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꿴 단추...1조 원 짜리 '무용지물' 재난안전통신망

2022년 11월 23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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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재난은 수많은 인명과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낳습니다. 집단 트라우마는 물론, 인재의 경우 국격 추락 등 상상하기 힘든 사회적 비용도 뒤따릅니다. 반면 재난은 누군가에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고, 재난 이후 정부 대책은 겉만 번지르르한 홍보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1조 5천억 원을 들여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은 이태원 참사 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범정부 차원에서 8년에 걸쳐 추진한 ‘통신망’이 이태원 참사 때 왜 제 역할을 못했는지, 천문학적인 예산은 어디로 흘러갔는지 등을 연속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프롤로그

뉴스타파는 이태원 참사 이후 일선 경찰과 소방관서 20여곳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 사용 여부 등을 확인해봤다. 답변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써본 적 없다. 상황실 이런 데서 쓰지 않을까? 통신망이 다르기 때문에 타 기관과 연결되는 건 없는 걸로 안다" (경찰)
"지령실 쪽에서 사용하지 않을까?" (경찰)
"재난안전통신망을 알기는 하지만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다. 기존 무전기를 쓴다." (경찰)
"사용하고 있으나 타 기관과 통신해본 적은 없다." (경찰)
“서울에 도입한 지 1년이 넘었고 우리 경찰서는 잘 사용하고 있다”(경찰)
“경찰청에 연락해봐라”(경찰)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를 실제 출동에 사용한 적이 없다”(소방)
“지금 아마 차량에 설치는 돼 있지만 기술적인 면에서 완벽하지 않은 걸로는 알고 있다. 현장에서는 TRS, UHF 쓰고 있다”(소방)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에 불편한 부분이 있다. 위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니 잘 안 쓰게 된다”(소방)
“현장 대원들은 거의 안 쓴다”(소방)

“쓴다” 또는 “안 쓴다”라는 대답이 엇갈려 나왔다. 현장에서 재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경찰, 소방관계자 상당수가 ‘재난안전통신망’의 개념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이 ‘통신망’은 재난 유관 기관이 서로 교신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로 타 기관과 통신했다는 답변은 거의 없었다. 1조 원 넘는 예산을 투입한 이 사업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서울경찰청 박용택 정보통신담당관은 취재진에게 기존 통신망에서 “재난안전통신망으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고 수도권은 혼용 기간”이라고 말했다. 또 현장 직원들에게 교육과 홍보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 상황 때문에 대면 교육을 제대로 못해 현장에서의 습득이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미 지난해 재난안전통신망 개통을 알린 행정안전부의 화려한 선전과 현장 상황은 너무 달랐다.

2021년 5월 14일, 대구

해상 사고, 산불, 도심 화재 등 대규모 재난이 발생해도 전국망 통신으로 광범위한 지역을 통합 지휘할 수 있고, 공통통화그룹을 사용하여 기관 간의 즉시 음성·영상 연결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전해철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2021년 5월 14일
2021년 5월 14일 재난안전통신망 대구운영센터에서 재난안전통신망 준공 및 개통식이 열렸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규모 재난이 일어나도 전국망 통신으로 여러 기관 통합 지휘와 즉시 대응이 가능해졌다고 적극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개통식에서 전해철 장관은 독도경비대, 백령도 해병, 마라도 해경, 강원 고성소방서 등을 재난안전통신망으로 연결해 화상 통화를 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세계 최초 LTE 방식의 전국 단일 재난안전통신망 개통!’이라는 타이틀도 붙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비로소 우리나라에 대형 재난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진 듯 보였다. 
행안부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도 ‘기존에는 재난 관련 기관별로 서로 다른 무선통신망을 사용해 기관 간 공동 대응이 어려웠으나, 고품질의 재난안전통신망이 구축되어 해당 문제점이 해결되었다’고 강조했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난안전통신망 준공 및 개통식에서 독도 경비대원과 화상통화 시연을 하고 있다. (출처: 행정안전부)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

재난안전통신망 준공과 개통식이 열리고 533일이 지난 2022년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서울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압사당할 것 같다. 통제가 필요하다”는 신고가 경찰 112 상황실로 들어왔다. 이후 이태원 인파 통제가 필요하다는 112 신고는 빗발치기 시작했다. 
"다치고 난리다"(오후 8시 9분) 
"사람이 많이 몰려 통제가 안 된다”(오후 8시 33분) 

"아수라장이다" (오후 8시 53분) 

"대형사고 일보 직전이다"(오후 9시) 

"사람들이 떠밀리고 있다"(오후 9시 2분)

"압사될 분위기다"(오후 9시 7분)

