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블랙리스트'가 합법이라고?... 불법 의혹 짙은 이유

2024년 03월 13일 09시 00분

지난달, 쿠팡이 1만 6450명의 민감 개인정보를 담은 블랙리스트(일명 PNG 리스트)를 관리하며 물류센터 취업을 방해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쿠팡 블랙리스트'가 합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타사가 아닌 자사의 취업을 차단할 목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건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특히 쿠팡 측은 '이미 사법당국으로부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는 식으로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쿠팡 블랙리스트의 불법 소지를 따져봤다.

동의받고 블랙리스트에 개인정보 넣었나?

먼저 쿠팡 블랙리스트는 개인정보보호법(개인정보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정보법 18조 1항에 따르면, 개인정보처리자는 개인정보를 그 수집 목적의 범위를 초과해 이용하거나 정보 주체의 동의 범위를 초과해 제공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쿠팡은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블랙리스트와 같은 형태로 처리 및 보관할 수 있다고 노동자들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았나.
뉴스타파가 입수한 복수의 쿠팡 물류센터 일용직 근로계약서를 살펴보면,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내용이 전무하다. "본 계약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은 관련 법령 및 회사가 정한 제규정에 따른다"고만 나온다. 블랙리스트 등재자 1만 6450명 중 상당수는 일용직이었다. 쿠팡은 이들에게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된 사전 동의를 받은 적이 없다. 
계약직 근로계약서에 개인정보 관련 내용이 있긴 하지만, '사전 동의'로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직원의 업무와 관련하여 정확한 정보를 수집, 보존하기 위해 회사는 직원에 대한 개인정보를 기록, 보관, 처리할 수 있고, 본 정보의 기록, 보관, 처리는 컴퓨터 파일, 서면 기타 형태가 될 수 있음에 직원은 동의한다."
- 쿠팡풀필먼트 계약직 근로계약서 중 제11조 정보보호 조항
오민애 변호사는 "근로계약서상 정보 관련 동의 내용 자체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다. 이 내용에 동의했다고 해서 내 개인정보를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는 것까지 동의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수열 변호사도 "근로계약서에 '직원의 업무와 관련하여'라고 나오는데, 그 범위를 근로자 스스로의 채용을 금지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까지 해석하는 것은 너무 포괄적이다. 근로자는 이 근로계약서 동의 당시 자신의 개인정보가 스스로의 채용을 금지할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쿠팡 블랙리스트에는 '자발적 퇴사자'들도 있다. 퇴사자의 개인정보는 파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근로기준법 시행령상 근로계약서와 임금대장, 고용·해고·휴가 등에 대한 서류는 3년간 남겨놔야 한다. 퇴사자의 이직을 위한 경력증명서 발급과 체불임금·부당해고 관련 소송 가능성 등을 위해서다. 이 목적을 벗어나 퇴사자의 재입사 방해를 위해 이름과 전화번호, 퇴사 사유를 변형·기록할 수 있다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쿠팡 블랙리스트에는 '물류센터에서 일한 적도 없는 기자들의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포함돼 있다. 확인된 것만 약 70명이다. 짚어야 할 사실은 블랙리스트 관리 부서는 쿠팡풀필먼트 본사 인사팀이라는 것이다. 언론 대응 활동과 무관한 곳이다. 당연히 기자들에게 개인정보 보관·처리에 대한 동의를 받은 적 없고, 해당 보관·처리의 목적도 '언론 대응'이 아닌 '물류센터 취업 방지'였다. 개인정보법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  
쿠팡은 1만 6450명을 블랙리스트에 올리며 이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도 개인정보 처리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은 적이 없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높다. 

다른 회사 취업 방해만 불법?

쿠팡 블랙리스트는 근로기준법 위반 가능성도 있다. 근로기준법 40조에는 "누구든지 근로자의 취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비밀 기호 또는 명부를 작성·사용하거나 통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나온다. 
물론 해당 법 조항은 '다른 회사에 대한 취업을 방해했을 때'만 적용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마켓컬리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021년 마켓컬리는 일용직 노동자의 개인정보를 채용대행업체에 전달해 자사 취업을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아 근로기준법 40조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고용노동부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지난해 초 검찰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 불기소 처분을 두고 쿠팡풀필먼트는 "사법당국은 (자사 취업 방해 목적의 블랙리스트가) 근로기준법상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여러 차례 내렸다"고 주장한다. 
정말 그럴까. 근로기준법 40조 위반으로 기소된 형사 사건 판결문을 살펴봤다. 지난 2010년(판결 시점 기준)부터 올해 초까지 14년간 총 24개다. 검토 결과, '자사 취업 방해가 무죄'라는 판결은 한 건도 없었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판결 대다수는 '퇴사 직원 및 이직 희망자의 다른 회사 재입사를 방해한 사건'이 대상이었다.
결국 쿠팡이 블랙리스트가 합법이라며 근거로 내세운 '사법당국의 판단'은 검찰의 불기소가 전부였다. 법원은 한 번도 '근로기준법 40조는 다른 회사에 대한 취업 방해에만 적용된다'고 판단한 적이 없다. 이수열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40조 조문에는 다른 회사에 대한 취업 방해의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회사 스스로의 채용에 참고하는 정도를 넘어 취업을 방해하고, 종국적으로 취업을 영구히 금지할 목적으로 명부를 만든 경우에도 위 근로기준법 제40조가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이 정당한 인사 평가?

