등으로 학교 발전에 나름의 공헌을 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판단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전 총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교수 부정 채용을 지시한 사실이 없고, 이승만 석상 제작에 쓰인 성과급은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총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교직원들의 진술이 일관되고 구체적이며, 교직원들이 허위 진술을 할 동기도 없다"고 했다.
김 전 총장 부부는 판결이 나온 직후 항소했다. ‘형량이 무겁고 법리 해석에 오해가 있다’는 이유였다. 검찰도 ‘형량이 가벼워 부당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앞서 검찰은 김길자 전 총장에게 징역 2년을, 백창기 전 이사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한 바 있다.

판결문에 드러난 김황식 전 총리 딸 부정 채용 전말

2018년 뉴스타파 취재 당시 김 전 총장과 김황식 전 총리 측은 부정 채용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1심 판결문에는 김길자 전 총장이 학교측에 직접 김 전 총리의 딸의 채용을 지시하고, 김 전 총리의 딸도 자신의 내정 사실을 미리 알고 교수 공채에 응모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겨있다. 
인천 소재 경인여자대학
뉴스타파가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김길자 전 총장은 명예총장으로 있던 2015년 10월, 이 대학 아동보육과 시간강사였던 김황식 전 총리 딸 A씨를 전임교수로 채용하기 위해 당시 기획처장에게 “A에게 교수 공채에 지원하라고 알려주고, A를 채용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지시 내용은 당시 인사 담당 부서와 총장에게도 전달됐다. 
김 전 총장 지시에 따라 경인여대는 2016년 1학기 아동보육과, 아동미술과, 아동체육과 교수 공채에서 A씨에게 유리하도록 맞춤형 공고를 냈다. 미국에서 ‘교육 상담 심리’를 전공한 A씨 경력에 맞춰 교수 채용 우대사항에 ‘외국어 능통자’, ‘상담심리전공자’를 추가했다.  
기획처장은 A씨에게 학과별 경쟁률도 알려줬다. 아동보육과 대신 경쟁률이 가장 낮은 아동체육과에 지원하라고 알려줬다. A씨는 자신이 시간강사로 일한 아동보육과가 아닌 아동체육과에 지원했다. 
그런데도 A씨는 1차 서류평가에서 5명의 경쟁자 중 최하점을 받았다. 그러자 이번엔 심사위원들이 A씨가 최종 면접에 오를 수 있도록 2차 공개 강의 및 면접에서 다른 지원자에 비해 높은 점수를 줬다. 너무 높은 점수를 받으면 향후 교육부 감사에 지적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 A씨 점수를 조정해 2등으로 합격시켰다. 
A씨는 결국 최종 3인 중 2순위로 이사장 면접에 올랐다. 2015년 12월, 백창기 전 이사장은 1순위가 아닌 2순위였던 A씨를 아동체육과 전임교원으로 임명했다. 임명 뒤인 2016년 2월,  경인여대는 A씨를 원래 소속이던 '아동보육과'로 전보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경인여대 2016년 1학기 전임교원 채용 공고. 당시 경인여대는 김황식 전 총리 딸 A씨에게 유리하도록 A씨 경력에 맞춰 채용공고를 냈다.
A씨는 2018년 뉴스타파가 처음 부정 채용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경인여대에 처음 오게 된 계기는 아는 교수님 소개였다. 김길자 전 총장과는 면접 이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 미리 학과 경쟁률을 알려준 사람도 없었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A씨가 학교 보직교수로부터 채용 경쟁률을 미리 전달 받고, 자신에게 유리한 학과로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뉴스타파는 A씨에게 다시 연락해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물었지만, A씨는 답변을 거부했다. A씨는 2018년 뉴스타파 보도 이후 경인여대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김황식 전 총리 “김길자 전 총장과는 먼 친척…딸 채용과정 몰랐다”

그럼 경인여대가 김 전 총리의 딸을 특혜 채용했던 이유는 뭘까. 
경찰과 검찰 수사, 재판과정에선 나오지 않았지만, 뉴스타파는 김황식 전 총리가 대법관 시절 경인여대 김길자 전 총장 부부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린 사실에 주목했다.
김황식 전 총리가 대법관이던 2006년, 대법원은 경인여대 김길자 전 총장의 교비 횡령 혐의에 1,2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 취지로 고등법원에 파기 환송한 바 있다. 김 전 총리는 해당 판결의 주심 판사였다.
김 전 총리는 대법관이던 2006년, 자신이 주심으로 참여한 재판에서 김길자, 백창기 설립자 부부의 교비 횡령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1, 2심 법원 모두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이 이를 뒤집고 무죄 취지로 고등법원에 파기 환송한 것이다. 
이 판결은 교비 횡령 혐의로 학교에서 물러났던 김길자 전 총장 부부가 다시 학교로 복귀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김길자 전 총장이 보은 성격으로 A씨에게 전임교수 채용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김황식 전 총리는 “김길자 전 총장은 처가 쪽과 사돈 관계로 연결된 먼 친척이다. 이런 인연으로 딸이 시간강사 자리를 소개받아 처음 경인여대에 간 것이지, 과거 내가 했던 재판 결과와는 무관하다. 김길자 전 총장이 알아서 배려했을 수는 있지만, 우리 쪽에서 김 전 총장에게 채용을 부탁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현재 학교를 떠나서 있는 김 전 총장 측 입장도 듣기 위해 변호인을 접촉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현재 김황식 전 총리와 김길자 전 총장은 지난달 23일 발족한 이승만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다. 김황식 전 총리는 추진위원장을, 김길자 전 총장은 추진위원을 맡았다.
지난달 23일 발족한 이승만대통령 기념관 건립 추진위원회 발족식.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이 위원회의 위원장, 김길자 전 총장(아랫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은 위원을 맡고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경인여대의 한 교수는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설립자 부부의 전횡을 단죄한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 김 전 총장 부부가 물러나고 유죄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학교법인 이사회는 이들 부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완전한 변화가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경인여대 학교법인 태양학원 이사회는 8명의 이사 중 절반이 김길자 전 총장 부부와 관계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사장은 김 전 총장 부부의 사위이자 문재인 정부 시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최기영 전 서울대 교수다. 2006년 김 전 총장 부부의 교비횡령 혐의를 변호한 문강배 변호사, 김 전 총장의 박사 시절 논문 심사 위원을 지낸 차윤경 교수, 김 전 총장이 회장으로 있는 단체 '대한민국사랑회' 회원인 최동섭 전 건설부 장관 등이 이사로 참여하고 있다.
제작진
취재홍여진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