"압사당할 것 같다"(오후 9시 10분) 

"인원통제가 필요하다"(오후 9시 51분) 

"통제가 필요하다" (오후 10시) 

"압사당할 것 같다" (오후 10시 11분)

이태원 참사 당일 112에 접수된 신고 내용
오후 10시 15분.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처음으로 소방 119 상황실에 신고가 들어왔다. 
여기 이태원인데요, 이쪽에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주셔야 될것같아요. 사람이 압사당하게 생겼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골목에 사람이 다 껴가지고 다 보내셔야 할것같아요. 농담하는거 아니구요

이후 다음날 새벽 0시 56분까지 119 상황실로 86건의 신고가 더 이어졌다. 경찰, 소방, 응급의료기관, 지자체 등 유관 기관의 즉각적인 소통과 공동 대응이 필요한 절체절명의 순간이 시나브로 흘러갔다. 하지만  대규모 재난 발생 때 통합 지휘와 유관기관 간 즉시 음성·영상 연결이 가능하다는 ‘재난안전통신망’은 잠잠했다.
대신 119 상황실 첫 신고 23분이 지난 10월 29일 밤 10시 38분, 국가통신망이 아닌 사기업 메신저 그룹에서 재난 대응 유관기관 간 교신이 이뤄졌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이 개설한 ‘모바일 상황실’이라는 이름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사고 발생을 알리는 첫 보고가 올라온 것이다. 이태원에서 10여 명이 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내용이었다.
‘모바일 상황실’에는 참사 이전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센터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소방관계자, 보건복지부, 재해의료지원팀(DMAT) 등 300여 명이 들어와 있었다. 첫 보고 이후 관련 기관 관계자 100명가량이 실시간으로 초대됐고, 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현장 상황 및 대응 요청, DMAT 출동 등의 정보가 계속 공유됐다. 하지만 이 방에 경찰은 없었다.
▲참사 당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모바일 상황실' 교신 내용 일부.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실에서 참사 발생 23분 이후부터 현장 상황 및 대응 요청, DMAT 출동 등 정보가 계속 공유됐다.
행안부가 재난 대응 공식 채널이 아니라고 밝힌 ‘모바일 상황실’에서 유관 기관 사이에 쉼 없이 현장 상황이 공유되고 있는 동안 경찰과 소방, 응급진료기관 등이 소통해야할 공간인 재난안전통신망은 제 역할을 거의 하지 못했다.
행정안전부는 이태원 참사 당시 재난안전통신망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건 아니라며 기관별 활용 현황을 공개했다. 경찰이 단말기 1,536대로 8,862초, 소방은 단말기 123대로 1,326초, 의료는 단말기 11대로 120초 동안 재난안전통신망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통신은 유관기관 사이가 아닌 기관 내부에서 이뤄진 통신이었다. 행안부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11월 4일)에서 “기관 간 통화가 (재난안전통신망의) 주요한 목적”이라면서도 “기관 안에서 통화는 재난안전통신망으로 원활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당초 목적대로 사용하지 못했음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반면 각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묶여진 재난안전통신망의 각 ‘공통통화그룹’에서의 통신은 통틀어 3분 13초에 불과했다. ‘서울재난상황실01’(서울시청·서울경찰청·소방청·용산구청·국립중앙의료원 등) 그룹은 119 상황실 첫 신고 86분 뒤인 오후 11시 41분 첫 통신이 이뤄졌다. 시간은 3분 3초였다. 
‘서울용산재난상황실01’(용산구청·서울경찰청·용산소방서·순천향대학병원·용산보건소 등) 그룹은 30일 오전 0시 43분 활성화돼 10초간 교신했다. 재난안전통신망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주관하는 ‘중앙재난상황실01’ 그룹은 참사 다음 날 오후 2시 38분부터 2초간 교신했다. 행정안전부는 “사고 현장에서 초동 대응 시 재난 기관 간 재난안전통신망 활용이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이번에 드러난 재난안전통신망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공통통화그룹의 교신 시간은 기록되지만, 어느 기관이 참여해 어떤 내용을 공유했는지는 기록으로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재난안전통신망 시스템은 공통통화그룹이 언제, 얼마나 교신했는지만 저장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당초 재난안전통신망 사업 설계 단계에서 기관 사이에 오고 간 문자·사진·영상 등의 정보를 저장하는 기능을 포함하지 않았다고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재난안전망을 구축할 때) 처음에는 사용하는 데만 초점을 맞췄지 (지난 기록을) 분석하는 부분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난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했는지 등을 사후 평가할 수 있는 기록을 남길 수 없게 한 부분은 재난대응시스템으로서 치명적인 결함이다. 

