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제국의 황제’ 양진호(1) 사무실서 前직원 무차별 폭행
2018년 10월 30일 13시 00분
자기 회사 전직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다른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무차별 폭행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직원 워크숍 자리에서 일본도와 석궁(컴파운드)으로 닭을 죽이도록 강요한 사실이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통해 추가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또 양 회장이 직원들에게 염색을 강요하고, 술자리에서 화장실을 가지 못하게 했음을 보여주는 사진 자료와 관련자 증언도 확보했다. 양 회장이 실소유주인 영상파일 공유업체 위디스크의 한 전직 직원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회사 내에서 양 회장은 제왕적 지위를 갖고 있었다. 양 씨 소유 회사는 기업이 아닌 왕국”이라고 말했다.뉴스타파는 진실탐사그룹 ‘셜록’과 함께 취재과정에서 확보한 영상과 사진자료, 관련자들의 증언을 공개한다.
뉴스타파가 추가로 입수한 위디스크 직원 워크숍 영상은 2016년 가을 촬영됐다. 양 회장의 직원 무차별 폭행 사건 1년 뒤다. 양 회장의 엽기 행각이 촬영된 장소는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이 회사의 연수원. 등기부등본에는 이 부동산이 양 씨 소유의 한 회사로 돼있다.
취재 결과, 양 회장은 당시 직원들에게 워크숍 저녁 메뉴로 백숙을 권하며 석궁으로 닭을 잡도록 지시했다. 일부 직원들의 서툰 모습을 보며 “일부러 (닭을) 안 맞춘 거냐”며 일본도를 가져오기도 했다. 직원들은 양 회장과 함께 하는 워크숍을 ‘공포의 워크숍’이라고 불렀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이 불가능했다.
뉴스타파는 문제의 영상과 함께 복수의 위디스크 관계자 증언을 통해 당시 워크숍에서 벌어진 일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아래 내용은 관련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것이다.
양 회장의 지시로 끔찍한 동물학대가 시작됐다. 직원들은 돌아가며 닭을 향해 석궁을 쐈다. 대부분 빗맞았고, 닭은 푸드덕거리며 비명을 질렀다. 특히 한 직원이 활시위를 제대로 당기지 못하는 등 머뭇거리자, 양 회장은 “지랄한다”, “장난하냐”는 식의 폭언을 시작했다. 직원들이 결국 닭을 잡지 못하자, 양 회장이 직접 석궁을 잡았다. 그리고는 익숙한 솜씨로 시위를 당겨 화살을 닭에 명중시켰다.
한참 동안 술자리가 계속되고, 해가 진 뒤에는 ‘일본도’가 등장했다. 양 회장은 남자 직원 두 명을 지목한 뒤, 각각 일본도와 닭을 들도록 했다. 양 회장은 뒤에서 이 과정을 지켜봤다. 닭을 든 직원이 닭을 날리자, 다른 직원이 일본도를 휘둘러 닭을 내리쳤다. 직원 여러명이 이 과정을 촬영했다.
양 씨가 일본도와 닭을 들 직원을 지목한 건 일종의 ‘벌칙’이었다. 석궁으로 닭을 잡지 못한 직원을 불러 칼을 쥐어주고 닭을 죽이게 했다는 것이다. 워크숍에 참석한 한 직원은 이 날의 충격으로 한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려야 했다. 양 회장이 주최하는 워크숍은 한마디로 ‘공포의 워크숍’이었다. 양 회장이 어떤 일을 벌일지 예측할 수 없어 불안했다. 한 전직 위디스크 관계자는 “어떤 직원은 워크숍에서 상추를 빨리 씻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고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이 회식 자리에서 직원들에게 억지로 술을 먹이고, 심지어 화장실도 가지 못하게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뉴스타파가 접촉한 복수의 위디스크 관계자들은 양 씨 회사의 술자리를 “폭력적이었다”고 기억했다.
가장 충격적인 건 ‘화장실 금지’ 문화입니다. 직원들은 술을 먹는 도중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5만 원, 또는 10만 원 씩을 내고 가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인사담당자를 불러서 월급에서 10만 원을 공제하라고 했고, 진짜 공제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토할 때까지 술을 강제로 먹이고, 토할 때도 화장실이 아닌 술자리에서 토하게 했습니다. 양 회장은 그런 모습을 즐겼습니다.
직원들이 화장실을 마음 편히 갈 수 있는 경우는 딱 한 번이었다. 양 회장이 “화장실 좀 가자”라고 하며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이 때문에 위디스크 회식에서는 여러 명의 남성들이 우르르 화장실에 몰려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사진 자료 중에는 양 회장 회사의 임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빨간색, 파란색 등으로 염색을 한 사진도 다수 들어 있다. 그런데 이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한 염색이 아니었다. 양 씨 회사의 한 관계자는 “양 회장이 색깔을 정해주고 염색하도록 강요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이 외에도 “양 회장이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에게 개조한 총으로 비비탄을 쏘았다”는 등의 증언도 들을 수 있었다. 양 회장이 보인 엽기 행각은 일일이 거론하기도 어려운 수준이었다.
양 회장은 사내에서 그야말로 ‘황제’로 군림했다고 인터뷰에 응한 전직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양 씨의 말에 반론을 제기하면 직업을 잃는다는 불안감에 시달렸고, 제왕처럼 모든 것을 제 멋대로 했다는 것이다. 밥을 먹으라면 먹고, 일어나라면 일어나야 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다. 한 전직 직원은 이런 말을 남겼다.
양 회장 본인은 항상 직원들을 ‘가족’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 가족에게 그런 엽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나요? 직원들 모두 누군가의 아빠고 남편이고 아들이고 딸인데, 그런 수모와 모욕을 당하면서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참고 다니는 분위기였어요. 위디스크라는 회사는 회사가 아니라 양진호라는 사람이 건설한 왕국이라고 보면 됩니다.
취재 : 강혜인, 강현석
촬영 : 최형석, 신영철, 김남범, 정형민
편집 : 정지성, 윤석민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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