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N]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기사형 광고’, 사기성 사업에 악용

2023년 11월 21일 17시 19분

이 기사는 뉴스타파함께재단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연대 협업하는 한국독립언론네트워크(KINN) 회원 언론사인 ‘뉴스어디'(https://newswhere.org/)가 취재했습니다.(뉴스레터 구독)
한국 최초 미디어 감시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어디>는 창간 특집으로 ‘기사형 광고’ 추적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광고를 말 그대로 광고로 보지만, 기사는 언론인의 취재와 검증을 거친 콘텐츠로 보고 대체로 믿습니다. 그래서 ‘기사처럼 생긴 광고’가 등장했습니다. 기사의 ‘신뢰’를 광고에 끼워 파는 것이죠. 이 ‘기사형 광고’는 언론사의 주요 변종 돈벌이 수단이 됐습니다. '광고'이지만 ‘기사’로 위장한 탓에 허위 정보가 들어있는 경우 이를 믿은 사람들이 큰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른바 ‘가짜뉴스'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용어는 학문적 법적 개념도 아니고 실체도 모호합니다. 전 세계 독재자나 권위주의 정부가 비판언론을 공격하기 위해 악용하고 용어라는 건 분명합니다. 그러나 가짜뉴스라고 부를 만한 게 있습니다. 바로 심의규정을 어긴 ‘기사형 광고’입니다.   뉴스어디는 기사형 광고 심의 규정을 위반한 언론사와 문제 기사를 전수조사해 특별페이지 '내가 본 기사, 사실은 광고라고?’에서 공개합니다. ‘기사형 광고’ 피해 사례도 추적해 보도합니다. -편집자주
  • 경찰 수사 중인데 “지속 가능 발전” “사회 공헌” 기사형 광고 낸 조선일보
  • 탈퇴 원하는 투자자에 “최고 권위 중앙, 조선에 기사 나간 회사, 걱정 말라”
  • 조선일보, 뉴스어디 질의에 “총 6회 (기사형 광고) 요청 들어왔는데 다 취소”
  • ‘Advertorial’ 표기했지만…독자는 “광고인 줄 처음 알았다”
  • 해외에선 ‘광고’ 표기 명확히 안 하면 과징금 1억 원 넘게 엄격 제재

“최고 권위 중앙・조선일보가 회사 소개, 걱정 안 하셔도”

‘대한민국 최고 권위와 발행부수를 내는 중앙, 조선일보에서 4면 전면 광고식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기사가 나갔습니다. 이 두 신문사 발행부수를 합치면 200만 부가 넘고 수십 년간 정통 국가를 대변하는 언론이란 인정을 받는 곳입니다. 회사 출발 4년 5개월 만에 인정을 받은 것입니다. (중략)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지난 10월 12일 서울 서초구청이 이른바 ‘폰지사기’ 혐의를 받는 시더스그룹 영농법인에 대해 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의 지역별 관리자(폼장)가 이틀 뒤인 14일 투자자인 회원들에게 보낸 공지문 중 일부다. 투자자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시더스그룹 지역별 관리자(폼장)가 서초구의 해산명령 청구 이후  조선일보, 중앙일보에 회사를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는 내용과 함께 “걱정 안 하셔도 된다”라는 취지의 공지문을 회원(투자자)들에게 보냈다. 이 글은 한 회원(팬덤)이 다른 회원에게 공유하기 위해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것으로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네이버 카페 백두산 회원 제공)
“최고 권위와 발행부수를 내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에서 자사를 상세하게 소개할 정도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이다. 회사가 인정을 받은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래는 실제 이 공지문이 언급한 시더스그룹 관련 홍보 기사다. 지난 7월 중앙일보에 4면에 7건, 8월에는 조선일보에 4면에 8건, 두 신문 합쳐서 무려 15건의 기사형 광고가 나갔다. 
(좌) 2023년 7월 11일 중앙일보는 시더스그룹 기사형 광고를 4면에 걸쳐 7건 실었다. 해당 기업의 온라인몰, 업무협약 체결 등에 관한 기사를 싣고, 회장 인터뷰를 전면에 게재했다. (우) 2023년 8월 9일 조선일보도 4면에 걸쳐 기사형 광고를 실었다. 총 8개 기사를 실었다. 중앙일보와 같은 내용의 업무협약 기사를 포함해 해외 스마트팜 건설 관련 합의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두 매체 모두 첫 번째 면에 ‘Advertorial section’이라고 광고 표기는 했지만, 각 기사마다 기자 이름을 달았다. 취재 결과물이라는 오인을 막기 위해 광고자율심의기구 등 심의기구는 기사형 광고에는 기자 이름을 쓰지 않도록 권고한다.
서초구청은 이 공지문의 주장과는 달리 시더스그룹의 위법행위를 발견해 법원에 해산명령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시더스그룹은 홈페이지에 자사가 ‘농⋅수⋅축산물에 특화된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이라고 소개한다. 포털 사이트 블로그 등에 올라온 투자자 모집 글에 따르면 선수금을 입금하면 블록체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는 ‘해피캐쉬’ 앱을 통해 선수금의 2.6배를 가상자산 형태로 지급한다고 한다. 그리고 매일 이 자산의 0.2%를 추가로 주는데, 이 가운데 80%는 출금 가능한 ‘해피캐쉬’로, 20%는 자체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쇼핑캐쉬’ 형태로 지급하며 출금하지 않고 재투자하면 3배로 불려준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다.
투자금 액수에 따라 출금 가능 금액이 정해져 있으며, 출금 가능 횟수도 제한된다. 시더스 측에 따르면 현재 회원은 22만 명이다. 서초경찰서는 지난 10월 17일 시더스의 이러한 영업 방식을 다단계 금융사기 이른바 ‘폰지사기’로 보고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이 사기 혐의로 수사하는데 조선일보는 ‘유망 산업’으로 소개⋯투자자 혼란

이처럼 서초구청의 해산명령 청구, 경찰 수사 착수 소식이 알려진 이후에도 조선일보는 11월 1일,  <‘스마트팜 융복합단지’ 시더스팜월드로 유통⋅생산 통합⋯여러 글로벌 기업과도 업무협약>(이미혜 객원기자)이라는 제목으로 시더스그룹을 홍보하는 기사를 실었다…(전체기사 보기: https://newswhere.org/news/money/701/)
제작진
취재박채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