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특활비’ MB수사 포상금으로 지급 의혹

2023년 07월 27일 20시 00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및 기소 시점에 맞춰 8,800만 원의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수십 명에게 한꺼번에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관련 수사가 시작된 시점이나 진행 중일 때가 아닌 거의 끝난 시점에 일괄 지급했다는 점에서 기밀 수사에 쓰여야 할 특활비가 포상이나 격려 목적으로 쓰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당일 수십 명에게 특활비를 나눠 주고, 자신의 단골 식당에서 또다른 예산인 업무추진비(업추비)로 특수부 검사 수십명과 수백만 원대 만찬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업추비와 특활비가 동시에 수천만 원씩 한 날에 지출된 날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특활비 오남용 의혹은 더 짙어진다. 결국 윤 대통령이 ‘기밀이 요구되는 사건 수사나 정보 활동에 써야 할’ 특활비를 사실상 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윤석열, 이명박 구속된 날 특활비 3900만 원 지급

뉴스타파가 3개 시민단체와 함께 확보한 서울중앙지검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17년 6월~19년 9월)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집행한 특수활동비는 총 38억 6,300만 원이다. 임기를 시작한 2017년 5월부터 2019년 7월까지 794일간, 적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7,800만 원까지 지출했다. 하루 평균 486만 원꼴이다.
이중,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있었던 2018년 3월의 특활비 지출내역 기록을 확인했다. 3월 2일부터 30일까지 모두 72명에게 1억 6,710만 원의 특활비가 지급된 것으로 확인된다. 1인당 최소 30만 원에서 최대 1,000만 원까지 지급됐다.
여기서 1인당 1,000만 원짜리 특활비가 지급된 날은 3월 23일이다. 이날 지출된 특활비 지급 총액은 3,900만 원이다. 각각 1,000만 원이 2명, 500만 원이 2명, 300만 원이 1명, 200만 원이 3명에게 지급됐다. 윤석열 지검장 임기 중, 이보다 더 많이 특활비가 지출된 날은 794일 중 14일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설이나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른바 ‘떡값’ 형태로 지급된 날을 빼면 10일 정도다.
그런데 2018년 3월 23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자금 조성과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된 날이다. 이날,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집행은 신봉수 당시 첨단범죄수사1부장(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송경호 당시 특수2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이 맡았다. 이때 서울중앙지검에서 이명박 수사를 제외하고 언론에 보도된 중요 사건은 없었다.
공교롭게도 윤 지검장은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3월 23일, 3,900만 원의 특활비 중 일부를 이명박 수사팀에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특활비 영수증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받은 것으로 파악되는 200만 원짜리 영수증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당일 서울중앙지검이 지출한 특활비 영수증, 화면 중앙 상단에 '이복현'이라고 쓰인 글씨가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의 특활비 영수증 중 이복현이라고 쓰인 영수증이 확인됐다. 3월 23일 현금 집행을 위해 미리 받을 사람을 적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윤석열 사단’의 대표적인 특수부 검사로 윤석열 정부 초대 금융감독원장에 임명됐다. 이명박 수사 당시인 2018년 3월 23일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부부장 검사로 재직하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의 지휘를 받아 이명박 수사 실무를 맡고 있었다.
그러니까 3월 23일 집행된 특활비 중 일부가 ‘이명박 수사팀’의 일원이었던 이 원장에게 직접 지급된 것이다. 이 원장은 ‘2018년 3월 23일, 특활비를 받은 기록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의에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죠. 왜냐하면 저도 특수부장을 하고 삼성 사건이니 이명박 대통령 사건이니 이런 걸 했을 테니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 당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검사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3월 23일, 3,900만 원의 특활비 중 200만 원은 ‘이명박 수사팀’의 일원이었던 이 원장에게 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나머지 3,700만 원은 누가 받았을까. 앞서 밝혔듯 이명박 수사 당시 이 원장의 직속상관은 송경호 현 서울중앙지검장이었고, 송경호 지검장과 함께 이명박 수사를 맡은 신봉수 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도 있었다. 이들을 제외하고 이복현 원장에게만 따로 특활비를 지급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에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송 지검장과 신 부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겼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후 신봉수 부장은 취재진과의 통화를 차단했다. 
2018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자금 조성 및 뇌물 수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윤석열, 이명박 기소된 날 특수부 검사들과 만찬하고, 특활비 4,900만 원 지급