쿠팡 측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직원에 대한 인사 평가는 회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물류센터에서 폭행을 저지른 노동자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블랙리스트의 정당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뉴스타파 취재 결과, 블랙리스트는 아무런 검증 절차 없이 작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쿠팡풀필먼트의 '사원 평정 표준운영절차'에 따르면 블랙리스트 등재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물류센터 현장 관리자(Team Captain)가 현장 평가를 해 상위 관리자(Site Leader)와 센터 인사책임자(HRBP)에게 사원 평정 하위자(블랙리스트 등록 대상자)를 보고하고, 검토·승인을 받는다. 그러면 HRBP는 쿠팡풀필먼트 본사 인사팀에 블랙리스트 등록 요청을 하고, 본사 인사팀에서 최종적으로 블랙리스트 등록을 진행한다.
문제는 검증 절차다. 쿠팡 블랙리스트 등록 사유에는 성희롱, 폭행, 절도 등도 있지만, '고의적 업무 방해', '지시 불이행', '허위사실 유포' 등 자의적으로 보이는 사유도 많다. 쿠팡 노동자들이 "관리자에게 몇 번 문제제기만 해도 블랙리스트에 오른다"고 주장했던 이유다. 
물론 쿠팡풀필먼트의 사원 평정 표준운영절차에는 블랙리스트 등록 대상자에 대해 '사원 평정 확인서'를 받도록 돼 있고, 여기에는 '본인 진술(소명)'란이 있다. 하지만 복수의 블랙리스트 등재자들은 "사원 평정 확인서를 써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나 계약직 노동자의 경우 사원 평정은 '퇴사 후' 등록하도록 돼 있다. 당연히 사원 평정 확인서에 본인 진술(소명)을 직접 쓸 수 없다. 이에 대해 쿠팡풀필먼트 측은 "현장 관리자가 본인 진술이 어려운 사유(ex. 대상자의 퇴사 등)에 대해서도 작성"이라고 지침을 내렸다.
한 쿠팡 물류센터 전직 인사팀 직원은 "사원 평정을 등록하면서 사원 평정 확인서를 작성하거나 첨부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물류센터 인사책임자가 사원 평정 확인서가 필요하니 본인 진술을 받아오라고 한 적도 없다. 그냥 현장 관리자들이 요청하면 그대로 사원 평정 하위자가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본사 인사팀도 각 물류센터에서 올라온 블랙리스트를 전혀 검증하지 않는다는 증언이 나왔다. 뉴스타파와 통화한 전직 쿠팡풀필먼트 본사 인사팀 직원은 "각 물류센터에서 블랙리스트 대상자를 엑셀 파일로 올리면 취합하는 정도다. 회의를 열긴 하는데 명단을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누구를 추가하는 건 봤어도 빼는 건 못 봤다"고 말했다. 
이렇게 본인 소명 절차 없이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는 것 역시 위법 소지가 높다. 이수열 변호사는 "검증, 소명, 문제제기 절차를 생략한 채 사실상 해고와 유사한 불이익을 주는 재취업 금지 조치를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제40조 위반 여부를 따질 때 참고 사항이 될 수 있다. 또 해당 조치로 피해를 본 것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쿠팡 블랙리스트’ 엑셀 파일. 1만 6450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 등이 적혀 있다. 