2014년 5월 27일, 청와대

이태원 참사가 벌어지기 3,077일 전인 2014년 5월 27일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 세종실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가 열렸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41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국가안전 시스템을 근본부터 개조하는 데 총력을 다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안전행정부 강병규 장관은 이날 ‘국가재난안전통신망 구축방향안’을 보고했다. 국무회의 8일 전 박 대통령이 재난 관련 기관들이 하나의 통신망에서 재난에 견고하게 대응토록 하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한 데 따른 것이었다. 재난안전통신망 추진이 확정된 순간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소방·해경 등 재난 관련 기관들이 서로 다른 통신망을 사용해 참사 당시 공동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 뒤였다.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뒤 그해 7월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는 재난안전통신망에 PS-LTE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2015년 1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 평창·정선·강릉에서 재난안전통신망 시범 사업을 진행했다. 2018년 4월에는 시범 사업을 통해 보완한 재난안전통신망 변경계획안을 2018년 4월 확정했다. 이렇게 박근혜 정부 때 시작된 재난안전통신망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5월 준공, 개통됐다. 예산 규모는 여러차례 변동이 있었으나 약 1조 5천억 원이 책정됐다. 
현행 재난안전통신망은 크게 경찰·소방·지자체·의료 등 8개 기관, 전국 단위 기관별로는 333개 기관이 음성·문자·사진·영상으로 교신할 수 있게 설계됐다. 기술적으로 보면 재난안전통신망은 모든 재난 관련 기관들이 700MHz 주파수를 할당받은 PS-LTE망을 동일하게 사용토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재난 관련 기관들이 그동안 TRS, VHF, UHF 등 서로 다른 통신망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무용지물이었던 이유

재난안전통신망 시스템은 크게 세 축으로 이뤄진다. 기지국(고정기지국, 이동기지국, 타통합공공망, 상용망)과 운영센터(서울, 대구, 제주), 그리고 단말 및 지령장치다. 세 가지 축 가운데 하나라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재난안전통신망 전용 단말기 유형 (출처: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 교육 영상 캡쳐본)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태원 참사 때 재난안전통신망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한 이유는 각 기관에 단말기 보급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고, 현장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재난 대응의 핵심 축이었던 서울소방에는 단말기 도입이 늦어져 올해에는 재난안전통신망을 전면 운용할 계획조차 없었고, 경찰에는 지난해 말 단말기가 완전 지급됐으나 부족한 교육 탓에 제대로 사용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행정안전부는 재난안전통신망이 서로 다른 기관 사이에 통합 교신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인데도 재난 관련 기관에서 동일한 시기에  충분한 단말기를 확보하고 사용하도록 하는 총괄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2021년 재난안전통신망이 개통되고 1년여 뒤인 올해 나온 제1차 재난안전통신망 기본계획(2022~2026)에도 단말기 확보 및 배부 등을 포함한 활용 계획은 각 기관과 지자체별로 수립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 결과 기관별 단말기 확보는 제각각 이뤄졌다.

잘못 꿴 단추

각 기관별 단말기 구입 예산 편성 시점부터 어긋났다. 재난 대응의 핵심 축인 경찰·소방 두 기관이 대표적이다. 경찰에 단말기 예산이 처음 편성된 건 2019년에 208억 원이다. 반면 관할 지자체 예산을 사용하는 서울소방은 서울시의 2021년 6월 1차 추경으로 36억 7,340만원을 처음 확보했다. 2년이나 시차가 있었다. 단말기 구입 이후 이뤄질 배부, 교육 일정까지 고려하면 기관 간 예산 편성 시점을 일정하게 맞출 필요가 있었지만, 행안부는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
예산 편성에 엇박자가 생기자 기관별 단말기 구입 및 배부 시점도 편차가 났다. 단말기 보급 마무리 시점을 경찰은 2021년으로 잡았지만, 소방은 2025년으로 계획했다. 최대 4년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번 참사가 발생한 이태원을 관할하는 용산소방서는 2021년 12월, 이태원 119안전센터는 올해 10월 단말기를 수령하기 시작했다. 반면 용산경찰서와 이태원파출소는 2021년 12월에 필요한 단말기를 모두 확보한 상태였다.
지자체나 응급의료 기관의 단말기 예산 확보 및 배포 시점까지 따지면 더욱 제각각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은 2020년에 관련 예산을 처음으로 편성해 2020년 12월에 단말기를 처음 구매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1년 1천만 원, 용산구는 2021년 1천 1백만원 예산 편성이 처음이었다. 상황을 종합하면 경찰·소방·지자체·의료 등 재난 관련 기관의 단말기 도입 시점이 2년 이상 차이가 나는 등 엇박자가 이어지고 있다. 재난안전통신망이 개통됐다고는 하지만 단말기 보급 편차로 재난 상황에서 기관 간 교신을 제대로 하지 못해 전국 통신망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 재난 대응 기관별로 필요한 단말기 수량(2021년 12월 조사 기준) 대비 확보한 단말기 수량의 비율. 각 기관마다 단말기 확보율이 제각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단말기 예산 편성 시점이 기관마다 달랐던 만큼 재난 관련 기관의 연도별 단말기 확보율에 큰 편차가 생겼다. 국회 예산정책처·국회 행정안전위원회·소방청 자료를 종합하면 경찰은 2021년 12월 기준 필요한 단말기를 100% 확보한 상태였지만, 소방은 32.9%, 해경은 20.9%, 군은 8.6%, 지자체는 60.1%, 의료·전기·가스는 71.1%였다. 올해 7월 기준으로 보면 소방은 1천대, 군은 4천대가 더 필요한 상태다. 이마저도 재난안전통신망 운용에 필요한 최소 수량이고 비상 근무 인원들이 쓸 단말기까지 고려하면 소방에만 최소 1만 1천대가 더 있어야 한다.
▲재난안전통신망이 구축된 이후 경찰은 2021년 말 단말기 확보를 완료했으나, 소방은 2024년에야 단말기 확보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단말기 있어도 무용지물인 이유