이렇게 3,900만 원의 특활비가 집행된 3월 23일은 수사가 진행 중이던 때가 아닌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핵심 피의자(이명박) 구속영장 발부 이후다. 그런데 3월 23일 말고도 이렇게 주요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기에 집행된 특활비는 또 있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되고 약 보름 뒤인 2018년 4월 9일, 서울중앙지검은 ‘피의자 이명박’을 재판에 넘겼다. 바로 그날 윤 지검장은 특수부 검사 수십 명을 데리고 자신의 단골 식당인 성남 청계산의 한우전문점에서 회식했다. 이날 회식에 쓰인 업무추진비는 214만 9천 원으로, 2018년 중 이보다 많은 금액의 업무추진비가 쓰인 날은 없다.
그리고 바로 이날, 윤석열 지검장은 명절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사람에게 특활비를 돌렸다. 금액은 3월 23일보다 1,000만 원이 더 많은 4,900만 원이다. 모두 35명이 특활비를 받았는데, 27명이 각 100만 원, 4명이 각 200만 원, 3명이 각 300만 원, 1명이 500만 원을 차등 지급받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기소된 당일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특활비 4900만 원을 35명에게 차등 지급했다. 
시기적으로 보면,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된 다음 날(3월 24일)부터 기소 전날인 4월 8일까지 16일간, 윤 지 검장이 쓴 특활비 총액은 5,050만 원이다. 4월 9일, 단 하루 동안 쓴 특활비 4,900만 원과 150만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 윤석열 지검장이 ‘4월 9일’ 특활비를 이례적으로 많이 썼다는 것은 이날 무언가 특수한 ‘상황’이 있지 않고선 달리 설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날과 기소된 날에 각각 3900만 원, 4900만 원의 특활비가 지출됐다. 반면 그 나머지 3월24일~4월 8일까지 쓴 특활비는 5050만 원에 불과했다. 
이렇게 이 전 대통령의 수사 책임자였던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이 구속되거나 기소된 시점에 맞춰 특수부 검사들과 수백만 원대 회식을 했고, 같은 시점에 수천만 원의 특활비를 돌렸다. 특히 특활비를 한꺼번에 지급한 때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영장 발부와 기소한 날과 겹쳤다.
기밀 수사에 쓰여야 할 검찰 특활비가 ‘수사 마무리’ 시점에 담당 검사들의 포상금이나 격려금으로 전용된 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사실관계를 묻기 위해 이명박 수사를 담당한 송경호 지검장, 신봉수 부장에게 연락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이명박 수사 실무를 맡은 이복현 원장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에 대해서는 원래 그 자체가 비밀”이라면서 “이명박 수사팀이 밥 먹는 자리에서 그런 식으로 특활비를 지급받거나 전달한 적은 결코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특활비 수령자 이름과 일시 공개만으로 수사 정보 유출 주장

이런 이 원장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검찰 스스로 특활비 자료가 공개되면, 이 같은 ‘수사 정보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밝힌 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활비 정보공개 항소심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검찰은 법원에 준비서면을 제출했다. 준비서면에서 검찰은 돈을 받은 사람과 날짜가 한꺼번에 공개될 경우,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가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요 사건을 맡은 담당 검사의 이름과 특활비를 받은 사람, 날짜를 알면, 수사 정보를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중요 사건에 대한 수사 담당 검사의 실명이 언론에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있는 현실에서, 특수활동비 수령자의 성명과 수령일시, 집행 명목 등이 공개된다면, 위 정보를 조합하여 기밀을 요하는 특정 사건의 정보취득 경로, 수사진행 상황, 수사 경위 및 경과 등을 유추하거나,추측 과정에서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가 발생하여 수사에 장애를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 정보공개 항소심 준비서면(2022.10.17)
검찰은 특활비를 받은 사람의 이름과 지급 날짜, 수사 담당 검사의 이름을 알면 중요 사건의 수사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검찰이 주장했던 대로 언론에 보도된 사건, 특활비 수령자 이름, 날짜를 조합했더니, 위와 같은 특활비 지급 패턴과 경향이 나온 것이다. 행정소송에서 검찰이 주장한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는 이 같은 특활비 유용을 감추기 위한 ‘핑계’는 아니었을까.
이에 대해 뉴스타파 전문위원인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변호사)는 수사가 사실상 끝난 시점에 지급된 특활비는 그 용도에 맞게 사용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다.
하 대표는 “이영렬 전 지검장 시절에 나왔던 돈봉투 만찬 사건처럼 기관장이 자기가 그냥 주고 싶은 사람한테 임의로 주는 것은 수사에 소요되는 실제 경비에 쓰도록 돼 있는 특수활동비의 용도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을 하던 시절에 큰 사건 수사들이 많긴 했지만, 수사가 종결된 시점에 일종의 격려금 또는 포상금 같은 형태로 지급된 것은 용도를 벗어난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작진
공동기획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취재강민수, 강현석, 박중석, 임선응, 조원일
데이터김지연, 연다혜, 전기환, 최윤원
영상취재김기철, 신영철
CG정동우
편집정지성
웹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자료조사금준수 송우중 정성환 홍채민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