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4대강] 차기 정부로 넘어간 보 해체..."세종보 하나라도 임기 내 해체해야"

2021년 01월 21일 18시 32분

차기, 혹은 차차기 정부로 넘어간 4대강 보 해체

금강, 영산강 보 처리 결정을 심의하는 정세균 국가물관리위원장
문재인 정부가 4대강 보 해체를 사실상 차기 혹은 차차기 정부의 책임으로 넘겼다. 1월 18일 국가물관리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의 일부 보 해체를 결정했지만 실행 시기는 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가물관리위는 금강의 세종보와 영산강의 죽산보를 해체하고 금강 공주보는 부분해체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다만 실행 시기는 환경부가 만들 협의체에서 결정한다.  지방자치단체, 지역주민,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협의체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대한 지역의 반대 여론을 달래면서 ‘합의'하는 모양새로 해체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답변하는 조명래 환경부장관 (2020.7.31)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국회 답변에서 ‘해체 결정 후 절차를 밟는 데 길게는 7-8년이 걸린다'고 했다. 현 정부에서의 보 해체는 사실상 무산됐을 뿐 아니라 보 해체에 합의하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차기 정부에서도 어려울 수 있다. 그 사이 어떤 정치적 변동이 있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많은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다음 정부에서 뒤집힐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다음 정부가 들어섰을 때 힘없이 뒤집힌다면 우리가 시간을 낭비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든다. 대한민국은 다이내믹 코리아고, 단단하다고 믿었던 법정 계획과 상식적인 결정이 무자비하게 뒤집히는 것들을 봤기 때문에. 4대강 사업이야말로 그런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반면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장은 이번 결정이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가물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번복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는 한 쉽게 무너질 거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물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고요. 생태계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맑은 물, 좋은 환경에 대한 욕구는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뒷걸음질치기는 굉장히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이런 방식이면 낙동강 보 해체가 가능할 것인가?

결정이 뒤집히지는 않는다하더라도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의지가 없는 정부가 들어선다면 무한정 논의만 계속되고 강 생태계 악화가 가속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와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들이 강하게 재자연화를 반대하고 있는 낙동강의 경우에는 국가물관리위가 기대하는 합의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낙동강에는 4대강 보 16개 중 8개가 있다. 4대강 예산 절반이 낙동강에 들어갔고 수심 6미터로 깊이 강을 파헤쳐서 가장 많이 망가졌다. 그런데 낙동강 지자체와 지역 농민들은 4대강 보가 들어선 뒤 농업용수 대기도 좋고 홍수도 없어졌다고 주장한다. 절대로 보를 없애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강이 보로 막혀 녹조가 창궐하고 하류 주민들의 수돗물 안전성이 위협받는 것은 그들에게는 고려사항이 아니다. 
2018년에는 남조류 세포수가 100만셀을 넘어가서 조류대발생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생길 뻔 했다. 부산 시민들이 먹는 수돗물을 정수하는 덕산 정수장은 넘치는 녹조로 정수 처리가 어려워져 제한급수를 검토했다. 다행히 마침 태풍이 불어 상황이 호전됐지만 언제든지 그런 상황은 다시 생길 수 있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낙동강 보를 열어 녹조를 줄이는 시도를 하지 못했다. 달성군 같은 지자체들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합의'를 추구한다면 낙동강의 재자연화는 요원하다.

4대강 보 해체 입안자 “중앙정부의 의지, 책임성, 비전을 볼 수 없다”

이 대목에서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국가는 무엇이고 중앙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4대강조사평가단 기획위원장으로서 금강, 영산강 보 처리 방안을 만든 홍종호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장은 ‘중앙정부의 의지와 책임성, 비전을 찾아볼 수 없어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4대강은 국가하천이고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유지하고 관리해서 후손에 물려줘야 할 것인데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고 ‘지역 내 의사를 묻는다’는 지극히 정치적인 결정을 했다는 것이다. 
“물관리위원회가 한 결정에서 과연 어떤 진정성을 우리가 발견할 수 있을까요? MB 정권에 의해서 4대강 사업이 추진됐을 때 치수, 이수를 목적으로 했지만 사실은 치수 이수는커녕 관광효과도 없고 심지어 생태계 파괴까지 일어나는 이러한 전반적으로 총체적인 부실 사업이었는데, 그리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강 중간에 댐을 세워서 물을 관리한다는 것은 찾아볼 수가 없는데, 이런 사업을 가지고 또 다시 협의하겠다? 지역 내 의사를 묻겠다? 4대강이라고 하는 국가하천,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유지하고, 관리하고,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국가하천에 대한 의지, 책임성, 비전 이런 것들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에 대해서 엄청난 실망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그는 국가물관리위원회가 보 해체의 실행 시기까지 결정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저희가 2019년 2월에 보 처리 방침을 발표했는데, 그 해 여름 정도면 국가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해서 보 해체 의사결정을 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거의 2년이 지나서야 결정하고, 결정의 내용도 저희가 기대하기로는 구체적인 타임라인, 언제 어떻게 실제 집행하겠다라는 것을 포함시켜주기를 기대했는데 2년을 기다린 보람이라는 것은 사실상 전무합니다”

합의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설득 노력은 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 

