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 이건희 일가의 '영지'를 추적하다

2020년 06월 24일 10시 58분

※ 이 기사는 2019년 8월 뉴스타파 탐사보도 연수에 참가한 연수생들(이준엽, 박지영, 한병찬, 이소진)이 실습 과제로 제출한 결과물입니다.


서울 한복판에 이건희 일가의 ‘영지’가 있다.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곳 중 하나인 서울 용산구, 그 중에서도 중심에 위치한 한남동에는 삼성그룹 이건희 일가의 ‘영지’가 있다.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39번지에서 749번지 일대 2만 4천 6백 제곱미터에 이르는 땅이다. 일반인들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이 근처에 땅을 사거나 집을 지을 수 없다. 마치 중세 시대 귀족의 영지처럼, 이 곳에서 이건희 일가의 사생활은 완벽하게 보호된다.

문제는 이건희 일가가 한남동 일대의 ‘영지’를 구축하는 데 개인의 돈 뿐 아니라 회사와 재단의 돈까지 동원했다는 점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이건희 일가가 한남동에 자신들만의 ‘영지’를 은밀히 매입하고 있다는 폭로가 나오자 삼성 그룹은 “한남동 일대를 공익 문화타운으로 개발하기 위해 매입했을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 약속은 지켜졌을까? 뉴스타파 연수생들은 30년 만에 이건희 일가의 한남동 ‘영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이건희 일가 및 삼성 계열사가 한남동 일대에 보유하고 있는 토지가 무려 68필지에 이른다는 사실과 30년 전 삼성의 약속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 보유 토지 60필지, 이건희 일가 자택 경호하듯 둘러싸

뉴스타파 연수생들은 서울 한남동에 있는 이건희 일가와 삼성 계열사의 토지들을 확인하기 위해 이건희 회장의 자택을 중심으로 한남동 739번지에서 742번지까지 모두 657개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했다. 그 결과, 이건희 일가와 삼성 계열사 및 재단들이 지금도 68개 필지, 약 2만 4천 제곱미터에 달하는 토지를 포함해 총 31개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위 지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삼성 계열사와 재단들의 부동산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자택을 경호하듯 둘러싸고 있다. ‘영지’의 각 길목마다 삼성 계열 경비업체인 에스원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거나 영업소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특이한 점이다. 이태원로를 중심선으로 할 때, 이건희 일가의 주택이 있는 지역에 계열사들의 부동산이 집중적으로 포진해 있고, 이건희 일가의 주택이 하나도 없는 반대편인 이태원로 42길 주변에는 삼성그룹 계열사 소유 부동산이 하나도 없다. 삼성의 재단 및 계열사가 어떤 목적으로 한남동 토지를 사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건희 일가가 개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땅은 8필지, 3,907제곱미터다. 그런데 이를 둘러싸고 있는 삼성 계열사와 재단 보유 토지는 60필지, 20,755제곱미터에 이른다. 이건희 일가가 개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땅에 비해 삼성 계열사와 재단이 보유한 토지가 5.3배나 되는 것이다. 이 일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의 계열사와 재단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화재, 에스원, 그리고 삼성생명 공익재단과 삼성 문화재단이다. 삼성 계열사 및 재단 가운데 한남동 일대에 가장 넓은 토지를 갖고 있는 것은 4,808 제곱미터를 보유한 삼성문화재단이었고, 4,697 제곱미터를 보유한 에스원, 4,656 제곱미터를 보유한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뒤를 이었다. 이밖에 삼성생명이 2,945 제곱미터, 삼성물산이 2,831 제곱미터, 삼성전자가 554 제곱미터, 삼성화재보험이 267 제곱미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30년 전의 폭로와 H-프로젝트

이건희 회장 일가가 한남동 일대에 회사 돈으로 자신들만의 ‘영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폭로는 사실 처음 나온 것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지난 1990년, 당시 감사원 소속이었던 이문옥 감사관은 재벌들의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한 투기와 이에 대한 감사 중단 사실을 한겨레 신문에 제보했다. 이문옥 감사관의 제보 내용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일가가 선대인 이병철 회장 때부터 30년 간 은밀하게 한남동 토지를 매입했다는 사실도 포함되어 있었다. 삼성이 70년대에는 서울시로부터 불하 받는 형태로, 80년대에는 이건희 회장 명의와 삼성그룹 임직원 명의로 한남동 땅을 은밀히 매입해왔다는 것이다. 명의상 소유주였던 임원은 이종기 전 삼성화재 부회장, 이수빈 전 삼성생명 회장, 김현곤 전 삼성전자 부사장 등 모두 삼성의 핵심 경영진들이었다.