단말기 배포가 100% 이뤄진다 해도 '활용 가능성'이 충족되는 건  아니다. 뉴스타파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2021년 12월 일선 파출소까지 단말기 배포를 완료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서울 용산, 강남, 중구, 중랑 일대 파출소 20여 곳을 취재한 결과,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를 보유하고 있냐는 질문에 "무엇인지 잘 모른다", "써본 적 없다", "상황실 같은 곳에서 쓰는 망이 아닌가"라고 답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를 지급받았지만 그 개념이나 기능을 명확하게 알지 못한 탓이다.
기관마다 재난안전통신망 단말기 도입에 시차가 생기는 문제는 이미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0년 10월 '전용단말기가 제대로 보급되지 않는다면 약 1조원의 국가재정을 투입한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사업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행정안전부는 재난대응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지역소방본부 포함)에 대한 단말기 적정공급량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재정당국과 협의하여 적정예산이 편성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듬해인 2021년 8월 행정안전위원회 결산심사 소위원회는 “재난안전통신망 필수 이용 기관의 단말기 확보 현황 지속 점검 등 (행안부의)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는 시정 요구 사항을 의결했다. 기관별 단말기 확보 편차로 재난안전통신망 운영 차질이 우려되니 행안부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회의에서 국민의힘 이영 전 의원은 단말기 확보가 미진한 점을 지적하며 “단말기 확보가 다 돼 운영이 잘 되는지 확인하고 다음 사업으로 확장해야 하는데, 단말기가 이렇게 부재인데 (사업 진행이) 가능하냐”고 행안부를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각 지자체 예산 사정으로 단말기 확보율 편차가 생기는 점을 지적하며 “(단말기 확보 로드맵 같은) 준비가 다 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행안부 이승우 당시 재난관리본부장은 “행안부가 총괄적으로 구매해서 사용기관에 배분하는 방식이 아니고 사용하는 기관들이 기재부와 협의를 해서 단말기를 구매하고 확보하도록 변경되었다”며 “사용하는 기관과 협의해서 점검하고 또 구매를 독려하는 쪽으로 저희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당일 재난 관련 기관들이 재난안전통신망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자 행안부는 일선 재난 관련 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재난안전통신망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재난 관련 기관이 통신망을 제대로 활용할 줄 몰라 일어난 일이라는 취지의 설명자료를 11월 4일, 11월 8일 연달아 내놓았다. 
행안부 관계자도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단말기를) 많이 구매해서 사용하라고 독려는 하는데 (구매는) 각 기관의 자율적 의사에 달려있다”며 각 기관마다 재난안전통신망 활용 계획이 다른 상황에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시작해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로 이어져온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은 ‘국민 안전’을 제일 앞에 내세우고 있지만 1조 원 넘는 세금을 쏟아붓고도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
한국탐사저널리즘-뉴스타파는 다음 기사에서 1조 원 넘는 재난안전통신망 사업비가 과연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보도할 예정이다.
제작진
취재김용헌 김주형 박채린 오나영 최윤정 (뉴스타파 펠로우)
디자인오나영 이도현
영상편집최윤정
출판심인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