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장관도 안 지키는 코로나 19 방역수칙

2021년 04월 01일 10시 00분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정부의 코로나 19 방역 대책이 강화되면서 식당과 카페 등은 5인 이상 단체 입장이 금지됐다. 가장 사적인 공간인 집안에서조차 직계 가족이 아니면 5인 이상 모일 수 없었다.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5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돼 가까운 친구와 가족조차 맘 편하게 만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뉴스타파는 정부 부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통해 중앙부처 국장급 이상 공무원들이 코로나 19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켰는지 검증했다.

보건복지부, 업추비 사용 인원 축소해 장관의 방역수칙 위반 숨겨

권덕철 장관은 크리스마스 단 하루를 제외하고 취임 첫 날인 12월 24일부터 연말까지 매일 업무추진비로 밥을 먹었다. 하루 3번 쓴 날도 있다. 권 장관이 업무추진비로 결제한 밥값은 5만 원에서 31만 원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특이한 건 식사 인원 수는 모두 3명으로 같았다는 점이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2월 29일 권 장관 일행 3명이 밥을 먹고 12만여 원을 결제한 것으로 돼 있는 서울역 인근의 한 식당을 찾아갔다. 이 식당의 음식 가격은 1인 분에 1만 원 안팎. 12만 원이 넘는 밥값은 권 장관 일행 3명이 1인당 3~4인 분의 음식을 주문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금액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역 인근의 한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로 결제한 밥값은 권 장관 일행 3명이 1인당 3~4인분의 음식을 주문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금액이다.
확인 결과 실제 식사 인원 수는 3명이 아니었다. 보건복지부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10명 정도의 인원이 이 식당에서 식사를 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하고 있는 장관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허위로 작성된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장관의 업무추진비 사용 인원을 실제보다 축소한 사례는 또 있다. 권 장관 일행의 밥값 31만 5천 원을 결제한 식당에서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적힌 것처럼 3명이 아니라 9명이 함께 식사를 했다.  
보건복지부는 업무추진비 사용인원 수를 실제보다 줄여 공개한 이유에 대해 "오해의 소지가 있어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어떤 오해인지 구체적 해명은 없었다. 또 장관과 수행원들이 서로 다른 테이블에 따로 앉았기 때문에 방역수칙 위반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해 12월24일부터 식당에서 5인 이상 동반 입장하는 것 자체를 금지했다. 예를 들어 8명이 테이블을 나눠 4인씩 앉아 식사하는 것도 방역수칙 위반이다. 이를 어길 경우 식당 주인은 300만 원 이하, 이용자에게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단순한 엄포가 아니었다. 실제로 서울시는 5인이상 집합 금지 행정명령을 어긴 46건을 단속, 3월말 현재 110명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권덕철 장관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을 맡고 있고, 보건복지부는 코로나 19 위기 대응의 주무부처다. 
김창호 전국공무원노조 대변인은 "보건복지부가 업무추진비 사용 인원수를 축소한 것은 코로나 19 방역 수칙이 5인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방역 수칙을 어긴 부분에 대한 응당한 징계 또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11월 20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공직사회가 코로나 19 방역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총리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뉴스타파가 정부 부처와 위원회 48곳의 업무추진비 사용실태를 전수 조사한 결과, 공직사회 코로나 19 방역 대책이 강화된 지난해 11월 23일부터 연말까지 국장급 이상 공무원 698명이 모두 6,355 차례 총 9억 4천여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1인당 평균 업무추진비 사용금액은 135만 원. 대부분 각종 간담회 등을 핑계로 식사 모임을 했다. 
같은 기간 업무추진비를 쓰지 않은 고위 공무원은 49명, 조사 대상자의 6.5%에 불과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11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공직사회가 코로나 19 방역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으나 정부부처 국장급 이상 공무원들은 각종 간담회 등을 핑계로 식사모임을 했고, 1인당 평균 135만 원의 업무추진비를 썼다.  
5인 이상 집합 금지가 시행된 지난해 12월 24일부터 연말까지 업무추진비 사용 인원 수가 5인 이상인 경우는 253건. 도시락을 구매해 먹은 경우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방역 지침을 위반해 식당을 이용했다. 

금융위원회, 방역 수칙 무시하고 기자들 불러 점심 접대

재택 근무를 하는 기자들을 불러 밥을 산 경우도 있었다. 금융위원회 서정아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의 한 한정식 집에서 기자 등 일행 10명과 식사를 했다. 서정아 대변인은 "연말에 출입기자들에게 인사를 드리기 위해 별도로 구분된 방에서 4명, 3명, 3명 이렇게 따로 앉아 식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정아 대변인이 기자들과 밥을 먹은 시기는 식당내에서 같이 앉든 따로 앉든 상관없이 5인 이상은 식당 입장이 금지된 시기였다. 
국민들에게는 5인 이상 모이면 과태료를 매기고, 정작 자신들은 방역수칙을 어기고 국민의 세금으로 밥을 먹는 장관과 공무원, 코로나 19 시대에 드러난 우리 공직사회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제작진
촬영김기철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데이터김강민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