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다큐] 윤석열의 내란-계엄을 막은 사람들
2024년 12월 22일 19시 50분
지난 2010년 6월 터져 나온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 처음부터 청와대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청와대는 전면 부인으로 일관했습니다.
검찰도 청와대 개입 증거는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총리실 직원 7명만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종결시켰습니다.
[이귀남 당시 법무부장관 (2010년 11월 1일 대정부질의)] “일부 압수수색을 조금 뒤늦게 한 것이 한 4일 늦었는데요. 좀 뒤늦게 한 것이랄지 하는 점에 관해서는 조금 소홀했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어쨌든 검찰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수사를 했다, 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미 지난해 1월, 청와대 인사가 사찰과 증거인멸에 깊숙이 관련했다는 관련 증언이 정부 내부에서 공식 제기됐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관련 증언이 나온 것은 지난해 1월 11일. 당시 세종로 정부청사 15층에서 행정안전부 중앙징계위원회가 열렸습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등 총리실 직원 두 명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장진수 전 주무관은 자신이 억울하다며 이전 검찰과 법원에서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진술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이래서 했는데, 나는 법정에서 이런 거 제대로 검찰이 조사를 안 해서 제가 홀딱 뒤집어쓰고 사법처리 받는 것도 억울한데. 중앙 징계까지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이거는 징계는 선처를 해주십시오. 그 차원에서 제가 진술을 했죠. 중앙징계위원회에.”
장 전 주무관은 특히 컴퓨터 하드디스크 삭제 등 증거인멸은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소속 최종석 행정관이 직접 시킨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최종석 행정관이 자신에게 이른바 대포폰을 제공하며 증거 인멸을 지시한 사실도 털어놨습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최종석 행정관이 시켜서 이렇게 시켰는데 이렇게 파기하라고 시켰고. 제가 디가우징(완전파기)해왔다고.” (최종석 행정관이 시켰다.) “네네” (그리고 대포폰까지 얘기 다 했다는 거죠?) “아 예. 예.” (행정안전부에? 행정안전부 징계위원회에 다 얘기했다는 말씀이신 거죠?) “네.”
이미 1년 전에 행안부 공식위원회 자리에서 청와대 개입 사실을 밝혔던 것입니다. 당시 장 전 주무관의 진술은 최근 자신이 언론에 폭로한 내용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렇게 사찰 관련 당사자의 입에서 새로운 진술이 제기됐지만 당시 행정안전부 등 정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장 전 주무관의 말이 맞는 것인지 기초 확인도 하지 않은 것입니다.
장 전 주무관에게 자료 삭제를 지시한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은 증언 하루 뒤 노동부로 복귀했지만 별도의 조사는 받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최 전 행정관은 6개월 뒤인 지난해 8월 주미 한국대사관으로 파견돼 현재 미국 워싱턴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장 전 주무관은 징계위에서의 이러한 증언 이후 입막음을 위한 회유와 금풍 제공의 유혹이 갑자기 많아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장 증언을 한 당일 오후부터 총리실 간부와 청와대 인사들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본격적으로 민정수석실에서 연락이..) “류충렬 국장님을 통해서 저한테 연락이 오는 거죠.”
@ 장진수-류충렬 통화 (이털남 3월 19일 공개)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부관리관] “정치적으로 이건 터뜨려버리면 끝이기 때문에 당신은 당신이 갖고 있는 카드는 유효하지 . 유효한데 너무 빨리 자꾸 너무 못 믿고 하다 보니 그런 건데 어쩔 수 없고...”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그때 1월에 돈 얘기가 되죠. 바로. 돈 얘기가 됐죠 5억, 10억 그 얘기가 그때 얘기죠. 벌금형도 있고. 5억, 10억도 있고 하니까 저의 선택의 폭이 넓어져서 이제 제가 그쪽을 택하게 되면서 이제 진실이 다시 묻힌 거죠.”