문재인정부는 출범 직후 대통령 지시로 보를 개방하는 등 4대강 사업을 조속히 해결할 것처럼 보였지만 임기 내내 이 문제를 후순위 과제로 다뤘다. 아마도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인 보를 때려부순다'는 반발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서 만들어 놓은 시설이 효용은 없이 계속 비용만 발생시키고 생태계를 망가뜨린다면 지금이라도 해체해야 한다. 정부가 구체적인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대국민설득을 했다면 4대강 재자연화는 빠른 시간 내에 할 수도 있었다. 너무나 분명한 해악이 있고 효용은 없기 때문이다. 보를 이대로 두면 영원히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그런 자신감과 비전이 없었다. 서서히 여론을 바꿔서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합의를 이루겠다는 것이 문재인정부의 생각이었다면 설득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그것도 하지 않았다. 
4대강 보에 홍수 예방효과가 있다는 조선일보 기사. 가짜뉴스다.

보로 수질이 좋아지고 생태계가 살아나며, 홍수도 예방된다?

환경부가 2020년 8월에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4대강 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33% ,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37%였다. 그런데 ‘4대강 보가 필요하다’는 사람들에게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더니  ‘보로 인해 수질이 좋아지고 생태계가 살아나고 있어서'라는 의견이 무려  28%나 된다. 4대강 보가 물흐름을 차단해 수질을 악화시키고 녹조를 심하게 하며 강 생태계에 재앙을 부른다는 것은 여러 번의 감사원 감사와 정부 차원의 조사위원회가 충분히 밝혔다. 그런데도 상당수 국민은 아직 ‘보에 물을 많이 가두면 물이 맑아진다'는 이명박 정부의 가짜뉴스를 믿고 있는 것이다. 
 ‘보가 필요하다’는 사람들 중에서는 ‘보가 홍수를 줄이고 가뭄에 대응할 것 같다’는 의견이 70%나 됐다. 보는 댐처럼 물을 많이 담아놓을 수 없기 때문에 홍수를 예방할 수 없다. 홍수가 오면 그냥 수문을 열어 내보내야 한다. 수문을 닫아놓으면 물이 넘쳐서 피해가 발생한다.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장도 ‘국가물관리위에서도 보의 홍수조절효과에 대해 논의했는데 없는 것으로 결론냈다'고 말했다. 
‘보가 가뭄에 대응한다'는 것도 근거가 희박하다. 보에 아무리 물이 많아도 실제 가뭄이 많은 산간지방이나 도서지역에는 물을 보낼 수 없다. 물을 보내는 데 드는 돈이면 현지에서 관정을 뚫어 물을 쓰도록 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보 주변의 농민들이 물 쓰는 것이 좀 편해졌을 수는 있지만 원래 그곳은 물이 많았던 곳이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홍보예산은 4백억 원, 문재인 정부는 5천만 원(2019년)

이런 잘못된 믿음은 그동안 이명박 정부와 4대강 찬양 언론, 전문가들이 뿌린 가짜 뉴스가 아직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여론을 바꾸려면 이런 가짜뉴스부터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금까지 그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이철재 4대강조사평가단 기획위원은 환경부에 금강의 보 개방 이후 수질, 생태계 개선사례를 집중 홍보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실행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홍보 예산은 4백억 원이었는데 현 정부 4대강조사평가단의 홍보 예산은 2019년 5천만 원이었다”고 비판했다.
“강이라는 것이 무엇이냐, 강이 사람들한테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떤 중요성이 있는지를 서로 상호학습하면서 바람직한 강에 대한 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저는 홍보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초창기 빼고는 상당히 미온적이었죠. 국내외의 사례를 봤을 때 강을 회복했을 때 더 많은 편익이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된 사실이잖아요. 그렇다면 지금보다 더 명확한 의지를 보여주고, 우리 강을 회복하겠다는 정책을 조금 더 확실하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종보라도 해체해야”

그렇다면 이대로 문재인 정부 임기를 흘려보낼 것인가? 홍종호 교수는 ‘세종보라도 해체하자'고 호소한다. 세종보 해체는 4대강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의 경제성 평가 결과 2.9라는 좋은 결과가 나왔고, (1000원을 들여 해체하면 2900원의 효과가 난다는 것) 규모가 작아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비교적 빠른 시간 내에 할 수 있다고 한다. 
허재영 국가물관리위원장도 세종보 해체에 대해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세종시가 물이 없으면 경관이 안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은데, 세종시민들의 의식 수준을 생각해보면 다른 판단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꼭 물만 경관은 아니거든요. 하천에 있는 모래도 하나의 경관이 될 수 있고, 철새들도 경관에 중요한 요소라고 보기 때문에 그런 문제는 세종시에서 현명하게 판단을 할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그걸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20일 청문회에서 ‘세종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가 가장 큰 힘'이라며 지금까지의 기조를 유지할 것을 밝히면서도 세종보 문제에 집중해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과연 문재인 정부 하에서 하나의 보라도 해체되는 것을 볼 수 있을까? 
‘생태계와 인간의 삶과 생활경제활동이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이런 하천 유역에 대해서는 함부로 인간의 짧은 지식과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하는 사업은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그런 경종을 좀 울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선한 의지가 있다면, 진정성이 있다면, 우리 국민을 사랑한다면 그런 결정을 좀 내려주고 집행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홍종호 전 4대강조사평가단 기획위원장
제작진
촬영오준식
편집윤석민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