이문옥 감사관의 폭로 이후에도 삼성은 4-5년 간 실명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 1995년 초 부동산 실명제가 실시되자 그제서야 임원 명의로 되어있던 한남동 땅을 계열사 및 재단 명의로 전환했다. 차명 부동산 거래의 실체를 뒤늦게 자인한 셈이다. 이로 인해 비판 여론이 들끓자 삼성은 뒤늦게 변명을 내놨다. 이른바 H 프로젝트, 즉 한남동 일대를 사회 공익 문화타운으로 개발하는 공익 사업을 위해 땅을 매입했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H-프로젝트는 이건희 회장의 자택인 한남동 740-10번지를 중심으로 739번지~742번지 일대에 지역교육복지시설, 문화예술관, 어린이 박물관, 탁아소, 노인문제연구소 등을 설립한다는 내용이라고 구체적인 계획까지 내놨다. 삼성이 주장한 H-프로젝트는 1996년에 첫 삽을 뜨며 시작했지만, 이듬해 외환위기를 맞으며 잠정 중단되었다가 2000년 다시 재개 됐다. 2000년 당시 H 프로젝트 건설 현장을 취재한 주간동아 기사의 내용이다.

현재 사회공익시설 공사 현장에는 1996년 12월9일부터 공사를 시작, 2000년 6월30일 완공한다는 현황판이 붙어 있다.
- 2000.6.15. 주간동아 (http://weekly.donga.com/List/3/all/11/63247) 기사 중

공익문화타운?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2000년 완공을 목표로 했다는 H-프로젝트는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얼마나 진행이 됐을까. 뉴스타파 연수생들은 한남동 739번지~742번지를 찾아가 ‘H-프로젝트’가 실제로 얼마나 진행됐는지 직접 확인했다. 삼성이 발표한 H-프로젝트의 조감도를 들고, 현장을 찾아 일일이 비교해보았다.

▲ 1995년 3월 1일 매일경제신문에 실린 삼성 H-프로젝트 조감도. 뉴스타파 연수생들은 이 조감도를 들고 한남동 현장을 직접 확인했다.

확인 결과 리움 미술관과 삼성 복지재단 외에는 삼성이 발표한 H-프로젝트대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은 없었다. 삼성이 약속했던 ‘사회 공익 문화 타운’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으며 곳곳에 이건희 일가의 경호를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들만 눈에 띄었다. ‘사회공익 문화타운’은 커녕 이건희 일가의 ‘영지’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굳건해진 셈이다.

▲ 뉴스타파 연수생들이 직접 확인한 건물의 실제 용도. ‘사회 공익문화타운’을 짓겠다는 삼성의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1. 어린이 과학용품점 → 삼성물산 수입 명품 브랜드 점포

한남동 739-1,2,3번지는 H-프로젝트에 따른 ‘사회공익 문화타운’의 초입이다. 조감도 상으로는 어린이 과학용품점이 들어서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물산 소유의 5층짜리 건물에 일본의 명품 패션 브랜드점인 꼼데가르송의 플래그쉽 스토어가 입점해 있다. 꼼데가르송은 삼성물산이 수입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브랜드다.

▲ 어린이 과학용품점이 들어설 예정이었던 꼼데가르송 플래그쉽 스토어 (739-1,2,3번지)

2. 지역의료센터 → 상업용 빌딩

지역의료센터가 들어서기로 한 맞은편 부지에는 르베이지 빌딩이 들어섰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토지 위에 세워진 이 빌딩에는 고급 향수 브랜드인 조말론과 피트니스센터 등이 입점해 있다. 역시 상업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이다.

뉴스타파 연수생들은 2010년 3월 당시 르베이지 빌딩 유리난간 시공에 참여한 곽상운 (주)지스톤 엔지니어링 대표와 인터뷰를 했다. 곽대표는 인터뷰에서 르베이지 빌딩이 이건희 회장의 개인 사무실로 쓰일 것이라는 말을 삼성 차장급 인사에게 들었다고 주장했다. 회사의 돈과 관리 인력을 들여 시공한 르베이지 빌딩의 주요목적이 이건희 회장의 개인 사무실이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배임 횡령의 여지가 있다.

▲ 지역의료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르베이지 빌딩 (740-1,2,3번지)

3. 체육시설 → 이재용 자택

르베이지 빌딩을 등지고 꼼데가르송 거리를 올라가면 삼성이 H-프로젝트에서 체육시설을 짓겠다고 약속한 한남동 740-5,6번지가 나온다. 현재 이곳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택이 들어서 있다.