장 전 주무관은 나아가 청와대 민정수석실로부터 5억에서 10억 원의 현금을 주겠다는 말의 시점도 바로 징계위원회에서의 진술을 한 이후부터라고 주장했습니다.
@ 장진수-류충렬 통화 (이털남 3월 19일 공개)
[류충렬 전 국무총리실 공직복부관리관] “그냥 쉽게 얘기하더라. ”현금 5억이면 안 될까?“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판단할 때 이겁니다. 게임은 알고 출발해야 되니까. 5억에서 10억 사이는 충분히 될 것 같고. 미니멈(최소) 5억에다 10억 사이는 될 것 같고. 자기들 결심이 서면 올ㄹ 거고. 아마 그 방향이 제일 심플하고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실제 최근 장 전 주무관의 폭로에 따르면 그에 대한 돈 전달 시도는 모두 네 차례. 그 가운데 변호사 비용을 뺀 나머지 세 번 모두 그 시기가 지난해 1월 징계위원회 진술 이후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석 달 뒤인 지난해 4월. 서울의 한 식당에서 장 전 주무관은 총리실 유충렬 국장과 만났고. 이 자리에서 유 국장은 청와대의 민정수석실 장석명 공직기관 비서관이 준 것이라며 자신에게 5천만 원을 건넸다고 주장했습니다.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 “장석명 비서관이 준 돈은 5천만 원이 한 묶음으로 이렇게 비닐에 쌓여져 있는지, 하여튼 돈 뭉치가 돌아다니는 뭉치가 아니고 열 개가 딱 고정이 돼 있었거든요.” (류충렬 관리관께서 당시에 관리관이 “이거는 장석명 비서관이 주는 거다.”라는 거를 명확하게 밝히셨나요?) “그럼요. 명확하게 밝혔죠.”
결국 장 전 주무관의 말이 맞다면 이명박 정부는 이미 지금부터 1년 2개월 전 민간인 불법 사찰의 증거 인멸 과정에서 청와대 인사가 개입됐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확인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은폐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습니다.
[최강욱 김종익씨 변호인] “대한민국 헌법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가치와 질서를 무너뜨렸다. 그 다음에 국민들이 국가와 공무원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최소한의 기대와 신뢰를 완전히 배반했다. 이 점에 있는 것인데. 세상에, 그 범행을 한 공무원들이 피해자니까 안쓰럽다. 이렇게 얘기한다는 것은 자기가 직접 범행을 하지 않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얘기라고 생각합니다.”
뉴스타파 취재팀은 보다 명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당시 맹현규 장관을 대신해 징계위원회 위원장 역할을 했던 김남석 전 차관을 접촉했지만 그는 답변을 꺼렸습니다.
[김남석 행정안전부 전 차관] “제가 지금 기억은 잘 안 나고요. (인사위원회) 위원장으로 제가 그날 사회를 봤죠. 근데 거기서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가 나왔는지는 제가 얘기 드릴 수 있는 사안은 아닙니다.”
취재팀은 행정안전부를 찾아가 징계위원회 당시 장씨의 진술이 담긴 녹취록을 확인할 수 있는지 물었지만 행안부 측은 현재로썬 장 전 주무관의 진술 내용이 문서로 작성돼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행정안전부 담당공무원] “그래서 아마 징계회의록이 제출이 됐다면, 저희가 아마 소청위한테 갔을 텐데. 만약에 소청인이 못 받았다는 얘기는 일단 저희 쪽에서도 제출이 안 됐다는 얘기거든요.” (그러면 총리실에서 안 왔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건가요?) “그렇죠. 총리실에서 저희한테 안 왔기 때문에 저희가 보낸 부분도 없을 수 있겠죠.”
민간인 불법 사찰과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됐다는 1년 2개월 전 장 전 주무관의 진술은 이렇게 그대로 묻혔고 최근에야 그 같은 내용이 외부에 드러나면서 검찰이 재수사가 시작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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