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내가 사는 곳 주변에도 위험물질이 보관돼 있는 것은 아닐까?
각종 위험물질 유출사고가 잇따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인천 서구의 한 업체가 ‘아세트산비닐’이라는 위험물질 수십 톤을 보관하다 유출사고를 일으켰지만 지역 주민들은 자신의 집 근처에 이처럼 위험한 물질이 쌓여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내 집 주변에 위험물질이 쌓여있는 것은 아닌지, 직접 찾아볼 방법은 없는 것일까?
환경부는 화학물질 배출, 이동량 정보시스템을 통해 전국의 화학물질 취급 업체 정보 등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유출사고가 난 인천 서구 왕길동의 유해물질 저장소는 이 사이트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 해당 정보시스템을 담당하는 환경부 관계자는 ‘(화학물질) 보관의 경우는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해당 지자체에 알아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관할구청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해당 저장소에 어떤 유해물질이, 얼마나 있는지는 정보공개를 청구해야 알려줄 수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결국 일반 시민들이 자기 집 주변에 어떤 유해물질이 있는지 정보를 얻기까지 사실상 상당한 시간과 품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지난해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이번 유출 사고가 난 인천 서구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의 유해물질 저장소등에 대한 지도를 만들고 있다. 이번에 유출사고를 낸 업체의 경우 2013년 인천 서구청에 ‘과산화수소 200톤, 염소산소다 200톤’ 등을 보관하고 있다고 신고했다.그러나 이번에 유출된 화학물질은 아세트산비닐.이 업체의 신고내역에서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이에 대해 인천 서구청 환경보전과장은 “아세트산비닐은 위험물질이기 때문에 소방서에서 관리하고 우리(구청)는 책임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구청에서는 ‘유해물’을 관리하고, 소방서에서는 ‘위험물’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유해물질 관리 따로, 위험물질 관리 따로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의 관할 소방서인 인천 서부소방서 측은 아세트산비닐 등의 ‘제 1석유류'를 보관할 수 있도록 업체에 허가를 내주는 역할만 할 뿐 이후 관리는 업체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서가 허가해주는 ‘제 1석유류’에 해당하는 위험물질은 아세트산비닐뿐만 아니라 톨루엔과 메틸에틸케톤, 초산에틸 등 수백가지…. ‘제 1석유류’ 중 구체적으로 어떤 위험물질을 보관하고 있는지는 소방당국도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 게다가 인천 서부소방서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 탓에 소방당국의 위험물질에 대한 정기점검 횟수도 줄어들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부의 허술한 안전대책에 사고 지역 주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이번 유출사고로 피해를 본 인천 서구 주민들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있는 유희상 씨는 “주민이 먼저 나설 일이 아니라 관계 부처에서 문제점을 빨리 파악해서 바로 초동대처를 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며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뉴스타파는 이번에 유출사고가 난 인천 지역뿐만 아니라 지난 해부터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집적해온 전국 모든 지역의 유해물질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1차 공개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위험한 화학물질이 내가 사는 곳 주변에 쌓여 있는 것은 아닌지는 아래 링크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이 지도를 계속 보완해 보다 자세한 유해물질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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