그런데 이재용 부회장의 저택에는 이상한 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옆 740-4 번지에 지어진 용도 불명의 건물과 다리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740-4번지는 삼성생명 소유로 등기부등본 상 근린생활시설로 표기돼 있다.

뉴스타파 연수생들은 이 건물의 출입구를 찾아봤지만 건물의 입구나 경비원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이 건물에 이재용 부회장 자택과 연결되어 있는 다리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재용 부회장 자택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경호원들이 별도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삼성생명이 보유한 부지에 이재용 부회장이 개인적인 용도로 건물을 지어 사용하고 있다면 이 역시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 이재용 부회장 자택과 다리로 연결된 740-4번지 건물. 삼성생명 소유의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되어 있다. 사람이 드나든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재용 부회장 자택 옆에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이 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이건희 회장의 자택 부지인 740-10번지 대지는 H-프로젝트의 조감도에서도 용도가 불분명하게 처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H-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와중에도 차마 ‘회장님’의 자택 부지만은 건드릴 수 없었던 모양이다.

4. 교육복지시설 → 이건희 일가 개인 경호 건물?

지역교육복지시설(교육훈련장, 종합무술연구소)이 들어오기로 되어 있던 741번지 일부는 에스원이 소유하고 있다. 지금은 741-1,4,5,6,7,21번지가 조각조각 연결 된 하나의 큰 건물이 들어서 있으며 등기부등본상 근린생활시설로 등록돼 있다. 그런데 건물의 입주목록에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전용 치과였던 에스엠씨치과의원 이외에는 어느 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근처 주민은 “치과마저도 이사를 갔으며 지금은 비어있다”고 말했다. 약 2천 제곱미터로 규모가 꽤 컸지만, 사람의 발자취는 찾을 수 없었다. 2시간을 기다린 끝에 건물에 들어가는 사람을 발견하고 방문 목적을 물었지만 “회의하러 왔다”는 짧은 대답만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건물의 현재 용도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었다. 1996년 동아일보는 이 건물이 에스원의 체육관이었으며 이 회장 개인경호용으로 사용됐던 건물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 교육훈련장과 종합무술연구소가 들어설 예정이었던 741번지. 2천 제곱미터짜리 건물이 비어있다.

5. 복합상업시설 → 에스원 한남영업소

H프로젝트의 조감도 상 “도시 설계 계획에 부합하는 복합상업시설”이 들어올 예정이었던 맞은편 741-8,9,11,13,14,15,16 번지 일대에는 에스원 한남영업소가 있다. 토지의 소유주는 삼성전자다. 울타리 안에는 에스원 직원들이 사용하는 경비용 오토바이와 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한 직원에게 건물의 용도를 물었으나 “에스원 직원들이 교대하고 쉬는 사무실”이라면서도 “자세한 건 본사에 문의하라”며 자세한 답변은 하지 않았다. 전국에 있는 11개 에스원 영업소 가운데 서울에 있는 영업소는 이곳 한남 영업소 뿐이다. 한남 영업소의 경우 근방에 에스원 동부지사, 에스원 송파지사, 에스원 영등포지사, 에스원 관악지사 등이 중복해서 포진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건희 회장과 그 일가의 경호를 위한 시설임을 추론할 수 있다.

▲ 조감도 상 복합상업 시설 부지로 되어있던 741번지 일대. 현재 에스원 한남영업소가 있다.

6. 국제커뮤니티, 문화 예술 시설 → 리움 미술관, 아동교육문화센터

H-프로젝트에서 국제커뮤니티 시설과 문화예술 용도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742-1번지와 22,24,25번지, 747-9번지는 삼성문화재단 소유로 현재 리움미술관의 부속 건물과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로 사용되고 있다. 비록 국제커뮤니티 시설은 지어지지 않았지만 ‘문화예술’ 용도로 쓰겠다고 한 부지를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삼성이 했던 H- 프로젝트의 약속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실현된 부분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994년 소득세법 및 법인세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미술관에 대한 기부금 손금처리가 가능해졌다. 이에 대기업들은 미술관 설립에 박차를 가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미술관에 법인이 출자를 하게 된다면 법인세가 줄어드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라며 “통상적으로 기부에 따른 법인세 세제 혜택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삼성그룹이 오직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리움 미술관을 세웠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미술관 설립에 세제혜택이 주어지자, 문화재와 미술품 등을 다수 소유했던 삼성그룹 일가가 다른 장소를 새로 매입하기보다 애초 공익문화타운으로 개발하겠다고 약속했던 이 부지를 활용했을 개연성은 있다.