쿠팡 본사는 블랙리스트와 무관?... 개입 의심

쿠팡 본사의 블랙리스트 연루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만약 쿠팡 본사가 특정인의 물류센터 취업 방해를 목적으로 쿠팡풀필먼트에 개인정보를 전달했다면 이는 쿠팡 본사의 '불법 공모' 행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 본사의 블랙리스트 연루 가능성을 의심하는 근거는 있다. 바로 블랙리스트에 있는 뉴스타파 홍여진 기자의 등록 시기와 내용이다.
홍 기자는 지난해 8월 1일 쿠팡 인천 물류센터에서 열린 파업 현장을 취재했고, 그 자리에서 '쿠팡 본사' 홍보팀 직원에게 명함을 건넸다. 또 8월 3일 쿠팡 고양 물류센터를 잠입취재했고, 같은 날 쿠팡 홍보팀으로 질의서를 보냈다. 당시 질의서에는 잠입취재 사실을 알리는 내용이 없었다. 그리고 8월 17일 뉴스타파는 쿠팡 첫 보도를 내며 잠입취재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만약 쿠팡풀필먼트 차원에서만 블랙리스트가 작성되는 구조라면, 홍 기자는 보도 이후 블랙리스트에 올랐어야 한다. 실제로 본 기자는 8월 18일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직접 일했던 동탄 물류센터에서 등재했다.  
하지만 홍 기자는 보도 9일 전인 8월 8일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첫 보도 9일 전이었지만, 블랙리스트 등록 사유는 '회사 명예훼손'이었다. 회사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는 쿠팡 비판 보도를 한 언론인에게 부여된 대표적인 사유다.
블랙리스트상 홍 기자의 근무 물류센터는 고양이 아닌 '잠실'로 기재됐다. 잠실에는 쿠팡 물류센터가 없다. 쿠팡풀필먼트 본사가 있다. 홍 기자의 블랙리스트 등록이 잠실 본사 차원에서 진행됐다는 의미다. 즉 쿠팡풀필먼트 본사 인사팀은 8월 8일, 홍 기자가 잠입취재했다는 사실은 몰랐어도 기자라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홍여진 기자의 블랙리스트 등록을 요청한 사람은 'MATT'이다. MATT은 쿠팡풀필먼트 '잠실' 본사에서 근무하는 박 모 인사 담당 상무다. 한 전직 쿠팡풀필먼트 본사 인사팀 직원은 "박 상무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고 봐도 된다. 블랙리스트의 총괄 책임자다"고 말했다. 
정리하면, 8월 8일 쿠팡풀필먼트 본사 인사팀은 홍 기자가 쿠팡을 취재 중인 기자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블랙리스트에 등록했다. 인사팀의 박 모 상무(MATT)가 등록을 요청했다. 그런데 8월 8일 이전 홍 기자는 자신의 명함을 쿠팡 본사 홍보팀에만 줬다. 결국, 쿠팡이 쿠팡풀필먼트 본사 인사팀에 홍 기자의 개인정보를 전달해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뉴스타파 홍여진 기자의 '쿠팡 블랙리스트' 등록 사유. 쿠팡 관련 첫 보도를 하기 9일 전인 8월 8일이지만 사유가 '회사 명예훼손'이다. 블랙리스트 등록 요청자는 쿠팡풀필먼트 본사의 박 모(MATT) 인사담당 상무다. 
비단 뉴스타파 홍여진 기자뿐일까. 쿠팡 블랙리스트에는 쿠팡에서 일한 적도 없는 기자 약 70명의 개인정보도 있다. 경찰청 출입기자 명단과 거의 일치한다. 블랙리스트상 근무 물류센터는 모두 '잠실', 등록 요청자도 'MATT' 박 모 상무다. 홍여진 기자의 경우와 똑같다.
뉴스타파와 통화한 전직 쿠팡풀필먼트 본사 직원은 "쿠팡풀필먼트 홍보팀은 언론 대응 활동을 하지 않는다. 다 쿠팡 본사에서 한다. 쿠팡풀필먼트가 자체적으로 경찰청 출입기자 명단을 얻었을 리 없다"고 말했다. 한 쿠팡 관계자는 "어떻게 쿠팡풀필먼트 인사팀에서 경찰청 출입기자 명단을 얻었는지 경로는 모른다. 다만 쿠팡 홍보 부서에 기자 출신이 많지 않나. 그 사람들이 얻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결국 경찰청 출입기자들의 개인정보가 쿠팡풀필먼트 인사팀에 넘어간 배경에도 쿠팡 본사의 조력이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쿠팡풀필먼트와 쿠팡은 다른 법인이다. 만약 쿠팡이 블랙리스트 등록에 쓰일 줄 알면서도 쿠팡풀필먼트에 개인정보를 전달했다면, 위법 소지가 있다. 앞서 설명했듯 '다른 회사에 대한' 취업 방해 목적의 통신은 기존 여러 판례에서도 유죄로 판결한 근로기준법 40조 위반 사항이다. 참고로 블랙리스트는 쿠팡풀필먼트만의 별도 서버에 올라와 있지 않다. 쿠팡의 LMS(인사노무시스템) 서버에 업로드돼 있다.
전직 쿠팡풀필먼트 본사 인사팀 직원은 "쿠팡 서버를 쓰기 때문에 일정 등급 이상의 쿠팡 임원들은 이미 블랙리스트에 대해 알고, 접속해 열어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쿠팡 본사 차원에서 블랙리스트를 본 뒤 특정인의 추가 등록도 충분히 지시·요청할 수 있는 구조였다는 얘기다. 사실이라면, 이외에도 쿠팡은 다른 회사(쿠팡풀필먼트)에 개인정보를 무단 제공했으니 당연히 개인정보법도 어겼을 가능성도 크다. 
뉴스타파와 MBC 등은 그동안 쿠팡 측에 기자들의 개인정보가 블랙리스트에 등록된 경위를 여러 차례 물었다. 하지만 쿠팡은 한 번도 답한 적이 없다. 
지난달 노동·시민단체들은 쿠팡과 쿠팡풀필먼트, 강한승 쿠팡 대표, 엄성환 정종철 쿠팡풀필먼트 대표 등을 개인정보법,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경찰과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특별근로감독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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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홍주환 홍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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