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원 불러" 방통위, 취재 허가해놓고 뉴스타파 쫓아냈다

2023년 11월 30일 17시 20분

29일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장. 이날 이곳에서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자유 탄압 사례로 오랫동안 기억될 또 하나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서는 방송의 공영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언론계의 비판이 쏟아진 민감한 안건이 심의를 앞두고 있었습니다. 바로 공적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던 보도전문채널 YTN과 연합뉴스TV의 최대주주를 민간사업자로 바꾸는 ‘민영화 심사’ 안건이었습니다. 이 전무후무한 사안의 최종 승인 여부를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이동관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단 두 사람이 결정하려 한 것입니다. 더구나 전날인 28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 차례 무산된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했고, 다시 한번 강행 처리를 예고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위원장의 시계바늘은 바삐 돌아갔을 겁니다.
뉴스타파 취재팀도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 역사에 기록될 이 장면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을 지키며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체회의 개회 예정 시각이 불과 5분도 남지 않았던 오후 2시 25분경 일이 터지고 맙니다. 방통위 정책홍보팀장이 뉴스타파 취재팀에  다가와 속삭였습니다. “출입하는 매체가 아닌 경우에는 촬영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상했습니다. 물론 뉴스타파는 평소 방통위를 자유롭게 드나들며 취재하도록 허가받은 이른바 ‘출입 언론사’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 취재에 앞서 방통위 대변인실을 통해 정식 방청 및 취재 신청을 마쳤고, 허가를 받은 상태였습니다.
그동안 뉴스타파는 출입 언론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방통위 방문과 취재를 못 한 적이 없습니다. 취재가 필요하면 대변인실을 통해 방청·취재 허가를 받고 방통위를 드나들었습니다. 방통위로서는 가장 민감하고 언론 접촉을 피하고 싶었을 시기에도 뉴스타파의 취재 자체가 제한된 적은 없었습니다. 이동관 위원장 취임 직전인 지난 8월, 당시 김효재 직무대행 체제의 방통위가 TV수신료 분리징수와 공영방송 야권 이사진 무더기 해임 등 방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안건 처리를 강행하던 때에도 뉴스타파는 허가를 받아 여러 차례 전체회의를 방청하고 취재한 바 있습니다. 이제 와서 그때는 괜찮고, 지금은 안 된다는 식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뉴스타파 취재팀을 막아선 방통위 관계자들은 취재 허가를 번복하는 근거로 ‘방통위 회의 운영에 관한 규칙’을 들이밀었습니다. 해당 규칙 제10조 2항에 따르면 ‘위원장은 회의의 적절한 운영과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할 때는 방청인 수를 제한하거나 퇴장을 명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타파의 취재는 회의의 적절한 운영과 질서 유지를 방해하지 않았으며 방청인 수를 제한해야 할 정도로 회의실 공간이 협소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뉴스타파 취재팀에게 방청과 취재 불허를 결정했다고 밝힌 책임자는 규정상의 ‘위원장’, 즉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아니라 배중섭 방통위 기획조정관이었습니다. 그는 “(전체) 회의 운영 책임자”라고 자처하며 뉴스타파 카메라를 손으로 가렸습니다. 또 방통위 대변인실이 뉴스타파의 취재를 허가한 일이 잘못인 것마냥 “대변인실에서 혼선, 착오가 있었다”고 책임을 돌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방통위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위원장이 아니므로 방청 제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적법한 당사자도 아니었습니다. 나아가 방청 제한 권한을 가진 이 위원장의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이 위원장 취임 전부터 그의 행적과 언론관에 대해 비판적인 보도를 이어온 뉴스타파의 카메라를 이 위원장이 전체회의장에 입장하기 전에 서둘러 치우려 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통위가 뉴스타파만을 지목해 취재를 방해한 행위는 윤석열 정부의 언론 탄압이 법과 규정, 관례도 무시하는 막무가내식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또한 언론과 방송의 자유를 앞장서 수호해야 할 방통위가 이동관 위원장 부임 이후 언론 탄압 전문 기관으로 전락하고 말았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합니다.
뉴스타파는 전례가 없고 위법한 취재 방해 행위에 대해 기록을 남길 뿐 아니라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제작진
취재박종화
영상취재오준식 이상찬
편집정지성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