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의 '취재폭력' 주장 신고로 국회 사무처가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경고 처분을 통보했다. 뉴스타파는 시청자들이 김장겸 의원 주장의 진위와 국회 사무처 처분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당시 상황이 촬영된 영상 원본 전체를 편집없이 공개한다. 이와 함께 뉴스타파는 김장겸 의원의 신고에서 비롯된 국회 사무처 처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다.
공적 공간에서 공인에게 공적 사안 질문했는데 '소란', '위압'?
김장겸 의원은 지난 7월 18일 세미나 이후 오찬 간담회장으로 이동하던 자신을 상대로 뉴스타파 취재진이 무리한 취재를 시도했고 그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뉴스타파 취재진이 사전 요청 없이 인터뷰를 강요하며 오찬 간담회장까지 무단으로 들어와 불편을 초래했고, 본인의 손등이 긁히는 사고까지 있었다”고 주장하며 국회사무처에 이를 신고했다.
문제의 7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짜뉴스로 본 공영방송의 내일'이라는 세미나가 열렸다. 국민의힘 의원과 극우 시민단체인 자유언론국민연합이 주최하고 또다른 극우 단체인 새미래포럼이 주관한 세미나였다. (이 시민단체들은 윤석열 정부 언론 장악의 핵심으로,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이들의 네트워크를 분석해 앞서 보도한 바 있다.) 세미나에 참석한 김장겸 의원에게 뉴스타파 취재진이 다가가 인터뷰를 시도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김 의원에게 던진 질문은 김 의원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건과 관련된 것이었다. 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김 의원은 2014년부터 2017년 사이 MBC 사측과 갈등을 빚어온 노조원들의 활동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고 2023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그런데 김 의원은 이 사건 1심 재판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거론하며 자신에 대한 공소가 기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신은 당시 상급자였던 이진숙으로부터 노조 탈퇴 종용 지침을 전달받았을 뿐인데 정작 이진숙은 기소하지 않고 자신만 기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판결문에 “피고인 김장겸은 당시 보도국장으로서, 피고인 안광한(당시 MBC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지시한 방침(직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하라는 행위 등)을 보도본부장 이진숙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에 불과함에도, 이진숙을 제외한 채 김장겸만을 안광한의 공범으로 기소한 것은 그 재량을 위반하여 기소독점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므로 공소가 기각되어야 한다.”고 적혀있다.
당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를 일주일 가량 앞둔 시점이었다. 김장겸 의원은 이진숙 청문회의 청문위원이었다. 청문위원이 과거 자신의 범죄 행위와 관련해 '공직후보자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사실이 판결문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적격성을 따져 묻는 청문회를 앞둔 상황에서 언론이 이런 주장을 했던 청문위원에게 입장을 묻는 것은 당연하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 문상현 시사인 기자는 이와 관련해 김장겸 의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마침 다음 날 국회 공동취재팀의 일원인 뉴스타파 박종화 PD가 김장겸 의원이 참석한 세미나를 취재했다. 문상현 시사인 기자는 뉴스타파 박종화 PD에게 질문을 던져달라고 부탁했다. 공적 사안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답변을 회피 중인 공직자에게 질문할 기회가 우연치 않게 찾아온 것이다. 박종화 PD는 오찬 간담회장으로 이동하는 김장겸 의원과 나린히 걸으며 질문을 던졌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은 김장겸 의원에게 현장 질의에 앞서 전화와 문자를 남겼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김장겸 의원은 이후 국회에서 “전화를 받지 않아” 찾아왔다는 취재팀에게 “내가 전화를 왜 받아”라고 답했다.
무편집 영상이 보여주는 진실, '취재 폭력' 없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한 무편집본 영상 전체를 살펴보면 김 의원이 주장하는 폭력상황은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전체 질의 시간은 1분 30여초에 불과하다. 김 의원의 다음 일정에 지장이 발생할 정도로 오래 붙잡아뒀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김 의원 보좌진을 제외하곤 통행에 불편을 겪은 사람도 일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김 의원과 보좌진이 뉴스타파 취재진을 둘러싸며 질의를 방해하고, 영상 취재 기자를 밀치는 모습이 담겼다. 한 보좌진은 자신의 손에 든 물건으로 촬영 중이던 카메라 렌즈를 내려치기도 했다.
보좌진이 자신의 물건으로 촬영 중이던 카메라 렌즈를 내려치는 중 김장겸 의원이 취재팀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웃으며 지나가고 있다.
의회방호과 ‘경고'⋅언론환경개선 자문위 ‘주의'... 뉴스타파 행정소송 제기
국회사무처 의회방호과는 김장겸 의원의 신고로 심의위원회를 열었고 경고 처분을 결정했다. 세미나 후 김장겸 의원에게 질의한 뉴스타파 취재진의 행위가 ‘국회의원 및 보좌직원 대상 소란행위 및 통행 저지 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근거로 든 국회청사관리규정 제5조제5항은 ‘청사에서 소란을 피우거나 위압을 가하여 다른 사람의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케 하는 행위’이다.
국회사무처 의회방호과에 이어 9월 11일에는 국회 언론환경개선 자문위원회도 뉴스타파 취재진에 대해 주의 조치를 결정했다. 해당 논의 또한 김장겸 의원의 신고로 이뤄졌다. 뉴스타파는 이같은 국회 차원의 징계 처분이 정당한 언론의 취재를 위축시키고 방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이번 ‘경고’와 ‘주의’ 처분 통보는 국회의 공적 성격과 언론의 자유, 취재 윤리에 대한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이번 행정 소송을 담당한 민변의 김성순 변호사는 “국회는 공적 공간이며,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공적 인물로서 언론의 취재에 응할 의무가 있다”며, 국회 내에서 이루어진 취재는 언론의 자유가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