7. 지역커뮤니티센터 → 리움미술관 창고?

지역커뮤니티 센터를 짓겠다고 했던 743-58번지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울타리로 둘러싸인 채 자물쇠가 잠겨있었고, 부지에는 가건물이 세워져 있다. 뉴스타파 연수생들이 현장 취재를 갔을 당시, 울타리 안에서는 직원카드를 목에 건 남성 2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 필지의 용도를 묻자 한 명은 ‘쉬는 곳’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이 급하게 다른 직원의 말을 끊으며 ‘리움 미술관 창고’라고 말했다. 추가 질문을 했지만 ‘모른다’는 대답과 함께 건물 뒤로 자리를 피했다.

▲ 삼성이 지역커뮤니티센터를 짓겠다고 했던 743-58번지. 한 직원은 취재진의 질문에 이곳이 리움 미술관의 창고라고 답했다.

8. 사회복지시설 → 용도불명 건물

조감도상 사회복지 시설이 들어섰어야 할 한남동 743-25번지에는 에스원 소유의 주택이 있다. 울타리 안에 차가 세워져 있었지만 대문 밖 인터폰은 부서져 작동하지 않았다. 대문도 잠겨있지 않았다. 사람이 살지 않는 것처럼 고요했다. 다만 대문 앞에는 최근까지도 택배를 받아본 흔적이 남아있었다. 우연히 이 주택에서 나오는 같은 유니폼을 입은 2명의 남성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주택의 용도에 대해 설명을 요청했지만 “개인 주택이다. 자세한 건 대답하지 않겠다”면서 황급히 자리를 떴다.

▲ 삼성이 사회복지 시설을 짓겠다고 했던 743-25번지. 용도 불명의 에스원 소유 주택이 있다.

마지막으로, H-프로젝트의 조감도상 사회 공익 시설을 짓겠다고 했던 747-2번지에는 현재 삼성복지재단 건물이 들어서 있다.

지켜지지 않은 약속, 배임 의혹 짙어

현장확인 결과 한남동 일대를 ‘사회 공익문화 타운’으로 만들겠다는 25년 전 삼성의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H-프로젝트는 결국 1990년 이문옥 감사관의 폭로와 이에 따른 여론의 질타를 무마하기 위한 ‘면피용’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 계열사들이 H-프로젝트가 아니라 이건희 회장 일가의 편의를 위해 부동산을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더 커졌다. 정황은 차고 넘친다. 이건희 회장의 집으로 진입할 수 있는 각 길목은 에스원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근처 부동산들은 삼성 계열사에서 사들여 일반인들은 이건희 회장 집 주변에 살 수 없도록 만들었다. 계열사 부동산 가운데에는 이재용 부회장 집으로 다리가 연결된 삼성생명 빌딩도 있었다. 리움 미술관의 창고로 사용된다고 의심되는 삼성생명공익재단 건물도 나왔다. 용도가 불분명한 부동산들도 있었다. 삼성생명의 르베이지 빌딩은 사실 이건희 회장의 개인 사무실로 쓰려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삼성 리움 미술관 주위를 지키는 경비원들은, 뉴스타파 연수생들이 이건희 회장의 집 앞에서 촬영을 하려 하자 촬영을 제지하기도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 돈으로 넓은 땅을 사서 큰 집을 짓는 것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의 자택 주변을 ‘영지’로 만들기 위해 상장회사와 공익법인의 자산을 동원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상장회사의 대주주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자산을 동원하는 것을 법적으로는 배임이라고 부른다.

뉴스타파 연수생들은 해당 토지를 보유한 삼성 계열사와 재단에 왜 한남동 이건희 일가 자택 주변에 그렇게 많은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지, 그러한 토지 보유가 회사 및 재단의 고유 목적에 부합하는 것인지, 그리고 삼성 그룹이 약속했던 H-프로젝트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질의했으나 ‘잘 모른다’, ‘오래된 일이어서 자료가 없다’는 등의 대답만 돌아왔다.

이건희 일가와 삼성 계열사가 보유한 한남동 토지의 지번 및 자세한 현황은 뉴스타파 연수생들이 제작한 아래 구글맵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삼성 한남동 토지대장 (새 창으로 보기)

by 이준엽, 박지영, 한병찬, 이소진 (뉴스타파 2019 하계연수 B조)

제작진
취재 및 촬영이준엽, 박지영, 한병찬, 이소진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